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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그리스 신화에 단골로 나오는 우제류의 왕, 소머리는 소, 몸은 인간인 크레타 괴물, 미노타우로스 태어나자마자 아폴론의 소떼를 훔친 헤르메스 절세 미녀였지만 암소로 변한 제우스의 불륜 상대 이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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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6  11: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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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반인반수의 황소 괴물, 미노타오로스가 살고 있는 미궁으로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를 안내하는 크레타의 아리아드네

   공주. 작가 미상.

문 1: 발굽이 둘로 갈라져 있는 소와 돼지는 무슨 동물이라 불릴까?
답 1: 우제류(偶奇蹄類)라 한다.
문 2: 그렇다면 말처럼 발굽이 하나로 돼 있는 동물은 무엇이라고 부를까?
답 2: 기제류(奇蹄類)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우(偶)는 짝수, 기(奇)는 홀수, 제(蹄)는 발굽을 의미하는 한자어이다. 풀이하자면 짝수의 발굽을 지니고 있는 동물이 우제류이며, 홀수의 발굽을 지니고 있는 동물이 기제류라는 것이다. 해서, 예전에는 짝수를 우수(偶數), 홀수를 기수(奇數)라 부르기도 했다.

각설하고 인류사에 있어 가장 늦게 가축으로 합류한 소는 우제류의 대표적인 짐승이다. 실제로 우제류는 소류, 또는 소목이라고도 불린다. 그런 까닭에 우제류의 우(偶)가 소 우(牛)자를 뜻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도 있다.

돌이켜 보면, 우제류의 대표 동물로서 인류의 농경 문화에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해 왔던 소는 많은 지역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숭배되거나 매우 귀하게 대접받아 왔다. 가축화가 시작된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약 6000여년간, 시기와 지역을 물론하고 많은 지역에서 소를 도살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일찍이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소를 신의 사자(使者)로 여겼다. 더불어서 그리스 신화에 자주 모습을 보인 소는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귀하게 대접받는 존재였음을 신화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그 가운데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의 황소가 대표적인 예이다.

줄거리를 간단히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크레타의 왕이 죽자 자식들이 왕위 계승 문제를 놓고 다퉜다. 이에 미노스는 다른 형제들을 향해 신이 자신에게 크레타 왕국을 맡겼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자신이 기도를 올리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제물로 바칠 황소를 직접 보내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윽고 기도를 올린 미노스에게 포세이돈은 훌륭하고 아름다운 황소를 보내주었고, 미노스는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데 포세이돈의 황소가 탐이 난 미노스는 그 종자를 퍼뜨릴 요량으로 황소를 신에게 바치지 않고 다른 황소로 바꿔치기 한다. 크게 분노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왕비가 황소에 반하게 한 뒤, 황소와 사랑을 나누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탄생한 주인공이 몸은 인간이요, 머리는 황소인 반인반수(伴人伴獸)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미노타우로스가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괴물이었다는 것. 이에 미노스왕은 명장 다이달로스를 시켜 아무도 빠져 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그 곳에 가두고 정기적으로 인간 제물을 바쳤다. 훗날, 미노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가운데 한 명인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헤르메스에 얽힌 그리스 신화에도 소가 등장한다. 올림포스에 사는 12명의 주요 신 가운데 한 명인 헤르메스는 제우스가 자신의 정실인 헤라의 눈을 피해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와 불륜을 저질러 태어난 ‘전령의 신’이다. 태어나자마자 요람에서 기어 나온 그는 자신의 이복 형인 아폴론이 목동으로 일하고 있는 곳으로 가, 그가 애지중지하는 소를 훔친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소떼 전체를. 더불어 그 가운데 몇 마리는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기까지 한다. 그런 연후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요람으로 다시 돌아온 헤르메스.

나중에 소떼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아폴론은 사방팔방으로 헤매다가 헤르메스가 이 모든 일을 저지른 것을 알고는 그에게 소떼를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지자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제우스는 중재에 나서고 헤르메스가 동굴 입구에서 만난 거북이의 등껍질로 하프를 만들어 ‘태앙의 신’인 동시에 ‘음악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에게 사과의 선물로 건네자 둘 사이의 갈등은 극적으로 봉합된다. 헤르메스가 ‘도둑의 신,’ ‘상업의 신’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그렇게 소를 훔친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총애를 받아 날개가 달린 투구에, 날개가 달린 신발을 신으며 제우스의 메시지를 인간에게 전달하는 전령으로 맹활약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창 옆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의 모자를 통해 헤르메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형의 소떼를 훔친 주인의 이력을 조용히 묻어둔 채.

뛰어난 미모를 지녔기에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던 ‘이오’의 이야기도 있다.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로, 제우스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은 그녀는 제우스의 역대 불륜 상대 가운데 헤라로부터 가장 큰 미움을 받은 여인이다. 물론, 그녀의 미모 역시 그만큼 뛰어났을 터. 그리하여 강가에서 제우스의 사랑을 받게 된 이오는 헤라를 두려워한 제우스의 마법에 의해 하얀 암소로 변신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헤라가 암소를 선물로 달라고 하자 제우스는 자신의 불륜이 탄로날까 두려워 이오를 내 주고, 이오는 눈이 백 개나 달려 있으며 영원히 잠들지 않는 아르고스에 의해 감시를 받게 된다.

이번에도 이 모든 사태를 지켜 보고 있던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불러 아르고스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이에 재간둥이 헤르메스는 아르고스에게 다가가 수많은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들려주며 하나 둘씩 아르고스의 눈들을 잠재우고 나중에 피리까지 불어가며 마지막 눈을 감도록 유도한 후, 그의 목을 베어 버린다. 하지만 헤라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이오에게 등에떼를 보내 그녀를 괴롭힌다. 등에떼가 얼마나 집요하게 그녀의 피를 빨아 먹었던지 새하얗던 그녀의 몸은 온통 빨갛게 물들었으며, 이오는 결국 바다까지 건너 도망가게 된다고 그리스 신화는 전하고 있다. 그녀는 포세이돈에게 무사히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간청하고 포세이든은 그녀의 기도를 들어준다. 당시, 이오가 건넜던 바다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있었던 곳이며 그렇게 이오가 건넌 바다는 오늘날, 이오의 바다인 이오니아로 불리고 있다.

그리스에서 이오니아 해를 거쳐 이집트까지 헤엄쳐 건너간 이오를 보다 못해 제우스는 헤라를 찾아가 용서를 빌고, 헤라가 제우스의 사과를 받아들임으로써 이오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올림포스 산에 여신으로 입성하게 된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소라는 낱말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에 대해 풀어보도록 하겠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6월이 코앞이다.

-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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