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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람도 모르는 부산 이야기지붕 없는 미술관 헌책과 새책이 공존하는 책방골목 1960년대 애환 속 삶을 만나다
변서하 기자  |  seoha0108@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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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7  11: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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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도시 ‘부산’. 해운대의 낭만과 광안리의 화려한 밤만이 부산의 전부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려함보다 자연의 수수한 매력을 가진 여행지다. 알싸하게 시원한 바다 향기와 골목의 정겨운 사람들 속에서 여행은 시작된다.

감천문화마을

   
 

한국전쟁당시 힘겨운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에서 지금도 근현대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감천문화마을(부산 사하구 감내2로 203)‘이다. 산 언덕배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은 과거의 추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알록달록한 골목의 벽화를 지나 어린왕자와 감천문화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낭만 가득한 곳이다.

산 중턱의 도로, 산북도로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 한복판에 아직도 화장실을 함께 이용하는 판자촌 동네, 그 속에 꽃피우는 새로운 문화로 부산의 속살까지 엿볼 수 있는 곳, ‘산북도로(부산 동구)’를 찾았다.
경상도 사람들은 ‘산만디’라 부르는 산복도로의 사전적 의미는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다. 산복도로는 도심 한가운데임에도 철도 선로, 도로 등에 둘러싸여 고립되어 개발되지 못했다. 그 덕에 1900년대 초 중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영화 ‘친구’, ‘아저씨’ 등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168계단(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994-873)’을 오르면 90년대 초중반의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직접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이처럼 산북도로 곳곳에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화공간들이 숨 쉬고 있다. 근현대를 여기서 보낸 어른들의 추억이 궁금하다면 168계단 끝자락에 위치한 ‘이바구 공작소(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486번길 14-13)’부터 방문하자. ‘이바구’는 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로 산북도로의 이야기를 모으고 재생산하는 소통 공간이다. 이 공간은 1900년대 당시 사진을 이용해 스토리텔러의 이야기를 덧입혀 그 시절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산북도로의 랜드마크는 바로 ‘유치환의 우체통(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 580번길 2)’이다. 유치환 선생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고자 산복도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에 공간을 만들었다. 1층에는 야외공연장을, 2층에는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운 누군가가 있다면 편지 한통을 써 3층으로 올라가자. 북항을 조망할 수 있는 하늘 전망대에는 1년 뒤 배달되는 ‘그리움이 있는 빨간 우체통’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 한구석 고이 보관된 추억을 꺼내게 하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당신에게 또 다른 선물로 다가올 것이다.

보수동 책방골목

   
 

이름만으로도 추억이 전해지는 ‘보수동 책방골목(부산 중구 보수동1가)’에서는 골목을 따라 책과 함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국제시장 끝자락 보수 사거리에서 큰길을 건너면 왼쪽으로 보수동 책방골목이 시작된다. 보수동 책방골목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구불구불 좁은 골목이 펼쳐진다. 골목을 따라 양옆으로 빼곡하게 쌓인 책들이 정겹다. 언젠가 누군가의 가슴 한켠을 차지했을 손때 묻은 책들에 그들의 학창시절이 더해진다.
<동아서적> 맞은편에 자리한 보수동책방골목 문화관을 보면 층마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추억들을 소개하고 있다. 주말(금~일)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는 문화해설사들에게 보수동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책방골목에는 60여 개의 책방들이 모여 있다. 참고서는 물론 전문서적에서 고서적까지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골목은 그리 넓지 않다. 사거리가 나오기 전에는 오고가는 이들이 어깨를 스칠 정도로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책들의 호위를 받으며 걷다가 책방에 들어서면 시간을 품은 책 냄새가 사람들을 반긴다. 학창시절 보았던 참고서는 물론 즐겨보던 잡지와의 재회도 색다르다. 중고는 40~70%까지, 새책도 10%는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다. 참고서 뿐 아니라 아동도서·소설·사전은 물론 만화·잡지·고서적 등 다양한 책을 구비하고 있다.
작은 구멍가게에서 간식거리를 골라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벽화골목이 나온다. 책방골목만 보기 아쉽다면 벽화골목도 놓치지 말자. 헌책과 참고서 말고 ‘고서’를 살필 수 있는 고서점도 있다. 옛날 부산의 모습을 그려 놓은 엽서와 귀해 보이는 책들이 눈길을 끈다.
책방골목 내에 자리한 구멍가게에서 어린 시절의 불량식품도 맛볼 수 있다. 간식도 충분하겠다, 책에 안겨 봄날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춘광사설(春光乍洩)처럼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아주 잠시 빛나는 봄볕 같은 추억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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