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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공기에 해당하는 빵 한 조각의 문학 작품들‘장발장’과 ‘알프스 소녀 하이디,’ 그리고 ‘헨젤과 그레텔’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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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7  09: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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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1911년에 발행된 플로렌스 홀브룩 사의 ‘저학년을 위한 재미있는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의 한 장 면. 주인공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빵 조각을 뜯어 숲 속의 경로를 표시하려 했지만 새들이 땅바닥에 놓여 진 빵 조각들을 다 먹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과자로 지어진 마녀의 집에 당도한 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문호(文豪)다.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조각이면 조각, 음식이면 음식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라이벌인 영국에 꿀릴 것이 없는 프랑스지만 유독 문학에서만은 영국에 밀리는 국가가 바로 프랑스다. 그러고 보면, 세익스피어에서부터 시작되는 영국의 문학 드림팀은 ‘걸리버 여행기’의 조너던 스위프트, ‘피터팬’의 제임스 메튜 베리, ‘명탐정 홈즈’의 코난 도일에 이르기까지 화려하기 그지없다. 더불어 21세기에 이르러선 ‘해리포터’의 조앤 롤링까지 있으니 이 정도면 영국 문학의 위용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그런 영국에 당당히 맞서며 프랑스의 체면을 세워준 고마운 이가 바로 19세기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다. ‘노틀담의 곱추’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빅토르 위고는 2012년에 개봉돼 한국을 뮤지컬 영화 광풍으로 몰아 넣은 ‘레 미제라블’의 원작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어로 ‘불쌍한 사람들’을 뜻하는 ‘The Miserable’의 프랑스어인 ‘레 미제라블’이 한국에서는 한때 ‘장발장’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장발장’이란 주인공 Jean valjean의 프랑스 발음을 그대로 본딴 것.

그렇다면 빵 이야기를 하다가 난데없이 ‘장발장’ 이야기를 하게 됐을까? 이유는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빵 한 조각 때문이다. 말 그대로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무려 19년 동안 감옥에 갇힌 장발장이 출소하는 것으로부터 소설, ‘레 미제라블’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1832년의 6월 시민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프랑스 사회의 부조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장면을 통해 빅토르 위고는 당시, 민중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잔인하고 비정하기만 했던 프랑스의 사법 체계를 만천하에 고발했다.

소설 속의 장발장은 누이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조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빵집에서 빵 한조각을 훔쳤고 결국, 감옥에 갇혀 19년이나 복역한 후 출소한 비운의 주인공이다. 그런 장발장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조카들은 모두 굶어죽었거나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고 분노한 장발장은 세상을 향한 저주 속에 자신에게 숙소를 제공해준 미리엘 주교의 예배용 은 촛대를 훔치다 다시 경찰에게 잡힌다. 다행히 장발장을 용서하며 죄를 눈감아준 주교 덕분에 장발장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후, 여주인공인 코제트의 양아버지가 돼 평생을 속죄의 길로 나선다.

필자가 어린 시절 읽은 문학 작품 가운데 빵이 매개로 등장하는 또 다른 소설로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들 수 있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위스의 어느 마을에 사는 소녀 하이디는 5살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모에 의해 알프스의 어느 산 중에 사는 하이디의 친할아버지에게 의탁된다. 하지만, 홀로 사는데 익숙한 할아버지는 하이디를 탐탁치 않게 여기며 무뚝뚝하게 대하고 하이디는 그런 할아버지와 앞프스 산속에 하루하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명랑한 하이디는 시나브로 알프스의 매력에 푹 빠지며 이웃들과도 친하게 지내게 되고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할아버지와도 어느새 사이가 돈독해진다.

그렇게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후, 하이디를 맡겼던 고모가 다시 찾아와 하이디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대부호의 집에 억지로 데려간다. 이유는 아파서 집에만 있는 부잣집 딸의 말동무를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클라라를 만나게 된 하이디는 금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그 과정에서 난생 처음으로 흰 빵을 먹게 된다. 흰 빵을 먹게 되었을 때 하이디는 무심코 “페터 할머니에게 이 빵을 드리고 싶다”고 중얼거리고 클라라는 “페터 할머니가 누구냐”고 묻는다. 이에 하이디는 “이가 안 좋으신 이웃집 할머니인데 항상 딱딱한 검은 빵만 드셔”라고 대답해 준다.

동화를 통해 접했던 하이디의 이 말은 흰 빵이 부드럽고 맛있으며 하이디와 같은 서민들은 딱딱하고 검은 빵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필자로 하여금 일깨워 주었다. 이후, 부드러운 흰 빵을 볼 때마다, 또 검고 딱딱한 빵을 접할 때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와 그녀의 이웃집 할머니가 떠오른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러고 보니, 유명한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도 빵이 중요한 매개로 등장한다. 새어머니가 헨젤과 그레텔을 숲에 버리고 올 때,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해 간 하얀 조약돌을 하나씩 숲 속 바닥에 놓았던 헨젤과 그레텔은 두 번째로 숲에 버려지는 순간, 조각돌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까닭에 때마침 가지고 있던 빵을 조금씩 뜯어서 숲 속 바닥에 놓는다. 하지만, 이들이 놓은 빵을 새들이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숲 한가운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고 헨젤과 그레텔은 결국, 과자로 만든 마녀의 집에 당도한다.

인상적인 것은 과자로 만든 마녀의 집 역시, 밀가루가 원료라는 것. 빵과의 차이가 있다면 끈기가 적은 박력분 밀가루로 만들어지기에 딱딱하게 부스러지는 것이 과자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서양 문학에서 밀가루와 빵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비록,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일본의 국민 만화인 후지코 F. 후지오의 ‘도라에몽’에도 식빵이 등장한다. 일명 ‘암기빵’이라는 이름의 식빵이 그것으로 공부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 주인공 ‘노비타’가 주인공의 수호 로봇인 ‘도라에몽’에게 부탁해서 먹게 되는 미래의 식빵이다. 만화에서는 책에 갖다가 대면 식빵에 책의 내용이 그대로 복사가 되는 식빵이 나온다. 물론, 그 식빵을 먹으면 해당 페이지의 모든 것을 다 기억하게 되고. 하지만, 어리석은 노비타는 식빵을 무리하게 먹다가 그만 배탈이 나게 되고 설사를 하면서 암기빵의 위력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어릴 적 읽었던 이 에피소드는 빵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필자에게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문학에서 눈을 돌려 영화를 살펴보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 ‘피아니스트’이다. 세계적 거장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피아니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2000년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졸지에 생사의 기로에 선 피아니스트 스필만의 이야기는 영화 초반부터 독일군의 폭격 속에 쇼팽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진행된다. 하지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이후, 유대인들을 강제 수용소에 집어 넣은 과정에서 스필만은 동료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고 폐허가 된 도시에서 몰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피아노를 좋아하는 독일군 장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스필만은 자신의 직업을 밝힌 이후, 독일군 장교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강요받는다. 그리하여 독일군 장교 앞에서 그가 선보인 곡은 쇼팽의 ‘발라드 1번.’ 비록 오랫동안 굶주리며 손가락까지 굳은 그였지만 완벽한 연주를 선보인 그였기에 감동한 독일군 장교는 검은 식빵 한 덩어리와 딸기잼 한 덩이를 그에게 보답으로 건네준다. 영화 속 카메라는 오랜 굶주림에 시달린 스필만이 빵과 잼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빠져드는 얼굴 표정을 샅샅히 훑는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빵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다. 어느새 중간 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모두들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

/심 훈 (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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