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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12지간 가운데 유일한 조류 대표 동물 길조라 하여 신라의 국조(國鳥)였던 닭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춘천과 마닐라 시내에서도 울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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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4  10: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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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간에는 인류를 식인 풍습으로부터 구해낸 소중한 단백질 원이 닭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중국의 12지간 가운데 조류로서는 유일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물 또한 닭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닭이 조류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닭은 그 순서상 12개의 동물 가운데 11번째에 자리해 있다. 반면, 닭고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한국식 12지간을 기준으로 보자면 응당 첫 번째 자리를 꿰차야 하는 동물이 닭이라는 생각이다.

   
▲ 가축화된 닭의 선조인 적색 들닭 중 수컷의 모습이다. 화려한 깃털이 인상적이며 가축화된 닭의 모습과 대단히 흡사하지 만 들닭답게 좀더 억세 보인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각설하고, 발생학에 따르면 닭은 인류가 농경 생활을 시작한 이후인 기원전 약 5000년경부터 가축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 닭의 가축화가 시작된 곳은 들닭의 발생지인 동남아시아로 알려져 있다.

당시, 들닭은 대나무 숲에 서식했으며 대나무 숲에 쌓인 대나무 씨앗이 좋은 먹이였다고 한다. 이에 동남아인들은 들닭의 가축화를 시도했으며 결과적으로 매일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사육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축화에 성공한 닭은 이후, 중국과 인도를 거쳐 유럽에 전파됨으로써 전 세계로 퍼져 갔다. 하지만, 당시에는 닭을 대량으로 사육할 만한 환경이 되지 않아 닭고기보다는 달걀이 주된 단백질 공급원으로 역할을 했다.

해서, 한국인들이 퇴근길에 통닭 한 마리를 사 가거나 간단하게 전화로 치킨을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은 닭이 대규모로 사육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부터였다. 그리하여 지금은 닭 한 마리의 원가가 2000원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생산 가격이 낮아졌지만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사위가 와야 비로소 잡을 수 있는 귀한 가축이 씨암탉이었다. 유달리 계란을 좋아했던 필자는 어린 시절, 계란조차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관계로 항상 실컷 먹지 못해 아쉬워했던 기억을 지금도 지니고 있다.

그런 까닭에 아침상에 매일 계란이 오를 수 있게 된 것도 얼마 안 된이야기이다. 더불어서, 21세기의 닭은 그 모습과 성장 행태도 과거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 몸집이 커진 것은 물론, 가슴살도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물론 닭이 곡식을 먹는 양은 더욱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예전에는 닭이 다 클 때까지는 석 달 이상이 걸렸지만 지금은 50일이면 성체(成體)가 된다고 한다. 시간이 현대 사회에서 빨리 크는 것이 돈을 버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크면, 사료비는 물론, 인건비와 전기비 등 모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조류를 통틀어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지만 닭의 입장에선 결코 기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서 사료 전문가들은 지금도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적은 비용으로 닭이 좀 더 빠르고 무겁게 클 수 있도록 치열하게 연구 중이다.

달걀과 고기를 안겨주는 데다 새벽에 우는 습성 때문에 아침을 여는 상서로운 길조로 숭배돼 온 대상 또한 닭이다. 물론, 무수한 신화와 전설, 민담과 설화에서는 새벽 닭이 구한 숱한 생명들이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요괴와 귀신이 우리의 주인공을 잡아먹기 직전에 말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닭은 새벽에만 우는 것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운다고 한다. 이유는 닭이 빛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새벽녘에 우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릴 뿐이다.

지금은 대도시에서 닭을 키우는 집이 사라졌지만 예전만 해도 시내 한복판에서 닭을 키우는 집들이 종종 있었다. 필자가 한림대에 부임한 2002년 당시만 하더라도 아침에 조깅을 하러 학교 밖으로 나가면 여기저기서 닭 우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한림대 미디어 스쿨과 교환학생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마닐라의 필리핀 국립대학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필리핀 국립대학의 담장 옆에 자리한 민가에서 닭들을 키워대는 통에 새벽녘마다 닭울음소리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설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0년대 중반의 일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닭을 길조로 여겨 국조(國鳥)로 삼은 나라가 신라라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박혁거세의 부인인 알영 부인은 닭 벼슬을 가진 용인 계룡(鷄龍)의 왼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더군다나 알영 부인의 입은 닭의 부리와 같았다고 하는데 경주 월성의 북쪽에 있는 북천에서 얼굴을 씻겼더니 부리가 떨어졌다고 전하고 있다. 후덕(厚德)함이 남달랐던 알영 부인은 이후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와 결혼해 왕후로 책봉됐으며 박혁거세와 함께 이성(二聖)으로 칭송되기에 이른다. 그래서일까? 삼국유사에서는 인도가 신라는 ‘닭을 귀하게 여기는 나라’로 불렀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경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의 탄생 설화에도 닭이 등장한다. 신라의 4대왕인 탈해왕이 금성 서쪽의 수풀 속에서 닭울음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가서 금으로 만든 함을 발견하고 열어 보니 김알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탈해왕은 금함에서 나왔다 하여 아이의 성을 김씨로 정했으며, 이 수풀을 닭의 숲을 의미하는 ‘계림’(鷄林)으로 불렀다. 그리하여 22대 지증왕이 단일 국호를 정할 때까지, 신라는 서라벌, 계림 등의 이름으로도 통용됐다.

해서, 길조이자 국조로 숭상되던 닭이 치킨으로 변한 사실을 2000년 전의 신라인들이 알면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더군다나 닭을 모욕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닭대가리’라는 사실도 접하게 된다면 말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닭은 오독(五毒)의 천적이라 하여 대단히 귀한 대접을 받아왔는데 말이다. 덧붙이자면, 오독(五毒)이라 함은 뱀, 전갈, 지네, 도마뱀, 두꺼비의 다섯 가지 독성 생물을 뜻하는 용어이다. 그리하여 한국의 민간 설화에서는 까닭을 알 수 없는 해악이 마을을 뒤덮었을 때, 마침 마을을 지나가던 고승이 닭을 풀어 헛간이나 아궁이, 변소 등에서 풀어 놓으면 곧 해악이 없어질 것이라고 처방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물론, 마을에 해악을 끼친 존재는 대부분 1천년된 독사나 독지네, 또는 독두꺼비이고.

그럼, 다음 시간에는 닭과 관련된 각국의 언어와 속담, 그리고 문학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심훈 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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