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수강신청 때만 되면 우리 대학을 대표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편함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급증한다. 그런데 올해는 미리 계획해놓은 전공과목에 신청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유독 불평불만이 많았다.

원인은 명확하다. 복수전공을 의무화하면서 인기 전공과목을 신청하는 인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수강인원은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더불어 가뜩이나 노후화된 수강신청 서버는 때맞춰 다운돼버리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부었다. 결국 섣부른 복수전공 의무화는 취지를 왜곡하고 학생의 분노와 원성만 사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중수 총장은 취임 후 줄곧 학생 중심의 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복수전공 의무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달려왔다. 이후 복수전공 의무화는 지난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본격 시행됐다. 예상되는 문제점은 많았으나 대학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자세와 각오로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대책은 없었다. 학생 중심의 교육을 슬로건으로 내건 대학의 행정 절차에 정작 학생이 빠지면서 만든 ‘마이너스섬 게임’이었다. 이에 대한 대학 측의 답변은 두 가지다.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전공 교수와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수많은 학생은 1학기 수강계획을 통으로 망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수 연구실을 찾고 있다.

교수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교육의 질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교수 한 명이 맡고 있는 학생 수가 늘어날수록 교육 만족도는 떨어진다. 그런데 대학은 일언반구도 없이 이제 와서야 교수들에게 수강인원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을 ‘일방통행’ 하듯이 밀어붙여 만든 피해의 책임을 고스란히 교수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이 같은 조치는 학생과 교수, 그리고 대학의 삼각관계에 분란만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학령 인구 감소로 대학이 살길을 모색하느라 분주한 건 백번 공감하고 이해하나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다면 결과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대학은 총장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