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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트럼프가 반 미?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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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4  13: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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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방한하는 미국의 트럼프대통령 방한을 두고 최근 한국사회가 시끄럽다. 방한이 예고되면서 여기 저기 집회를 하겠다는 단체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정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개방해오던 청와대 앞 행진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두고 많은 매체들은 연일 ‘반미’ 집회, ‘반미’ 세력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내일 도심서 ‘NO트럼프’ 반미 집회…1천명 예상”, “트럼프 국회 연설 때 반미단체 난입 시위 첩보”, “트럼프 방한에…서울서 반미 vs 친미 맞불집회”, “주말, 서울 도심서 트럼프 방한 찬-반 집회 ‘맞불’”와 같은 기사 제목이 그런 예다.

기자들이 게을러서 그랬는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맞춰 일어나는 모든 반대 집회를 반미로 명명하는 일은 명백한 잘못이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환영하고 찬성하는 세력들 사이에서 ‘묻지 마 친미’ 경향이 종종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와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모두 싸잡아 반미로 규정하고 ‘친미 vs 반미’ 구도를 기사의 제목으로 내거는 행위는 어리석다.

사실 미국을 조금만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미국이라 하기 어렵다. 외세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중들의 인권의식을 통해 스스로 민주주의를 일궈내고 그 역사가 오래 된 나라일수록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그 나라를 하나로 정의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50년대 이른바 ‘매카시즘 광풍’이라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미국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적도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는 공산당이 건재하고 있다. 다양한 이슬람세력으로부터 여러 가지 공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내에는 이슬람교인으로 살아가는 미국인이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반대하는 집단들이 내거는 구호나 생각을 조금만 구체적으로 살펴보거나 들어보았다면 대부분 반미가 아니라 ‘반’트럼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터인데 언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3일 국회 경내에서 일어난 시위는 반미가 아니라 반 트럼프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 자신들의 그룹이름을 ‘트럼프를 반대하는 청년학생들’이라고 밝혔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행동 역시 ‘전쟁위기 고조, 무기 강매, 통상압력 트럼프 반대’라고 펼침막에 적고 있다.

언론매체들이 국익을 생각한다면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반대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반대를 ‘반미’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런 행위를 반미로 규정해 보도를 이어가면 미국인이나 외국의 언론매체들은 한국에 미국을 통째로 싫어하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트럼프를 반대하는 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반미’ 보다는 ‘반 트럼프’라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고는 있지만 언론인들의 세심한 언어사용은 아직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연구(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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