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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덕적 가족주의와 강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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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6  12: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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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로 혈연을 초월하는 대규모 집단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꼽는다. 타인과 신뢰를 형성하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단위를 가족 이상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족관계 이상의 사회적 삶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이기심을 억제할 수 있는 규범, 즉 도덕이 필수적이다. 공동체의 질서와 권위에 대한 존중, 절대적인 충성은 이기적 개인들을 더 큰 가치로 결속해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도덕적 가치가 된다. 하지만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도덕적 가치는 공정성이다. 자신이 공동체를 위해 기여한 만큼 명예와 부를 분배받을 수 있어야 질서와 권위도 존중되고 충성심도 생겨난다. 하버드대의 정치학자였던 에드워드 밴필드는 <후진 사회의 도덕적 기초>에서 이탈리아 남부가 북부에 비해 낙후된 원인으로 무도덕적 가족주의를 지목했다. 가족의 이익이 모든 판단의 기준인 사회에서는 가장 자격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 사람, 가족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이 명예와 부를 차지한다. 다른 가족은 잠재적인 적이며 가족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의심은 지극히 합리적인 태도가 된다. 가족 단위를 넘어서는 순간 협업과 공존의 가치는 사라지고 경쟁만 남은 가족주의 사회는 부도덕한 사회가 아니라 도덕 이전의 사회, 즉 도덕이 없는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 혁신과 진보는 불가능하다. 상속은 가족주의의 연장이다. 세대를 이어가며 가족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인데, 상속제도는 연좌제만큼 불합리하다. 핏줄이라는 이유로 함께 처벌받아서는 안 되듯이 가족이기 때문에 명예나 부도 함께 누려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이런 급진적인 생각으로 상속을 부정하기에는 상속의 역사가 너무 오래됐고 그 기반이 되는 유전자의 힘도 여전히 막강하기는 하다.

어쨌거나 사회가 발전하지는 못할망정 유지라도 되려면 가족주의도 상속도 적당히 해야 한다. 부정한 청탁으로 입사하고 승진하는 일이 예외가 아닌 곳에서 무슨 공정성을 말할 수 있겠는가. 강원랜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삼성 임원의 핸드폰에 언론인을 비롯해 이른바 사회 지도층의 청탁 문자가 넘쳐나는데 누가 누구에게 공익과 봉사를 훈계한다는 말인가.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세상, 공동체라면 공동체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붕괴시켜왔다. 지금의 50대 이상이 만들어 붕괴시켜 온 사회에서 2,30대는 상상못할 좌절을 겪으며 살고 있다. 재산을 상속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직업까지 물려주게 해서는 안 된다. 그냥 놔두더라도 경제적 부는 사회적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금수저, 흙수저, 무수저는 서글프지만 탁월한 은유다. 경제적 부가 사회적 지위로, 사회적 지위가 다시 경제적 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겠지만 무도덕적 가족주의, 이기심이 더해져 공동체를 망가뜨리게 할 수는 없다.


/송현주(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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