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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 면할 ‘정당한 사유’ 해당 ‘병역거부 종교교리 남용’ 막을 판별 기준도 제시
김다솜 편집장  |  luv_s0m@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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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3  10: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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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일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형사처벌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04년 7월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던 기존 판례를 14년 3개월 만에 바꾼 것이다. 대법원이 종교ㆍ양심적 자유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한 사유’로 본 첫 판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오승헌(34)씨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오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병역법 88조1항은 현역 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종교적 병역 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14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대법원이 오씨의 종교·양심적 자유를 인정한 것이다. 오씨의 병역 거부를 두고 대법관 13명 중 9명은 무죄, 4명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종교·양심적 자유가 병역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봤다. 따라서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밝힌 원심 파기환송의 취지는 양심이 병역법 88조 1항이 규정한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대법관 13명 중 김 대법원장과 김재형, 권순일,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대법관 등 8명이 다수의견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해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에서 처벌의 예외사유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종교 또는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판별하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한다”고 정의했다. 이어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야한다”고 했다. 병역을 기피하는 용도로만 종교를 내세우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에 비춰 오씨가 △13살 때부터 신앙생활 시작 △2003년 최초 입영통지 받은 이래 현재까지 신앙을 이유로 입영거부 △아버지와 동생도 같은 이유로 옥살이 △부양해야 할 배우자, 어린 딸, 갓 태어난 아들이 있는 데도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점을 “양심과 신념의 진실성”을 인정한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이외에도 ‘양심적 병역거부 교리 남용’을 막기 위한 기준도 제시했다. 해당 종교 교리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담겼더라도 △다른 신도들도 병역을 거부하는지 △교단에서 신도로 인정하는지 △교리 내용 전체를 철저히 따르는지와 함께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 △개종했다면 그 이유 △신앙 기간과 실제 종교 활동 등을 주요한 판단 요소로 들었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모두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지만 쉽게 판정하기 힘든 ‘양심의 진정성’을 놓고 새로운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가 재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는 별도의 구제절차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만 영향을 미친다.

원심인 유죄를 유지해야한다고 판단한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대체복무제 도입 등으로 국가 정책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판결이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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