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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힌두교의 제사장인 브라만이 운송 수단으로 신성시한 소농경 문화에서 귀한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숨은 이유 소 사랑 넘치는 중국도 소 우(牛)변 쓰는 한자만 135개 ‘개이득’의 ‘개’ 해당 표현, 대단하단 의미의 “‘소’ 같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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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2  13: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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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우와 직녀가 나오는 고구려 덕흥리의 고분 벽화. 평안남도 대안시 덕흥리에 있으며 AD 408년에 만들어 졌다. 그림 가운데 물줄기가 은하수이며 왼쪽에는 직녀가, 오른쪽에는 소를 끄는 견우가 보인다. 출처 네이버 지식 백과

지난 시간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소 이야기를 소개해 봤다. 이번 시간에는 이집트와 중국에 대한 이야기다. 기록을 찾아보니 고대 이집트에서도 소는 풍년을 가져오는 농경 여신의 신성한 짐승으로 숭배되었다. 소는 때문에 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에만 제물로 바쳐졌으며 이를 위해 이집트 전국의 소 가운데 단 한 마리가 선발돼 결실의 신인 ‘이시스’의 신전에서 일정 기간 사육됐다. 그러다 나일강의 범람이 시작되기 직전, 신성한 소는 신을 향한 제물로 바쳐졌다. 물론, 해당 기간 동안 선발된 소가 신물(神物)로서 성스럽고 귀한 대접을 받았음은 당연지사다.

고대 인도에서도 소는 귀한 성물로 신성시됐다. 비단, 고대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인도에서는 가장 신성한 동물이 소다. 이유는 인도의 전통적 통치 계급인 브라만에게 있다. 사실, 힌두교인들이 처음부터 소고기를 먹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현재 법률상으로는 폐지됐지만 관습적으로 남아 있는 카스트 제도의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이 소고기를 먹지 않았을 뿐이다. 이는 힌두교의 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시바신의 운송 수단이 소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상위 계층이 먹지 않기 때문에 힌두교도 전체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이는 마치 불교 국가였던 고려의 승려 계층이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고려인들 모두가 육식을 기피한 것은 아니라는 맥락과 동일하다.

이와 관련해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에서 식량 생산을 위한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까닭에 그 어느 국가보다 소를 중시했다는 설명과 함께, 소똥 역시 땔감으로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되었다는 등의 역사적, 경제적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해서 인도에 매장을 열고 있는 맥도날드, 버거킹 등 미국의 햄버거 체인들은 소고기 맥버거나 와퍼 대신, 양고기, 닭고기 맥버거와 와퍼를 선보이고 있다.


역시, 농경 문화인 중국의 소 사랑도 유별나다. 먼저, 한자어를 살펴 보아도 소 ‘우’(牛) 변을 쓰는 한자어는 무려 135자에 달한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한자어로는 발 갈 ‘리’(犁)자와 밭 갈 ‘비’(㹃)자가 있다. 말하자면 밭을 가는 짐승은 곧 소란 뜻이다. 가축을 기를 ‘목’(牧)자 역시, 소 ‘우’(牛)자를 부수로 하며, 물건 ‘물’(物)자에도 소 ‘우’(牛)변이 들어간다. 가축의 대표적인 짐승 역시 소이며, 재산 가운데 으뜸도 소란 말이다.

희생 ‘희’(犧), 희생 ‘생’(牲)자 모두에 소 ‘우’(牛)변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짐작컨대, 고대의 중국에서도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하늘에 올리는 제사에서 소를 바쳤다. 이와 관련해서는 맹자(孟子)의 양혜왕 장구 상(梁惠王 章句 上)의 7편에도 소가 등장한다. 인간은 착하게 태어났기에 어떤 임금이라도 선정을 베풀 수 있다는 왕도(王道) 정치를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에게 주창하는 맹자의 선성설에서다.

중국 전국 시대에 가장 강했던 7개의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제나라는 선왕이 들어선 이후, 숱한 전쟁 속에 백성들이 고통을 겪었다. 더불어 제선왕은 술과 여자를 좋아하며 궁궐을 호화롭게 꾸미는 향락 생활을 즐겼다. 그런 제선왕이 맹자가 제나라를 들렀을 때 궁궐로 초청해 이렇게 물었다. “저 같은 사람도 선정을 베풀 수 있습니까?” 이에 맹자는 “왕께서 대청 위에 앉아 계실 때, 소를 끌고 대청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왕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소를 데리고 어디로 가는가?’ 하고 말씀하시자, 소를 끌고 가는 사람이, ‘제사용 타종에 소의 피를 묻히기 위해 소를 죽이러 갑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사실입니까?”라고 답하자, 제선왕은 “사실입니다”라며 “당시 저는 그 사람에게 ‘그만 두어라. 내가 그것이 무서워 벌벌 떨면서 죄 없이 사지로 가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구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소를 끌고 가던 그는 ‘그러면 종에 소 피를 묻히는 ‘흔종’을 그만둘까요?라고 물었고, 저는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느냐, 양으로 바꾸어라’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대구한다.

이에 맹자는 제선왕이 눈 앞에서 벌벌 떠는 소를 불쌍히 여겨 눈에 보이지 않으며 또 소보다는 덜 귀하게 여겨진 양으로 제물을 대체한 이유가 왕의 선한 마음에 바탕하고 있는 바, 제선왕은 충분히 선정을 베풀 자질이 있다고 강조한다.

참, 소에 대한 한자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끌 견(牽) 자에도 소 우(牛)변이 들어간다. 참고로 ‘견’(牽)자는 ‘견우직녀’ 설화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앞 글자를 형성하는 한자이다. 말하자면, 소를 끄는 목동의 한자어가 견우였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직녀의 ‘직’(織)자 역시, ‘베 짤’ 직(織)자이기에 견우와 직녀는 굳이 말하자면 소 끄는 목동과 베 짜는 아가씨란 한자어의 주인공들이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畜(축)이라는 한자어가 곧 소를 뜻했다. 축(畜)이 원래는 가축을 의미하는 한자어이고 보면, 결국 소가 그만큼 중요한 가축이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말로 굳이 따지자면 시쳇말로 대단함을 의미하는 구어적 접두어인 ‘개’에 해당하는 단어가 또한 ‘소’이다. 한국에서는 ‘개’를 사용해 ‘개푸짐,’ ‘개이득’ ‘개대박’ 등으로 대단함을 표현하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진짜 소네”라는 표현으로 대단함을 표현한다. 그런 중국어는 본토 발음을 그대로 음차해 나타낼 경우, “너 정말 대단해!”라고 말한다면 “你(니) 真(쯘) 牛(늬오우)”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도 소가 중국인들에 주는 의미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번영과 안녕, 평화와 행복을 상징하기에 수많은 중국화에서 수천 년 동안 단골 소재로 등장한 까닭에서다. 도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산수화에서는 그리하여 목동이 소를 몰고 가거나 소 등에 올라탄 채 피리를 부는 풍경이 자주 나타난다. 이름하여, 중국판 유토피아인 무릉도원의 절대 소재라고나 할까?

동물들로 표현되는 12지간에서 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절대적이다. 우스갯소리로 아득히 먼 옛날, 동물들의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100년 동안 달려야 하는 장시간 경주가 열렸을 때, 달리기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부지런함과 인내의 동물이 바로 소였다. 그렇다면 당시의 달리기 경주에서 누가 우승을 했냐고? 당연히 12지간의 첫 번째 동물인 쥐가 1등을 차지했다. 쥐는 꾀돌이답게 소의 등에 올라타고 100년을 우직하게 달린 소가 결승점에 도달하기 직전, 소 등에서 뛰어내려 골인했다는 전설 아닌 전설의 주인공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회에 편승해 이득을 보는 존재는 있게 마련이며 이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소에 대한 마지막 에피소드와 함께 ‘식탁 위의 인문학’을 마치겠다. 

   
▲ 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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