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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 모든 순간] ‘마초’사무실에서 살아남기…고찰의 기회, 현장실습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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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8  13: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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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스물둘, 하루아침에 기자가 됐다. 사실 기자가 되겠다는 사명감이나 대단한 포부를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공생이지만 기사 쓰기 수업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글쓰기도 취약한 전공분야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난 실제 언론사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부족한 역량을 기르고 싶었다.

내가 다닌 회사는 ‘미디어오늘’이다.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이란 슬로건을 가진 언론사로, 다양한 매체들을 감시하고 기존 언론사들이 다루지 못한 사회문제를 조명하는 미디어 비평 전문매체다. 사무실 첫 인상은 그야말로 마초였다. 사무실은 부서질 듯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와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선배 기자들의 통화 소리로 가득했다. 책상엔 정체 모를 종이 더미와 빈 커피 병들이 쌓여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과연 이토록 치열한 현장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한편으론 마초 같은 기자가 됐을 내 모습을 상상하며 내심 기대했다.

출근 첫 날, 조선일보 수습기자 채용 시 서울대 특정 학과 학생들이 TO를 받는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에 따른 사실 확인을 위해 이틀 동안 조선일보 사보 15년치를 뒤지며 총 232명의 기자 학력 정보를 모았다. 통계를 내린 결과 조선일보가 매년 일정한 양상으로 서울대 정치· 외교학과 출신 학생을 채용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에도 1주 간 한겨레, 조선일보, 중앙일 보 일간지 종이신문에 등장한 취재원과 2주 간 MBC, KBS, SBS, JTBC 메인 뉴스 리포트에 등장한 모든 기자 성비를 정리해 남성 시각이 지배적인 언론의 현실을 증명했다. 또 3주 간 일정 시간대 유튜브 인기 채널 상위 30개 영상을 시청하고 분석해 가짜뉴스 사례를 수집했다.

내가 모은 데이터를 근거로 선배들과 합작 기사가 만들어졌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하면 오보가 되기에 늘 긴장하며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장시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업무 탓에 눈이 시큰거리고 손목엔 파스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체력적인 고충을 뛰어넘는 인내와 끈기가 기자 근성을 기르는 첫 단계라 생각하며 이를 이겨냈다. ‘한국 언론이 강남 집값에 관심 많은 이유’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부터 ‘EBS 고부열전이 불편하다’란 비평문까지 다양한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들은 ‘대학생 기자 이소현’이란 바이라인을 달고 포털사이트와 지면에 실렸다.

내가 쓴 기사를 보고 많은 네티즌들이 반응할 때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다. 기사에는 공감과 격려의 댓글도 있지만 정치적 성향이나 성차별 등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기사엔 인격적인 욕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엔 다양한 사람과 생각이 있다고 인정하며 이런 경험 역시 앞으로 기자가 되는 데 단단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여겼다. 드라마·영화 제작발표회와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으로 취재를 다녔다.

처음 취재를 갔을 땐 실수투성이였다. 수많은 기자들의 취재 전쟁에 주눅이 들었고 눈앞의 연예인을 넋 놓고 보다가 중요한 기록을 놓치기도 했다. 나름대로 공들여 쓴 기사를 팀장님께 보고 했을 때 돌아온 대답은 “킬”이었다. 팀장님께서는 다른 매체와 차별화 된 기사를 쓰라고 조언해주셨다. 출연 배우들이 앞에 나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뻔한 제작 발표회에서 어떤 특별함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며 선배들이 쓴 기사를 틈틈이 읽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영화 ‘협상’ 제작보고회로 취재를 갔다. 이젠 꽤 능숙하게 현직 기자들 틈에서 기죽지 않고 취재석에 앉았다. 그리고 유명 배우보단 내 기사에 쓸 신선한 아이템은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무대는 물론 기자석도 눈 여겨 봤다. ‘하나의 프로그램 같은 제작보고회’, ‘사진기자석은 매우 붐비나 취재기자석은 반도 차지 않음’, ‘질문한 기자는 달랑 3명’ 등 현장 분위기를 자세히 기록했다. 제작보고회가 끝난 후엔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진 한장만 올려놓은 포토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껴 프로그램의 질적인 내용보다 자극적인 포토 기사가 난무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미디어오늘스러운’ 기사를 올릴 수 있었다.

사건 및 비평 기사로 주목 받는 미디어오늘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매일 주어진 업무만 묵묵히 했던 나였지만, 선배들과 점심 식사 자리에서 인포그래픽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인포그래픽은 많은 양의 정보나 수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 해 독자들이 이미 접한 기사를 새로운 콘텐츠로 다시 한번 제공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선배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따라서 기무사 문건 관련, 유튜브 가짜뉴스 관련, 방송심의 제재 관련 기사로 총 3편의 인포그래픽을 제작했고, 미디어오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다. 정해진 업무와 객관적인 글을 찍어 내는 언론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한 경험은 내게 아주 특별한 도전이었다.

인턴이 끝난 뒤 내 기사를 스크랩한 블로그를 발견했다. 작성자는 ‘이소현 대학생 기자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저는 대학생 때 뭘 하고 있었을까요. 어쩌면 이렇게 사람의 삶은 다른 걸까 요’라며 나에 대한 짧은 논평을 남겼다. 순간 멍해졌다. 인턴을 다녀오기 전 다른 누군가를 보며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실습을 시작한 계기도 목표도 단순했다. 하지만 두달이 지난 지금, 내겐 꿈에 대한 목표와 방향에 확실한 변화가 생겼다.

사무실은 여전히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와 통화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 소란 속에서 강자와 싸우고 약자를 대변하는 선배 기자들 모습이 보였고 마초스러움 안에 숨겨진 책임감의 무게를 느꼈다. 두달 동안 ‘마초 사무실에서 살아남기’ 그 이상의 배움을 얻었다.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과 기자로서의 사명감, 내 한계를 넘어선 각종 도전들을 통해 지금은 ‘마초 같은 기자 지망생’이란 화려한 꿈을 꾼다. 이번 겨울, 난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한번 더 미디어오늘 인턴십에 도전한다.

/이소현 미디어스쿨ㆍ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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