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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원숭이 길들이기 위해 눈앞에서 죽이던 닭 여자 종의 머리 묶은 모습에서 만들어져우리나라에서는 닭이 ‘때(ㄷ)를 알(ㅏ)리(ㄹ)는 곡(ㄱ)’을 울린다는 어원 지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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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1  07: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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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찰스 디킨스의 소설, ‘조셉 그리말디의 추억’에 삽입된 삽화. 주인공인 광대 조셉의 원숭이가 체인이 끊어지며 오케스트라 부스로 떨어지는 장면이다. 조지 크룩생크의 1838년 작품. 이런 곡예 원숭이를 중국에서는 닭을 죽여가며 훈련시켰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시간에는 신라의 길조로 대접 받았던 닭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닭을 둘러싼 각국의 언어와 속담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닭은 날개에서 왔다는 설과 때를 알려주며 운다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먼저 닭이 날개에서 왔다는 주장은 아직까지 날개를 ‘달개’로 부르는 경북 청송의 방언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날개의 옛말인 ‘달개’에서 닭이라는 용어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터키어로 닭이 ‘다욱’이란 불리고 있는 점을 통해 힘을 받는다.

닭이 때를 알리는 울음을 우는(곡을 하는) 동물에서 생겨났다는 주장은 때를 의미하는 ‘ㄷ’에 ‘알리다’의 대표 모임인 ‘ㅏ’와 대표 자음인 ‘ㄹ’, 그리고 마지막으로 곡(哭)한다 뜻의 ‘ㄱ’이 합쳐져 ‘ㄷ’ + ‘ㅏ’ + ‘ㄹ’ + ‘ㄱ’으로 ‘닭’이 됐다는 설이다. 두 주장 모두 그럴 듯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너무 정밀한 까닭에 과연 그런 공식을 통해 옛 사람들이 ‘닭’이라는 낱말을 만들어냈을지는 자못 의심스럽다.

한자어를 찾아보니 닭 ‘계’(鷄)자는 머리 묶인 여자 포로의 머리 모양과 같은 볏을 가진 새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자어를 뜯어보면 닭 ‘계’는 어찌 ‘해’(奚)와 새 ‘조’(鳥)로 구성돼 있는데 어찌 ‘해’(奚)는 ‘여자 종’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 의미가 결합돼 새로운 글자를 탄생시킨 닭 ‘계’(鷄)자는 형성자에 해당한다 하겠다. 하지만 획수가 워낙 많다보니 현대 중국어에서는 이를 대폭 줄인 간체자로 표기해 또 ‘우’(又) 자와 함께 새 ‘조’(鳥)의 자의 간체자(鸟)를 사용해 표시한다. 그렇게 탄생한 현대 중국어의 닭은 ‘鸡’이며 발음은 ‘지’다. 재미있는 사실은 닭이라는 말이 중국에서는 ‘기녀’ 또는 ‘창녀’를 의미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 볼 때, 역사적으로 여자 포로나 종에서 기원한 닭이 수천 년이 지난 현재에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국에선 닭이 창녀를 의미하기도
일본에선 ‘마당에서 기르는 새’가 닭
독일어로는 필자의 이름인 ‘훈’이 닭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닭이 ‘니와토리’(にわとり)로 불린다. ‘니와’란 마당을, ‘토리’란 새를 뜻하기에 마당에서 키우는 새가 일본의 닭이 되는 셈이다. 참, 독일어로 닭은 필자의 이름과 같은 ‘훈’(Huhn)이다. 독일에서 통성명을 하게 되면 ‘심 닭’이 필자의 이름이 되는 것이다.

영어로 닭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 법한 ‘치킨’(chicken)이다. 필자가 중학교 때 영어를 처음으로 배우던 시절, 치킨을 키친(kitchen)과 자주 혼동했던 기억이 난다. 발음도 비슷하고 철자도 비슷해서도 매양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처럼 우리나라의 프렌차이즈 치킨 업체만 92개에 달했더라면 외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련만. 그러고 보면, 필자가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먹어 보았던 KFC의 닭고기 세트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을 전해 주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강렬한 미각을 안겨주었지만 당시 치킨 햄버거 세트 가격이 워낙 비쌌기에 결국, 몇 번밖에 사먹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참, 영어에서는 닭을 일컫는 용어가 무척 다양하다. 중국과 한국, 일본과 독일에서는 닭을 부르는 이름이 하나밖에 없지만, 영어에서는 ‘치킨’과 함께 암탉만을 의미하는 ‘헨’(hen), 수탉을 의미하는 ‘루스터’(rooster), 콕(cock) 등이 있다.

속담을 살펴보면, 우리의 삶과 밀접했던 닭의 유용성을 보여주듯, 그 사례가 무척 많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라는 옛말과 ‘소, 닭 쳐다보듯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더불어, ‘닭발 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과 ‘닭 머리가 될지언정 소꼬리가 되지 마라’라는 격언도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닭 머리가 될지언정 소꼬리가 되지 마라’라는 격언은 한ㆍ중ㆍ일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원래 중국에서 사용되던 것이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됐으리라 짐작된다. 이와 함께, ‘닭 잡은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표현도 있다. 출처는 논어(論語)의 양화 편. 그런 의미에서 닭과 관련된 많은 표현들이 중국에서 건너 온 것으로 보인다.

참,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대단히 여성혐오적인 속담도 있다. 지금은 이런 말을 쓰면 큰일 나는 시대가 됐지만 예전부터 얼마나 여성을 폄하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속담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한국 민주화의 큰 인물인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1980년대의 전두환 군사 정권 아래에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유명한 말로 국민들에게 민주화의 희망을 심어준 바 있다.

닭과 관련해 우리에게 낯선 중국 속담으로는 ‘닭이 너무 많으면 달걀이 적다,’ ‘좋은 개는 닭을 물지 않고, 좋은 남편은 부인을 때리지 않는다,’ ‘족제비 닭에게 새해 인사 하는 격,’ ‘원숭이 앞에서 닭 죽이기’ 등이 있다. 첫 번째 속담은 넘치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잉태한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의미를, 두 번째 속담은 마당에 키우는 닭을 개가 얼마나 잘 공격하는지에 대한 현실을, 세 번째 속담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처럼 족제비 역시, 닭의 천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마지막 속담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일찍부터 원숭이 쇼가 발달했던 중국에서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원숭이들을 길들이기 위해 원숭이들 앞에서 수탉의 비명과 푸드덕거림을 피와 함께 보여줬던 데에서 연유하고 있다. 실제로 이 방법은 원숭이들을 길들이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어서 매우 보편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오죽 했으면 속담으로까지 굳어졌을까?

그럼, 다음 시간에는 닭에 얽힌 고사성어와 함께 미국에서 닭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새 12월이다. 모두들 행복한 12월이 되기 바란다. 

/심훈 언론방송융합미디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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