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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대제국은 빵 만든 밀 문명에서 시작보관과 휴대 용이한 최고의 전투 식량이 페르시아와 마케도니아 제국 낳아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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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7  11: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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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밭을 세 개로 분할해 돌아가며 교대로 농사 짓는 방법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답: ‘삼포식 농업’이라고 한다.

   
▲ 사진 설명 이란 고지대를 중심으로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지방 등을 통치하던 페르시아는 호모 크로마뇽인이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인류사에 가장 먼저 등장한 최초의 대제국이었다. 사진은 B.C.490년 당시 영토가 가장 넓었던 페르시아의 영역으로 지금의 이집트, 터키는 물론, 그리스의 일부 지역과 사우디아라비,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아우르는 광대한 영역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삼포식(三圃式) 농업은 유럽에서 중세까지 보편적으로 행해졌던 경작 방식이다. 경지를 삼등분해 첫 번째 밭에는 봄에 심는 보리와 귀리 등의 여름 수확 작물을 심고, 두 번째 밭에는 가을에 파종하는 밀과 쌀보리 등의 겨울 작물을 심으며, 마지막 밭은 놀리면서 가축을 방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 해에는 첫 번째 밭에 심었던 농작물을 두 번째 밭에 심고, 두 번째 밭에 심었던 농작물은 세 번째 밭에 심으며, 첫 번째 밭은 아무 것도 심지 않고 놀림으로써 3년에 한 번씩 원래대로의 경작 방식으로 돌아오는 것이 삼포식 농업이다.

그렇다면 유럽은 왜 이토록 번거로운 삼포식 경작 방식을 택한 것일까? 이유는 밀의 생장 특성에 있다. 앞서 밀은 많은 강수량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짧은 기간 내에 수확할 수 있다는 특성을 소개한 바 있다. 더욱이 웬만한 작물은 모두 휴지기에 들어가는 겨울철에 수확할 수 있어 그야말로 ‘수퍼 곡물’이라 이를 만하다. 하지만 이런 ‘수퍼 곡물’도 인간의 입장에선 비싼 대가를 요구하고 있으니 바로 파종된 땅의 지력(地力)을 철저하게 소모한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토양에 있는 무기물들을 깡그리 흡수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칼슘이나 철과 같은 무기질을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것처럼 곡물도 질소나 칼륨 같은 무기물을 흡수해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달리 무기물 소비가 심한 밀은 수확이 이뤄진 땅에 연이은 파종을 허용하지 않는, ‘비정한 곡물’이다. 해서 유럽에서는 이런 밀의 특성을 고려해 밭의 한 쪽에만 밀을 심고, 나머지 땅들은 놀리거나 다른 작물을 경작하는 삼포식 농업을 통해 밀 경작지의 지력을 유지해 왔다. 밀 농사의 폐해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나름대로의 생존 비결이었던 셈이다.

그런 까닭에 중세의 유럽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끝도 없는 평원에 밀만 가득한 장면은 도저히 접할 수 없는 신기루에 불과했다. 반면, 동양에선 황금 들판이라는 표현처럼 온통 노란 물결이 출렁대는 대평야가 중국과 일본, 인도와 한국에 드넓게 펼쳐졌 왔다. 물론, 지금은 질소를 화학적으로 합성한 질소 비료 덕분에 유럽 등지에서는 삼포식 농업을 할 이유가 없어졌지만.

역사가들과 생태학자, 인류학자와 지리학자 등에 따르면 쌀과 밀의 뚜렷한 생태적 차이가 동서양의 문명 양식을 갈랐다. 말하자면, 다량의 물을 필요로 하는 쌀은 대규모의 노동력 동원과 정교한 관개 시설을 요구했기에 동양에선 협업과 치수(治水)가 일찍부터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자연히 벼 농사가 대규모로 행해진 지역에선 중앙 집권적 관료제가 뒤따라 등장했다. 독일의 경제 지리학자인 칼 비트포겔이 ‘수력학’(水力學) 문명으로 표현한 벼 농사의 필연적 결과물이다. 벼 농사를 위해 물을 끌어 들이는 수로를 설치하고 물을 가두기 위해 둑을 쌓으며 물이 넘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방을 설치하고 물을 내보내기 위해 배수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협업과 행정 관료제, 그리고 중앙집권적 국가 체계는 자연스럽게 갖춰졌다. 그러고 보면, 중국 역사 속의 전설적인 성군 가운데 마지막 임금인 우(禹)는 물을 잘 다스리며 중국 최초의 왕조 국가인 하나라를 열었다. 하지만 넘치는 황하를 다스리려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바람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이 또한 우 임금이란다.

반면, 밀의 경우는 특별한 치수 사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 특이한 곡물이었다. 기온과 강수량, 고도를 물론하고 척박하고 건조하며 냉랭한 곳에서도 워낙 잘 자라는 수퍼 곡물이었기에 밀이 재배된 지역에서는 중국 문명에 버금가는 수력학 문명이 발달할 필요가 없었다. 동아시아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댐과 수로, 둑과 제방이 유럽에선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이유다. 굳이 표현하자면 반수력학 문명 또는 비수력학 문명의 상징적 존재가 밀이었던 것이다.

서양 문명과 동양의 문명 차이를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밀을 이용해 만든 음식의 특성에 있다. 밥과 달리 보관과 휴대가 매우 간편한 음식물, 빵 이야기다. 주지하다시피, 동양의 음식 문화는 쌀 등의 곡식 알갱이를 삶고 서양은 밀이나 보리 등을 굽는다. 다시 말해, 동양의 식문화는 솥과 시루 등을 이용해서 쌀을 삶거나 찌고, 서양은 화로, 프라이 팬 등을 이용해서 빵을 굽는다. 그런 까닭에 동양의 쌀과 밥, 만두와 국수, 찐빵과 떡은 모두 삶거나 쪄서 만들어진 음식들이고, 서양은 식빵과 토스트, 샌드위치와 햄버거가 굽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 먹거리들이다.

보관과 휴대가 용이할 뿐아니라 장시간 유통까지 가능한 빵은 밀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일찍부터 떠돌이 유랑 생활과 대규모 인구 이동을 촉진시키는 촉매로 톡톡히 작용해 왔다. 일례로 동양의 경우,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은 비록 쌀을 짊어지고 간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디에선가 솥과 물, 장작과 불을 마련해 밥을 만들어야만 했다. 떡과 주먹밥을 만들어 이동한다 한다지만 신선도 면에서 하루 이상을 버티기 힘든 것이 쌀로 만든 음식이었다.

반면, 빵은 오랜 기간 동안 보관이 가능했으며 무게 또한 가벼웠기에 장기간의 이동에 있어 최적의 먹거리였다.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던 동아시아의 전쟁에 비해 군량미로 빵을 활용한 서양의 전쟁은 훨씬 신속하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일찍부터 아테네와 스파르타, 그리스 연합과 페르시아, 카르타고와 로마 등 서양에선 동시대를 공유한 라이벌 국가들이 숱한 대규모 원정 전쟁을 끊임없이 주고 받았다.

이와 관련해 혹자는 기원전 5세기에 중동에서 탄생한 페르시아야말로 빵으로 대제국을 건설한 장본인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마케도니아 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 역시, 밀 문명을 십분 활용해 인도까지 자신의 제국을 확장했고. 대조적으로 중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대륙 내에서 통일과 해체가 반복적으로 이뤄졌으며 황하와 양자강 바깥으로 제국의 영역을 확장한 경우는 모두 쌀 문명과 거리가 먼 거란, 몽고, 여진족 등이 주역으로 활약했다. 실제로, 유라시아를 제패하며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던 몽고군은 말 안장 위에서 말린 생선과 고기를 먹고 야영지에서는 투구 속에서 말고기를 익혀 먹은 샤부샤부로 세계를 제패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빵을 둘러싼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심훈(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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