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식인 풍습에서 인류 구원해준 고마운 닭 매년 600억 마리 도축되는 최고 단백질원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11.17  09:32:3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문 1: 지구상에서 가장 개체 수가 많은 조류는?
답 1: 닭입니다.
문 2: 그렇다면 현재 전 세계의 닭 수는 어림잡아 몇 마리일까요?
답 2: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여러 언론 기사들을 토대로 보면 대략 600억 마리 정도로 추산됩니다. 참고로 현재 지구상의 인구 수는 약 74억 명이기에 닭은 인류보다 8배나 많습니다.

실제로 닭은 가금류를 대표하는 동물로서 지구상에서 날개를 가진 동물들 가운데에서는 그 수가 가장 많다. 그런 조류의 순위를 알아보려 인터넷을 뒤져보니 2위는 다름아닌 오리란다. 더불어 3위는 뜻밖에 칠면조이고. 그런데 오리는 해마다 26억 마리 정도가 도축되고 있으며, 칠면조는 7억 마리가 생산된다고 하니 오리와 칠면조를 모두 합해도 그 수량은 닭의 1/20밖에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비율을 자랑하는 닭이 아닐 수 없다.

나라별로 보면 세계 최대의 닭 생산 국가는 미국으로 전 세계 닭의 19%를 생산하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중국과 브라질이 각각 15%와 11%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이들 세 나라가 생산하고 도축하는 닭의 양만 해도 전 세계 도축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사실 닭이 이토록 많이 도축되는 데에는 종교적, 문화적인 요인도 한몫 하고 있다. 특정 종교나 문화의 경우 소 또는 돼지, 생선 등을 기피하기에 닭이 대용 식품으로 각광받는 까닭에서다. 그리하여 소가 신성시되는 인도나 돼지를 기피하는 이슬람권에서는 닭이 소고기나 돼지고기 대신, 햄버거의 패티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비행기 내에서 기내식으로 나오는 도시락 속의 고기는 언제나 소고기(비프) 아니면 닭고기(치킨)이다. 물론, 아직까지 힌두교도들보다 이슬람 교도들이 비행기를 많이 타기 때문일 터. 하지만 먼 훗날 힌두교도들이 지상 최대의 비행기 승객으로 등극한다면, 기내식 선택은 곧 닭고기 아니면 양고기로 바뀔 수도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미 애니메이션 ‘심슨’에서도 여러 문명을 통틀어 가장 많이 사랑받는 메뉴로서의 닭고기에 관한 찬사가 나온다. ‘시즌 21’에서 16번째로 방영된 에피소드가 그것으로 여기에서는 심슨 가족이 예루살렘으로 가게 된 가운데 주인공인 호머 심슨이 고대 로마 제국의 원로원 의상인 ‘토가’를 입고 원형 극장의 한 가운데에 마련된 연단에 서서 사람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 같음을 축하하라. 누군가를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누군가는 어패류를 먹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치킨은 사랑하니 않느냐!”라고 익살스럽지만 나름대로 상당히 진지한 메시지를 전하며...

그러고 보면, 세계에서 점포 수가 가장 많은 프렌차이즈 전문점들도 모두 치킨집들이다. 우선,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KFC’와 ‘파파이스’ ‘엘 폴로 로코’ ‘처치스 치킨’ ‘보스턴 마켓’ 등 20여개의 체인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이 가운데 ‘KFC’와 ‘파파이스’ 그리고 ‘보스턴 마켓’을 먹어봤으며, 그 가운데에서 ‘파파이스’를 특히 좋아했다. 참고로, ‘파파이스’는 튀어나온다는 의미의 ‘pop(팝)’과 ‘eyes(아이스)’가 합쳐져 연속된 발음으로 만들어진 글자로서 이는 곧 눈들이 튀어나올 만큼 맛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남부에서 전통적으로 유명한 케이준 요리법을 사용해 닭을 튀겨낸 ‘파파이스’는 당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뽀빠이’를 중의적으로 연상시키기도 했다. 건강의 대명사인 ‘뽀빠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하지만 ‘파파이스’가 복수형인 까닭에 ‘파파이스’는 ‘뽀빠이’ 가족을 연상시키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메뉴로 자신의 브랜드를 좀 더 업그레이드 했다. 덧붙이자면, 미국에서는 ‘파파이’로 불리던 단어가 일본에 들어와서는 ‘뽀빠이’로 불리게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파파이’라는 미국 현지 발음은 ‘뽀빠이’라는 일본식 이름을 지니게 됐다. 물론 필자도 미국에서 가서 ‘파파이스’를 먹고난 다음에야 이와 같은 후문을 듣게 되었다.

각설하고, 한국의 경우도 치킨 프렌차이즈는 만만치 않게 많다. 필자가 인터넷을 뒤져가며 찾아보니 브랜드가 확인된 것만 무려 92개. 그 가운데 1위부터 10위까지 찾아보니 1위는 필자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굽네 치킨’이란다. 치킨은 튀겨야 제 맛인데 건강을 생각하면 구워먹는 치킨이 한국인의 배달 식탁에서는 가장 많이 소비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교촌 치킨’ ‘맘스터치’ ‘BBQ’ ‘BHC’ ‘네네치킨’ ‘처갓집양념치킨’ ‘또래오래치킨’ ‘호식이 두 마리’ ‘페리카나치킨’ ‘치킨 마루’ 등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들이 줄줄이 뒤를 잇고 있다.

참, 우리나라는 반도체뿐만이 아니라 치킨에서도 세계적인 강국이다. 한국인들의 연간 치킨 소비량이 무려 8억 마리에 달하기 때문이다. 5천만의 국민들이 1인당 1년에 16마리의 닭을 먹는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1인당 소비량에 있어 전세계 평균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소비되는 닭이 인류의 식인(食人) 풍습을 퇴치한 1등 공신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닭과 달걀이 인류의 가장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한 까닭에서다. 실제로, 닭이 가축으로 사육되기 전까지 인류는 만성적인 단백질 부족에 시달렸으며 식인(食人)은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행해져 온 ‘필요악’이었다. 물론, 그러한 식인 풍습은 같은 집단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이웃 부족과의 전쟁을 통해 수행되었다. 그런 까닭에 풍토상, 단백질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파푸아 뉴기니의 산간에서는 20세기까지도 식인 풍습이 버젓이 남아 있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총, 균, 쇠’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이다. 해서,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던 인류를 단백질 결핍으로부터 해방시켜준 고마운 동물이 바로 닭이다.

인터넷 지식백과 사전인 ‘나무위키’에 따르면 닭은 곡물 사료를 고기로 바꾸는 효율에서는 소와 돼지를 능가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곡물을 투입해 얻을 수 있는 고기 무게로 따지면 닭이 가축 가운데 최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곡물이 넉넉하지 않거나 비쌀 경우에는 닭을 제대로 키울 수 없음을 뜻한다. 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식만 먹어도 쑥쑥 잘 크는 돼지보다 닭이 예전에는 더 비쌌던 이유다. 실제로, 곡물 가격이 비싼 북한에서는 닭고기가 돼지고기보다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필자 역시, 어린 시절에는 돼지고기, 소고기를 종종 먹었지만 닭고기는 어머니께서 큰 맘 먹고 시장에서 사 오셔야 먹을 수 있었다. 더불어 당시의 동네 시장은 모두 재래 시장이었기에 닭집에서는 지저분한 닭장 안에 닭들을 가둬놓고 있었으며 손님이 오면 닭을 꺼내다 목을 칼로 따서 피를 다 빼낸 다음, 뜨거운 물이 들어 있는 솥에 집어넣어서 털을 다 뽑은 다음에 건네주었다. 어린 시절, 좋아하는 닭요리를 해준다는 말에 엄마를 따라 시장에 나섰다가 목격했던 닭 잡는 광경은 지금도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닭이 푸드덕거리며 비명을 질러대는 와중에 닭집 안을 채웠던 후끈후끈한 증기는 그렇게 내 눈과 코, 그리고 귓가에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의 어머니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그렇게 비위생적인 곳에서 끔찍한 광경을 경험하며 닭을 사가지고 와서 삼계탕이나 백숙을 해주셨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닭에 얽힌 인간사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어느새 11월도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모두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조심 하기 바란다.  

   
 
/심훈 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포토에세이] 포토에세이, 그 마지막 이야기
2
한국전통 문양 만들기 시민·외국인 학생들 ‘성황’
3
2019학년도 예결산 심의 결과 발표
4
한 학기 한번 소속변경 기간, 신중한 선택 필요
5
총학 중간 공약 점검, 이행된 것보다 논의할 게 더 많아
6
디지털 인문예술 전시회 개최, 30일 시상식 진행
7
더 편하게, 더 쉽게 춘천 곳곳을 누비게 되다
8
교내 성문화 실태 보니…성희롱·추행·폭행 ‘다섯명 중 한명 꼴’
9
중국·대만 외 지역 교환학생 설명회 열려
10
캠퍼스라이프센터 독서 문화 공간, 같이 읽고 나눠보는 공유의 장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찬미(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