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오래 전에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필자나 지금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이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대학에서는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교과서를 덮고 제한된 공간만이 주어진 독서실을 박차고 나간다. 그리고 열린 공간에서 깊은 지식과 넓은 관계를 만들어 간다.

이처럼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이 시기에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인간관계, 즉 선후배를 만드는 것이다. 필자가 대학교 1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였던 형이 술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너, 대학생활을 가장 잘 보내는 것이 뭔 줄 아니?” 갑자기 던져진 이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자 그 선배는 대학 다니면서 가장 친한 선배 한명, 가장 친한 친구 한명, 그리고 가장 친한 후배 한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필자는 이 질문을 들은 순간 멍해졌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생생히 이날의 문답을 기억하고 있다. 필자의 대학생활은 이후 변화가 생겼다. 공부하는 것보다 선후배 관계를 최대한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그런 그때의 나의 판단과 행동을 지금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의 대학생활에서의 선후배는 그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대학의 학점 상대평가제는 강의실 내에서 선후배로 만나는 것이 아닌 그저 경쟁자로 대하게 만들었다. 가시적인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사회는 대학생으로 하여금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게 만듦으로써 삶의 과정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생각과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없게 하고 있다. 나이차이가 있는 선배를 석유나 화석으로 지칭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선후배를 찾고 아끼는 최근의 두 모습이 너무 반가웠다. 명맥이 끊어졌던 한림극회를 다시 살리려던 학생들은 공연을 준비함과 동시에 이전 선배들을 찾아 예전처럼 선후배 관계를 살리고 싶었고 극회의 전통을 계승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철학과 출신 김선영 배우와 연락이 되었고, 술자리를 통해 선후배가 이야기를 나누던 그 날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엊그제 출장차 춘천에 왔다가 후배들과 이야기하면서 종강총회를 시작할 때까지 같이 기다려주던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어느 졸업생의 모습은 찡할 정도였다.

선후배간의 관계는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가르쳐 준다고 바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어렵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없는 선후배 관계는 가족만큼이나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이 관계를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리고 평생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점차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본래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이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지금의 후배들에게 꼭 간직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권재웅(디지털미디어콘텐츠·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