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우리 할머니는 별똥을 먹었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1.11  15:59:1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어린 시절 운석 사냥을 나선 적이 있다. 실제로 떨어졌는지도 모르면서, 친구들과 모종삽과 작은 채집통을 들고 무작정 떠난 것이다. 당시 우리는 후평동 주공 2차 아파트 일대의 녹지를 다 헤집었다. 우주를 떠돌던 운석을 발견해 그 신비와 경이를 느끼고 싶었다. 외계 문명인들이 데이터를 입력해 지구로 흘려보내는 일종의 교신 시도, 나는 운석을 그렇게 생각했다. 울퉁불퉁하고 못생겼지만, 하얀 비누를 닮은 낯설고 신기한 물질이 그 안에 담겨있을 거라 상상했다. 우리는 허리를 구부려 자동차 밑을 살펴보거나, 나무 막대기를 흔들며 길게 자란 잡초들을 쳐내고 땅을 깊게 파내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해가 질 때까지 운석을 발견할 수 없었던 우리는 주변에서 가장 멋진 돌덩이를 주워 사람들에게 운석이라고 우겼다. 근래 아빠와 이 일화를 얘기하면서, 운석에 관련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것은 할머니의 코흘리개 시절 이야기다. 마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 별똥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할머니는 친구들과 별똥별을 찾으러 떠났다. 하얀 모래가 펼쳐진 어느 곳에서 할머니는 한 손가락 깊이의 구멍에 구슬만한 크기의 말랑말랑하고 까만 별똥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할머니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아빠는 물었다. “그래서 별똥을 어떻게 하셨어요?” 할머니께서 “약이 된다고 해서 꿀꺽 삼켰지”라고 답하신 순간, 아빠는 차마 그 별똥이 동물의 배설물이라 말할 수 없었다. 할머니의 동화 같은 추억을 함부로 훼손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마음이 저려왔다. 생명의 순수함을 가득안고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할머니는 평생의 농사일로 허리가 꼬부라지고 손마디는 굵어졌으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따뜻한 유년의 추억을 꺼내보는 일이 할머니를 버티게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는 훗날 할머니를 회상할 때 아빠와 나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할 것이었다.

다른 시대를 살아가도 모든 인간의 유년기는 닮은 구석이 있다. 어쩌면 이러한 ‘닮음’을 공유하는 것이 세대와 세대를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추동이지 않을까? 평소 나는 할머니와 같은 시대인들의 ‘꼰대스러움’을 비웃고 그것에 분노할 때가 있었다. 각 세대의 결별과 적대가 익숙한 시대지만 언제까지 ‘당신은 이해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자세로 일관할 수 있겠는가? 습관화된 몰이해는 자신과 다른 경제적ㆍ정치적 이해관계의 사람이나 다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을 적으로 간주하게 한다. 적대는 새로운 흐름의 가능성을 배제하며, 무의미한 대치 상황을 끊임없이 연출해낸다. 때문에 그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계급을 다른 계급으로 전복시키는 것보다 계급 그 자체를 없애는 투쟁이 중요한 것처럼, ‘세대’ 혹은 ‘시대’라며 대중을 시간 단위로 분절하는 그 ‘무엇’을 없애야 한다. 그 출발점은 한 사람의 역사에 대해 감응하고 긍정하는 일일 것이다. 그 순간에 생기는 우정만이 서로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허물 수 있지 않을까.

/최교식 (국제톡상경영· 2년)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인터뷰] “진실을 향한 진심” 1세대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 만나다
2
[보도] ‘표창원 특강’ 170여 명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
3
[보도] ‘217종 잡지부터 전 세계 논문까지’ 학우들에게 제공
4
[보도] 인문·체육비전 장학생 모집, 내달 5일까지
5
[기획] 한림학보, 취재력 기르고 특징 찾아야
6
[보도] 학생예비군, 홍천 아닌 춘천에서 실시
7
[보도] 취미·스포츠 활동하고 기숙사 상점받자
8
[인터뷰] 한 분야 연구에 열정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보길
9
[시사이슈] 중국서 ‘억울한 옥살이’ 손준호 무사히 한국땅 밟아
10
[시사상식] 신문에서 보는 시사상식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성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