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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이 포도주는 내 피요, 이 빵은 내 몸이니라”기독교를 식인 종교로 몰고 갔던 ‘빵’은 정치, 경제뿐 아니라 종교적으로 중대했던 먹거리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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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2  13: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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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인정하기 전까지 기독교는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 영화 소재로 종종 등장하는 것처럼, 콜로세움의 사자 밥으로까지 던져졌던 기독교도들은 황제를 신으로 받들던 로마에 있어, 유일신인 하나님만을 믿는 이단아들이었다.

그런 기독교도들을 울렸던 가장 대표적인 종교적 음해가 바로 기독교도들이 식인종이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예수가 죽음을 앞두고 열두 제자들과 벌인 만찬에서 포도주와 빵을 나눠주며 “이 포도주는 내 피요, 이 빵은 내 몸이다”라고 한 말 때문이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반기독교인들은 이후, 예수를 비롯해 예수를 믿는 이들이 식인종이나 다름없다고 소리치고 다녔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실화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로마는 기독교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이들을 십자가에 못 박거나 사자 우리에 던져 넣었다. 그리하여 로마 제국의 혹독한 탄압을 피해 기독교인들은 로마의 지하에 동굴을 파고 그 속에 숨어 들었다. 이름하여, ‘카타콤베’라는 지하 동굴이 그것이다.

낮은 지대의 모퉁이를 의미하는 ‘카타콤베’는 초기 기독교인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지하 묘지였다. 20여년 전에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났던 필자 역시, 로마의 한 카타콤베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안내를 맡았던 가이드는 동굴 내의 양쪽 벽면에 움푹 들어가 있는 길죽한 여러 구멍들이 시신을 올려 놓는 곳이었다며 그 가운데 자그마한 구멍을 보여주곤 왜 작은지를 물어보았다. 이에 관광객 가운데 한 명이 “혹시, 사자 무리에게 먹히고 남은 시신 조각은 아닌지?”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가이드가 알려준 정답은 어린 아이의 무덤이었지만.

각설하고 기독교도들은 모두 한 몸, 한 마음을 의미한다는 예수의 비유는 당시, 증오에 눈 먼 이들이 곡해하고 악용하면서 빵은 기독교인들의 몸을 의미하는 은유가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같은 역사적, 종교적 아픔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기독교에서는 성체 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빵을 먹는다는 것이다. 제병(祭餅, 라틴어: Hostia)이라는 이름의 빵이 그것으로 포도주와 함께 빵은 여전히 성찬 요소 가운데 하나로 기독교 내에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영어 가운데 동반자를 뜻하는 ‘컴퍼니언’(companion)이라는 단어는 ‘…와 함께’를 뜻하는 전치사 ‘위드’(with)의 라틴어인 ‘컴’(com)과 '빵‘(bread)'을 뜻하는 라틴어 ’파니스‘(anis)를 합친 것에서 유래됐다.

여기에서 제병은 기독교 교회에서 성직자가 신자들에게 떼어 나누어 주는 성찬례에 사용하는 빵을 일컫는데 한자어로는 면병(麺餅)이라고도 한다. 성찬례 의식을 거행할 때 포도주와 같이 사용되며, 제병은 사제가 사용하는 대제병과 교우들에게 나눠 주는 소제병이 있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이들은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가톨릭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몸이 빵을 통해 실제로 발현된다고 믿고 있다. 물론, 종교마다 또 교단마다 빵의 구성물은 크게 다르다. 로마 가톨릭 교회, 성공회, 루터 교회 등 서방 교회에서 사용하는 제병은 대개 얇고 둥근 모양에 흰색을 띄고 있으며 누룩이 사용되지 않은 빵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동방 교회에서는 누룩을 넣은 빵을 미사에 사용한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의 가톨릭 교회와 시리아의 말라바르 교회, 마로니트 교회 등은 동방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빵을 제병으로 사용한다.

종교에 따라, 또 같은 종교 안에서도 제작기 다른 빵을 사용하는 이유는 성체 성사에 대한 근거인 최후의 만찬에 대한 설명들이 제작기 다른 까닭에서다. 예를 들어, 공관 복음서에서는 최후의 만찬을 유월절의 식사로 적고 있으며,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요한 복음서의 연대기에서는 최후의 만찬이 유월절 전날의 사건이라 하여 누룩 넣은 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오랜 기간의 논쟁을 거쳐 가톨릭 교회에서는 피렌체에서 열린 공의회를 통해 누룩을 넣지 않거나 누룩을 넣은 빵 모두를 그리스도의 몸이 발현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고대 및 중세에서 종교적으로도 큰 비중을 차지했던 빵은, 오랜 세월 현금처럼 통용되었다. 고대의 기록에는 빵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와 있는데 왕이나 장군, 사제들이 굶주린 자들에게 빵을 준 것을 자랑스럽게 기록하였고 왕은 신하에게 빵을, 장군은 병사에게 빵을 주었으며, 사제들은 보수를 빵으로 받기도 했다. 13세기에는 ‘빵의 순회 재판’이라 하여 빵의 무게와 가격을 속인 제빵사에 무거운 처벌을 내리기도 했다. 그만큼 빵의 무게를 속여 가격을 부풀림으로써 치부한 이들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란 말처럼 ‘그림의 빵’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도 있다. 서양 역사에서는 정치, 경제, 종교에 걸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온 빵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까닭에서다.

쌀이 낟알을 통째로 익힘으로써 밥으로 탄생하는 과정이 단순한 것과 달리, 밀이 빵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밀알을 가루로 제분한 후, 여기에 물을 넣고 반죽한 다음에 열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밀의 반죽을 부드럽게 하는 성질이 쌀과의 차이를 결정짓는다. 이른바 글루텐이란 성분이 그것으로 글루텐이야말로 빵의 보관과 이동을 용이하게 한 밀 문명의 주역이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서양에 준 신의 선물인 글루텐이 어떤 사람들에겐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몸이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 까닭에서다. 이들은 글루텐을 섭취할 경우, 글루텐이 이들의 소장의 내벽을 파괴해 소아 지방변증을 야기하게 된다. 말이 좀 어려워서 그렇지 쉽게 표현하자면 소화 불량에 걸린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1~5세 사이의 유아에게서 자주 발생하며 드물게는 성인에게서도 일어난다. 흔히, 식욕 저하 속에 체중이 감소하고 영양 부족과 함께 입안에 궤양이 새기며 빈혈이 나타난다. 이러한 질병이 알려진 후, 글루텐이 포함되지 않은 밀가루로 만든 제품인 빵과 파스타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일반 가게에서는 구입하기가 쉽지 않아 여전히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밀과 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받아 돼지고기의 영원한 맞수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인류 역사에 있어 가축으로 삼을 만한 100여 종의 짐승 가운데 유용성과 맛에 있어 최상위 군에 자리 하고 있는 소고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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