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춘천의 대표적 작가이자 30년대 한국소설의 한 축이였던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속 대사다. 한국의 교과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작가이고 그의 소설은 30년대 시대소설을 읽을 때 빠지지 않고 접할 수 있다. 그의 삶은 과연 그의 소설 속 대사처럼 알싸하고 향깃했을까.

김유정의 삶과 그 시작 실레마을

김유정은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에서 2남 6녀 중 차남, 일곱째로 태어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일곱 살과 아홉 살에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일찍 부모를 여읜 탓에 한때 말을 더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가 말을 더듬는 것을 감추고 싶어 문자언어인 글로 표현을 많이 했을 거라는 추측도 나오기도 한다. 그가 짝사랑했던 그녀들에게 썼던 많은 편지도 그 예로 볼 수 있다. 그는 1930년 연희전문에 입학했지만 당대 명창이었던 박녹주를 사랑해 구애를 하느라 학교 결석이 많아 제적당했다. 그 이후 김유정 작가는 춘천으로 귀향했다. 그는 학교가 없던 실레마을에 ‘금병의숙’을 지어 야학 등 농촌 계몽 활동을 약 2년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김유정은 30년대 한국의 궁핍하고 처절했던 농촌 현실을 체험해 소설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의 소설은 농촌의 현실을 잘 반영해 토속적인 요소들이 많다. 이후 다시 서울로 간 김유정은 ‘노다지’를 포함해 ‘소낙비’, ‘총각과 맹꽁이’ 등 소설을 발표했다.

그가 태어난 실레마을의 이름 뜻은 알고 나면 굉장히 포근해진다. 실레는 시루의 사투리표현이다. 금병산에 둘러쌓인 마을이 옴폭한 떡시루같이 생겼다 해 실레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김유정은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12편 가량의 이야기가 쓰였는데, 동백꽃의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과 소낙비의 춘호처가 맨발로 더덕을 캐던 비탈길 등 소설 속 장소들이 숨어 있다. 김유정 문학촌에 방문하면 실레마을 속 소설 지도를 받아 볼 수 있으니 비교하며 구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유정의 알싸한 짝사랑, 두 여인

김유정의 사랑은 그의 소설만큼 순탄치 못했다. 본 부인이 있었으나 하루 이틀 가량 지내고 파혼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진정 사랑했던 이는 둘, 박녹주와 박봉자다. 먼저 김유정이 서울에 있을 때 만났던 박녹주는 당대 최고의 명창이었다. 이미 박 씨는 결혼한 몸이었으나 그는 열렬히 사랑했다. 김유정이 그녀에게 빠진 이유는 일찍 여읜 어머니와 닮아서였다고 한다. 후에 이 짝사랑은 김유정이 거절한 박녹주를 끈질기게 따라다녀 지금 표현으로 스토커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스토커 같은(?) 사랑이 끝난 이후 그에게는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바로 시인 박용철의 동생 박봉자다. 이들의 인연은 잡지 ‘여성’에 ‘그 분들의 결혼플랜, 어떠한 남편 어떠한 부인을 마지할까’라는 주제로 각자 글을 기고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당시 박 씨는 다른 직업보다 문인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김유정은 이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아 약 31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씨는 김유정이 아닌 김유정과 구인회 활동을 같이 했던 김환태와 결혼했다. 결국 김유정의 사랑은 두 번의 아픈 짝사랑으로 끝나고 말았다.

김유정 문학촌

보통 작가를 기념할 때는 문학관을 개관한다. 하지만 특이하게 김유정은 문학촌으로 그를 기념하고 있다. 문학촌 형성은 2002년 김유정생가복원과 진행됐다. 김유정의 조카 김영수씨의 증언과 고증을 바탕으로 그가 기억하고 있던 직접 평면도까지 그려 복원했다. 문학촌내 있는 전시관에 가면 김유정 작가의 소설들과 이상을 포함한 작가들의 소설들을 볼 수 있다. 문학촌에서는 야외무대에서 주말마다 상설공연을 준비한다. 김유정 작가는 ‘뽀뽀’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다. 뽀뽀는 1939년 소설 ‘애기’에 처음 등장하는 말이다. 이후 1961년에 처음으로 국어사전에 올랐다. 그가 소설에서 이 표현을 쓰지 않았다면 현대인들은 무슨 말을 쓰고 있을지 궁금하다. 천고마비 가을이 지나기 전, 김유정 문학촌에 방문해 그의 문학적 숨결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