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 9일 이틀에 걸쳐 ‘제2회 강원과학기술대축전’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강원과학기술대축전에서는 우리 대학을 포함한 6개 대학과 도내 과학기술 및 지식재산 유관기관 13개 기관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미래 기술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대학은 가상현실 교육프로그램 ‘모두 모여 해상도시(해상도시)’,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우리 대학이 강원과학기술대축전에 출품한 두 프로그램은 모두 서규원 교수가 개발한 것이다.

서규원 교수는 지난 9월 우리 대학에 부임했다. 그는 우리 대학에 부임하기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 팀장을 역임했고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연구개발(R&D) 자금을 관리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산학협력체에서의 다년간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 대학 캡스톤디자인 교과목을 연구 및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규원 교수를 만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우리 대학의 변화에 대해 물어봤다.

▲ 사진 윤병용 기자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는 플랫폼과 네트워크라고 보면 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그러면서 이를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1차 산업부터 3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제품이나 서비스 간의 단절되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4차 산업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연결한다.

4차 산업에는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은 단순히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담는 것이다. 데이터는 사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의 키는 ‘사람’에 있다. 갈수록 사람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을 어떻게 데이터화하고 어떤 플랫폼에 이를 구축하느냐의 문제 말이다. 4차 산업의 한 요소로 ‘휴먼 네트워크 플랫폼’도 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혼자 일처리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부서, 나아가 회사 간에도 더욱 긴밀하게 협업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생각보다 깊숙이 우리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다.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미래 기술로는 대표적으로 가상현실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꼽힌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대중에게 꽤나 알려진 모양새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아직까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가상현실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모두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제공되고 있지 않아 국민들이 4차 산업혁명을 체감하는 데는 현재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나마 사물인터넷 분야가 선전하고 있다. 주로 냉장고와 사물인터넷을 접목시켜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홀로 사는 노인의 생체신호를 보호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했다. 또 보급이 광범위하게 돼있지도 않은 편이라 완전히 4차 산업이 들어서는 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자세하게는 알지 못한다. 다만 단순한 복수전공의 의무화는 우리 대학 학생들로 하여금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따라가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공 간의 융ㆍ복합은 이전부터 강조돼 온 것이다. 3차 산업부터 이어져온 흐름이다. 복수전공 의무화의 취지는 좋으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다소 아쉽다는 것이다.

가령 국어국문학 전공생이 영어영문학이나 언론방송융합미디어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해도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변화했다고 할 수 있나.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인문학부에서 컴퓨터공학이나 소프트웨어공학으로, 공과대학에서 인문학부로 ‘크로스오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창의력도 생긴다.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융합은 인문학을 기반으로 컴퓨터를 비롯해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아는 것이다. 무엇과도 융합하지 않은 인문학은 산업계에서 무관심하다. 반면 공학은 오히려 프로그램을 설계하거나 PCB 납땜을 하는 등의 기술에만 집중해 창의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복수전공 의무화도 가이드라인을 인문학과 공학의 크로스오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는 인문학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따라서 인문대학 학생들은 이를 잘 살릴 필요가 있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콘텐츠로 만들어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데이터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인문학이 콘텐츠를 더 새롭고 다채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전공 의무화 외 다른 시도는 없나?

LINC+사업단은 우리 대학에 제대로 자리 잡은 지가 세 달 정도라 딱히 평가할 거리가 많지 않다. 그나마 캡스톤디자인 교과목에 학생들이 참여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캡스톤디자인 교과목도 대부분이 담당교수와 학생만 커뮤니케이션하는 실정이라 크게 도움이 되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참여하는 기업이 적다보니 아무래도 수강생의 성과물이 실무에 쓰일 일이 줄어들고 담당교수의 피드백은 어느 정도 한계를 안고 있어 실무 능력 향상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 수강생은 기업에 성과물을 제공하고 기업은 학생의 성과물을 상용화하는 양방향적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캡스톤디자인의 본래 취지와 맞다.

강원과학기술대축전에 출품한 두 작품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준다면?

기존의 가상현실 게임 대부분은 단절돼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게임을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 진행한다. 가상공간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해상도시는 가상공간에 최대 8명까지 들어오게 하며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는 데서 차별성을 갖는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기수도, 도로설계, 건축, 조경 전문가 등 해상도시를 함께 설계하며 협업과 소통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조형물도 전시했다. 조형물이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며 완성되는 것이다. 강원과학기술대축전에서 플랫폼으로 사용한 모니터가 40인치라서 다소 완성도는 떨어져 아쉬웠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 대학이 지방에 있고 사립이기도 해 경쟁력이 없다는 푸념을 들었다. 학교에 대한 만족감이 타 대학보다 그리 높지는 않은 듯했다. 하지만 미래는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학교에 기대기만 해서는 무엇도 할 수 없다.

나도 이 대학을 나왔다.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쓸 데 없는 자기비하에 무척 좌절했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몇 번의 터닝 포인트를 두고 나는 바뀌었다. 미친 듯이 공부했고 결국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우리 대학이라서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좌절하지 말고 뭐든 열심히 해보자. 계속 말하는 것이지만 미래는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