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프랑스와 중국의 상징 동물은 먹거리와 지도 모양으로서의 ‘닭’‘일요일엔 모든 백성들이 닭을 먹을 수 있도록’ ‘나라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소원이었던 앙리 4세’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2.23  15:05: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사진 설명 중국 지도를 가만히 살펴보면 닭과 대단히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다. 하지 만 찬찬히 살펴보노라면 닭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위인 ‘부리’가 실종된 닭이라는 사 실을 알 수 있다. 필자의 B급 견해에 의하면 중국 닭의 부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한반도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어느덧 봄 학기가 시작됐다. 캠퍼스는 새내기들로 활기가 가득하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도 여기저기 보인다. 지난 학기에 연재했던 ‘식탁 위의 인문학’도 석달 만에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심훈 교수의 투고로 이어지는 칼럼 시리즈의 첫 편은 지난 학기에 진행됐던 ‘닭’ 이야기다. 그럼, 식탁 위의 바다를 향한 인문학 항해의 돛을 다시 힘차게 올려 보도록 하자.

문: 국가를 상징하는 동물이 닭인 나라는?
답: 프랑스입니다.

그렇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은 닭이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 반바지 한쪽 구석에 닭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닭도 그냥 닭이 아닌 수탉이다. 참고로 미국은 독수리, 오스트레일리아는 캥거루, 중국은 판다, 러시아는 곰이 상징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 사진 설명 프랑스 축구 국가 대표팀의 유니폼 하의(下衣) 한쪽 구석에 새겨진 수탉 이 미지(원 안).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프랑스의 상징 동물은 닭이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그렇다면,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어찌하여 ‘닭’이 상징 동물이 됐을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닭이 정식으로 프랑스의 상징이 된 것은 17세기 이후부터다. 하지만 닭은 고대 시절부터 이미 프랑스인의 기원 민족인 갈리아인의 화폐에 등장했다. 갈리아인이란 철기 시대와 로마 시대에 서유럽과 동유럽에 살던 켈트인들을 일컫는 말. 더불어 라틴어 ‘갈루스(gallus)’가 닭과 갈리아인을 동시에 의미하고 있어 이미 로마 시절부터 닭은 갈리아인의 상징이 되었다.

한편, 유럽 중세 시대에 프랑스에서 사라졌던 닭의 이미지는 16세기부터 다시 등장한다. 조판이나 주화 등에서 프랑스의 왕과 함께 닭이 자주 새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프랑스 = 닭’이라는 공식은 프랑스 혁명을 통해 크게 전파됐는데 혁명 정부의 내각에서 사용한 식기와 국새에는 닭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혁명 정부를 타파하고 들어선 나폴레옹은 닭이 아무 힘도 없는 동물로 대프랑스 제국의 이미지가 될 수 없다며 독수리를 상징으로 삼았다. 그렇게 잠시 프랑스의 근대사에서 사라진 닭은 ‘레미제라블’의 배경이 된 1830년의 7월 혁명 이후부터 다시 환영받기 시작한다. 의복 단추에 새겨지는 것은 물론, 국민병 깃발 위에 자리 잡음으로써 민중의 새요, 프랑스의 국조(國鳥)가 된 것이다. 이후, 나폴레옹 3세에 의해 다시 멸시를 당했던 닭은 우여곡절 끝에 19세기 말 제3공화국에 이르러서는 공식적인 상징으로 등극하며 엘리제궁의 철책에 새겨지는 것은 물론, 1899년에 발행된 금화에도 당당하게 새겨진다.

하지만 이 같은 근대사는 둘째 치더라도 필자에게 있어 프랑스의 닭은 앙리 4세가 자신의 모든 백성들이 일요일마다 배불리 먹을 수 있기를 희망했던 가축 동물이다. 참고로 앙리 4세는 신·구교 간의 종교 갈등을 해소한 프랑스의 성군(聖君)으로 언제나 “하나님은 내 왕국의 모든 국민들이 일요일이면 닭고기를 먹길 원하신다”라고 되뇌인 인물이다. 그런 앙리 4세는 피로 얼룩진 종교 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하고자 신교에서 구교로 개종했다가 구교에서 신교로 재차 개종한 이후, 마지막으로 구교에 정착한 풍운아였다. 결국, 그의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프랑스는 피비린내 나는 종교 전쟁을 끝내고 신교와 구교 모두에게 화합의 장을 제공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 앙드레 모루아의 명저 <프랑스사>에 접한 이같은 내용은 필자로 하여금 앙리 4세에 대한 깊은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어쨌거나 프랑스의 상징이 된 닭은 이제 앙리 4세의 소망대로 매 주말, 프랑스인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고마운 음식이 됐다. 그래서 그런지, 요리로 사용하는 닭의 종류도 ‘암탉’ ‘살찐 암탉’ ‘수탉’ ‘거세한 수탉’ ‘옥수수를 먹인 닭’ 등으로 대단히 세분화돼 판매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프랑스인들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닭다리보다 닭 가슴살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닭 가슴살 요리 방식은 치즈와 완두콩을 곁들여 그릴에 쪄내는 것이다. 참고로 프랑스뿐 아니라 스웨덴과 여타 유럽 국가에서도 닭다리보다 닭 가슴살 요리가 인기다. 아무래도 두툼한 살코기를 가지고 그 위에 양념을 뿌리고 잴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실제로 필자가 먹어본 스웨덴식 닭 가슴살 요리는 닭 가슴살이 팍팍하다는 고정 관념을 완벽하게 날려준 일품 요리였다.

아 그러고 보니, 닭을 상징으로 하는 국가가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중국이다. 앞서 중국의 상징 동물은 판다라고 언급 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에선 난데없이 닭이라니? 이유는 중국의 지도 모양이 닭을 닮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중국 지도를 살펴보면 닭 모양과 대단히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닭의 머리와 닭 벼슬에 해당하는 곳은 우리 민족의 앞마당이었던 요령성과 길림성, 그리고 흑룡강성의 동북 3성이다. 이와 함께 한반도는 닭의 부리에 해당하고 따라서 한반도가 빠진 중국은 부리 없는 닭에 해당한다는 것이 필자의 B급 견해다. 더불어서 부리의 윗부분이 북한이라면 부리의 아랫부분은 한국으로, 중국이 제대로 힘쓰고 기량을 펼치려면 결국, 한국을 가장 잘 대접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한데, 이런 사실을 중국 당국은 아는지 모르는지.

기왕 지도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닭은 중국과 한국에서 풍수지리학적으로도 귀하게 대접받는 대상이다. 이른바, ‘금계포란(金鷄抱卵)’이 그것으로 ‘황금 닭이 달걀을 품은 듯한 형상’이라는 뜻이다. 배산임수(背山臨水)로 남쪽을 제외한 동과 서, 그리고 북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동쪽과 서쪽은 야트막하게 에워싸여져 있어 아침 햇살과 저녁노을 가로막지 않으며 빛이 들어오지 않는 북쪽은 높은 산으로 겨울의 차가운 북풍을 훌륭하게 막아준다. 자연히 ‘금계포란’의 지형은 따뜻한 가운데 외부에서 침입하기도 쉽지 않아 중국과 한국에서는 역사 이래 최고의 명당으로 인정받아 왔다. 이른바 닭이 알을 품듯 따뜻하고 아늑하기 그지없는 지형이란 얘기다. 그래서 알을 품은 닭은 보통 닭이 아닌, 황금 닭 즉 ‘금계(金鷄)’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금계포란’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끝낸 후, 이른바 닭을 둘러싼 문학과 영화 이야기를 펼쳐 보겠다.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글로컬대학 비전 선포식, ‘한림의 미래를 논하다’
2
[보도] 등록금 부담 덜고, 학업 의지 다지자
3
[보도] ‘제 6회 인문학 강화 독후감 공모전’ 모집
4
[보도] 학생생활관 1관, 1인실 운영키로
5
[보도] 창업 주간 행사 성료, 동아리 홍보ㆍ협업 기회 열려
6
[보도] 글로벌 리더 꿈 펼치자
7
[기획] 총학 공약 절반 이행…“축제 예산 증액 목소리 낼 것”
8
[보도] “프로파일링과 범죄예방에는 관심과 노력이 중요”
9
[보도] 외국인 친구 사귀는 색다른 방법 ‘버디’
10
[사회] 마임축제로 들썩인 문화도시 춘천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성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