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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법, ‘태아 생명권 존중’과 ‘여성 자기결정권’ 첨예한 대립
노혜연 기자  |  smstar26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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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8  14: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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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청원 참여인이 23만 명을 기록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게 됐다.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 청원 가운데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은 30일 이내에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 등 책임 있는 관계자가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

낙태죄 폐지 최초 청원인은 “원치 않은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 비극적인 일”이라며 “현행법은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에게만 ‘독박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119개국에서 자연유산 유도제(미프진)를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제의 국내 도입을 부탁한다”고 적었다.

대한민국은 현행법상 낙태(인공임신중절)를 허용하지 않는다. 형법 제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등의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270조 1항에서는 의사, 한의사, 약제사 등 의료계 종사자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으로 낙태하게 한 때,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라 ▲본인이나 배우자가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한다.

 

낙태죄 여론 7년 새 뒤바껴

낙태죄 폐지 찬성론자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한다. 원치 않는 출산은 여성에게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주며 태어나는 아이 또한 충분한 사랑 속에 자랄 수 없기에 여성이 육아를 감당할 수 있을 때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새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수술 후 출혈 같은 후유증이 심해도 낙태 자체가 불법이라 환자가 병원에 떳떳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항의하기 힘들다”며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 때문에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론자들은 ‘태아의 생명권 존중’을 강조한다. 낙태반대운동연합(낙반연)은 지난달 30일 ‘낙태죄 페지 청원에 대한 의견서’를 냈다. 낙반연은 의견서에서 “인간생명을 소중히 여겨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기본적인 책임”이라며 “만일 낙태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생명경시 풍조가 더욱 만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1일 실시한 조사(성인 516명 기준, 95% 신뢰수준, 표준오차 ±4.3%p)에 따르면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1.9%로 집계됐다. 반면,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비율은 36.2%를 차지했고 ‘잘 모름’은 11.9%였다. 리얼미터 측은 이에 대해 “7년 전인 2010년 2월 조사에서는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가 53.1%, ‘허용해야 한다’가 33.6%로 나와 이번과 반대의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자연유산 유도제, 안전성 불확실

이번 청원서에서 언급된 낙태약 ‘미프진’은 자궁 내 착상된 수정란을 자궁과 분리시키고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기능을 한다. 미프진은 국내 도입이 안됐지만 온라인상에서 ‘정품 미프진 판매’ ‘부작용ㆍ후유증 없는 먹는 낙태약’ 등 불법 광고와 함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약들이 판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복약지도를 받지 않고 의사의 처방 없이 불법 구매한 약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주웅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외국에서도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 등 기본적인 진단을 받은 뒤 약 사용이 가능할 때만 처방한다”며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된 채 무분별하게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먹는 낙태약이 간편하고 안전한 낙태 방법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 센터 센터장은 “먹는 낙태약은 태반의 일부가 자궁에 남아 출혈을 일으키는 불완전 유산이 될 위험이 있다”며 “출혈이 심하면 산모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고 우려했다.

 

헌재, ‘낙태죄’ 위헌 여부 재심리 중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동의낙태죄’ 규정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후 5년 만에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269조 1항과 270조 1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2012년 8월, 헌재는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강국 헌재소장과 이동흡ㆍ목영준ㆍ송두환 헌법재판관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ㆍ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재판관 8명 중 4명이 위헌 의견을 낼 정도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위헌 정족수인 6명에 못 미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낙태죄 찬반 논쟁이 더욱 첨예해진 상황이다. 생명권과 여성의 자주권 모두 중요 권리인 만큼 이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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