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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중국선 유력 정치인의 목숨을 살린 닭이 서양에선 베드로가 주님 부정한 매개로동서양 모두에서 머리 나쁘고 겁쟁이를 의미하는 대명사로 통용된 비운의 가축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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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8  13: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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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달걀을 낳아주고 살까지 내주는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닭은 역사적으로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무시받아 왔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머리가 나쁘다는 의미로 상대방을 폄하할 때 ‘닭 대가리’라 불렀으며 똥을 닭과 연계시켜 더럽고 지저분한 것의 대명사로 비하했다.

닭의 모래주머니는 ‘닭똥집’으로, 사람의 굵은 눈물은 ‘닭똥’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 그러고 보니 닭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닭장’도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진 않다. 닭과 관련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부정적인 어구로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을 들 수 있다 수많은 닭 가운데 한 마리의 학 말이다.

이와 같은 닭 폄하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어서, 머리 나쁜 이는 미국에서도 ‘치킨 헤드(chicken head)’라고 불린다. 닭 머리가 얼마나 쓸데없었으면 머리가 잘렸어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의미에서 ‘머리 잘린 닭처럼 돌아다닌다’라고 일컫는 관용구도 있다.

미국에서 닭은 또한 겁쟁이의 대명사로 통용되기도 한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치킨 게임’은 자동차를 운전한 채, 서로 마주보고 달려오다 먼저 피하는 쪽이 ‘치킨’으로 불렸다. 필자의 대학 시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에서는 시골 마을의 동네 일진이 주인공을 ‘치킨’이라 부르며 도발하는 장면으로 늘상 영화를 시작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실제로 ‘치킨 아웃(chicken out)’이라는 표현은 “너무 무서워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닭은 ‘먹이 순서’ 또는 ‘위계’를 뜻하는 또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각설하고,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닭 관련 고사성어로는 ‘계명구도(鷄鳴狗盜)’를 꼽아볼 수 있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가장 유명한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었던 제나라의 맹상군에 관한 이야기로 유래는 다음과 같다.

제나라는 지금의 산동 반도에 터를 잡은 춘추전국 시대의 강대국 가운데 하나. 그 제나라의 귀족으로서 재주 있는 이들을 좋아해 문하에 데리고 있던 식객 수만 3천명을 웃돈 당대의 인물이 맹상군이었다. 그의 명성이 중국 전역에 퍼지자 진나라의 소양왕은 호기심이 발동해 맹상군을 직접 만나고 싶어 한다.

당시,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진나라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맹상군은 자신의 식객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들과 함께 진나라를 찾아갔지만, 그 사이 소양왕은 마음이 변해서 맹상군을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사실을 안 맹상군은 당시 소양왕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던 애첩 연희에게 귀국을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한다.

그러자 애첩 연희가 ‘기브 앤 테이크’로 요구한 것은 딱 한 가지. 맹상군이 소양왕에게 선물로 바쳤던 호백구(狐白裘)를 자신에게 달라는 것이었다. ‘호백구(狐白裘)’란 여우의 겨드랑이 털로 만든 모피로 여우 100마리를 사용했다 하여 여우 ‘호’ 일백 ‘백’ 갖옷 ‘구’란 이름을 지닌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문제는 맹상군이 단 하나밖에 없는 호백구를 이미 소양왕에게 바쳤다는 것. 그러자 평소에 개 흉내를 내며 도둑질을 잘 하던 맹상군의 식객 한 명이 자신에 맡겨달라며 야음을 틈타 소양왕의 궁궐에 침입해 호백구를 무사히 훔쳐내 온다. 맹상군은 이를 소양왕의 애첩에게 건네주고 그녀의 도움으로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된다.
한편, 재빨리 국경으로 도망가던 맹상군 일행은 첫 닭이 울기 전까지 성문을 열어 놓을 수 없다는 진나라의 국법에 따라 최전방에 위치한 함곡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맹상군을 놓아준 뒤 후회하는 소양왕의 별동대에게 곧 잡힐 처지에 놓이게 되고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맹상군의 식객 가운데 닭 울음소리를 잘 내던 이가 한밤중에 닭 울음소리를 낸다. 그러자 국경 지대의 마을 닭들이 놀라 모두 한꺼번에 울면서 국경을 지키던 문지기는 새벽이 온 줄 알고 성문을 연다. 결국, 개와 닭을 흉내 낸 식객들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됐다는 의미에서 이후, 닭의 울음과 개를 흉내 낸 도둑질이라는 뜻의 ‘계명구도(鷄鳴狗盜)’란 고사성어가 탄생하게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맹상군의 목숨을 살린 닭이 성경에서는 주님을 배신하는 베드로의 아픔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체포와 죽음을 예언한 예수는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진 후, 한 명 한 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의 수제자였던 베드로에게 “새벽 닭이 울기 전에 나를 세 번 부정할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예수가 체포된 후 로마 병사들에게 쫓기는 과정에서 베드로는 “난 그의 제자가 아니오”라고 세 번에 걸쳐 부인하다가 마침 새벽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크게 낙담하게 된다.


한편,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도 닭이 중요 소재로 등장한다. 중국 산시성(陝西省) 서남부의 군사 요충지인 한중(漢中)을 두고 조조와 유비가 전쟁을 벌일 때의 일이다. 당시 두 나라 간의 싸움은 수개월 동안 이어졌지만 조조군은 식량이 바닥나고 사기도 떨어지면서 도망가는 군사가 속출하고 있었다. 마침, 저녁 식사로 닭국을 먹으면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던 조조에게 장수 하후돈이 “오늘 밤 암호는 무엇으로 할까요?”라고 묻는다. 이에 조조는 무심코 “계륵으로 하라”고 명을 내리고 하후돈 휘하의 장수들은 모두 어리둥절해 한다.

이때, 참모인 양수가 “계륵이라면 닭 갈비인데 버리기 아깝지만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니 승상께서는 곧 철수할 생각”이라고 알려준다. 이 말을 들은 하후돈과 부하들이 짐을 꾸리자 진지는 소란스러워지고 이를 보고 받은 조조는 소스라칠 듯이 놀라게 된다. 양수가 자기 속마음을 읽었다는 두려움에 겉으로는 군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를 들어 양수를 사형에 처한 후, 조조는 한중에서 철수하고 만다. 그리하여 여기에서 생긴 용어가 버리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계륵(鷄肋)’이다.

그럼, 이것으로 이번 학기 ‘식탁 위의 인문학’을 마치도록 하겠다. 한 학기 동안 졸고를 읽어준 데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며 모두 기말 고사 잘 치르고 행복한 겨울 방학을 보내길 기원하는 바이다.

/심훈 미디어스쿨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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