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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한반도 곳곳에 자리한 ‘금계포란’ 지형 최고 명당은 서울 한복판의 경복궁 터닭머리를 한 용(龍) 형상의 계룡산은 중국에 4개, 한국과 대만에 각각 1개씩 이웃나라 일본에는 계룡산이란 이름 없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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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1  13: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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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경복궁은 금계포란 가운데에서도 최고의 금계포란 지형에 자리한 건축물이다. 사 진은 서쪽의 인왕산, 북쪽의 북악산에 둘러 싸여 있는 경복궁의 모습. 인왕산과 북악산의 봉우 리가 뾰족하거나 거칠지 않은 가운데 두 산을 이어주는 능선 역시 부드러워 최고의 금계포란 지형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시간에는 풍수지리상의 명당인 ‘금계포란(金鷄抱卵)’으로 2019년 봄 학기의 이야기 물꼬를 틔웠다. 이번 회는 그 속편이다.

지금도 중국과 한국 곳곳에서는 ‘금계포란’의 명당을 찾아 대규모 주택 단지와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건설업자들을 숱하게 목격할 수 있다. 반면, 연평균 기온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가운데 높은 산은 다량의 눈과 함께 돌풍과 번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돼 온 일본에서 ‘금계포란’이란 용어는 낯설기만 하다.

각설하고 닭이 들어간 지명 가운데 한국과 중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계룡산이다. 구글 맵을 통해 찾아보니 중국의 경우, 저장성(浙江省)에 두 개, 광둥성(廣東省)에 하나, 후베이성(湖北省)에 하나 등 모두 4개의 계룡산이 검색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만에도 계룡산이 존재한다는 것. 더불어 우리나라의 계룡산은 충남 공주시의 남쪽, 대전의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듯 다른 이웃국가 일본에는 계룡산이란 이름의 산이 없다.

한국의 계룡산은 중국에도 널리 알려진 명산이었던 듯싶다. 당나라 시대의 문헌, 「한원(翰苑)」에는 백제의 계룡산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삼국사기」에서는 계람산, 계산으로도 불리던 계룡산이 국가 제사의 중요한 산으로 지정된 사실이 언급된다. 참고로, 계룡(鷄龍)이라는 지명은 닭과 용, 두 종류의 동물로 이뤄진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산 이름은 모양이나 풍수지리적인 특성을 따 명명하는데 대표적으로 꼽아보자면 서울의 관악산과 남산을 들 수 있다. 관악산은 갓을 쓴 모양인 것 같아 만들어진 이름이요, 남산은 경복궁의 남쪽에 위치해 이름 붙여진 산이다. 한데 계룡산은 닭과 용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두 가지 이름을 함께 동원해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뒤져보니 계룡산이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 이유는 산의 형세가 닭 벼슬을 닮은 가운데 산의 능선이 용의 몸통과 비슷하게 흐르기 때문이란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조선의 도읍을 찾아 헤매던 무학대사가 계룡산을 보고 금계포란의 땅이라고 평했다 한다. 하지만 어찌된 이유에선지 무학대사가 택한 조선의 수도는 지금의 경복궁이 자리한 한성이었다. 실제로, 경복궁 자리는 바로 뒤에 북악산, 동쪽에 낙산, 서쪽에 인왕산, 남쪽에 남산이 자리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금계포란 명당이다.

최고의 금계포란 명당에 왕이 머물러야 한다면, 일반인들에게 있어 최고의 명승지는 어디일까? 스스로를 ‘강호의 동양학자’라 부르는 칼럼니스트 조용헌에 따르면, 일반인들에게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금계포란 명당은 경북 영주 풍기읍의 금계촌이다. 이름도 이름이려니와 이곳은 형세가 소백산의 품에 안겨 있는 동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덧붙이자면 한반도의 등뼈로 불리는 태백산은 남북으로 뻗어 있어 동풍(東風) 차단에 효과적이지만 살풍(殺風)으로 불리는 북풍(北風)에는 속수무책이다. 반면, 태백산에서 서쪽으로 뻗어 나온 소백산맥은 산과 봉우리들이 북서풍을 막아주는 병풍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소백산맥의 가장 아늑한 곳에 자리한 동네가 풍기란다. 하지만 북풍과 동풍을 산으로 막아주기만 해서는 금계포란의 필요충분조건을 완벽히 만족시키지 못한다. 산의 형세도 중요하기에 관악산과 같은 돌산이 아닌, 산봉우리가 바가지처럼 둥글고 모나지 않은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산 봉우리가 크면 봉황이 되고 작으면 금계가 된다.

풍기가 일반인들에게 있어 최고의 명당으로 자리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금계촌 안에 농사지을 공간이 넓다는 것이다. 결국, 바람 없는 안온한 보금자리가 먹을거리도 잘 갖추고 있으니 최고의 승지(勝地)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승지란 명당을 이르는 풍수지리상의 용어이다. 그래서일까? 동양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라는 동양대학교가 풍기에 자리한 이유도 범상치 않다.

충북 단양사에 위치한 대한불교 천태종(天台宗)의 본산인 구인사 역시, 금계포란의 명당에 자리하고 있는 절이다. 불교에는 무지한터라 호기심에 천태종을 검색해 보니 중국 불교의 13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종파가 천태종이라고 한다. 50여채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1만 여명이 동시에 상주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인상적인 사실은 구인사 역시, 소백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는 것. 특히 구인사가 자리한 곳의 산봉우리들은 마치 연꽃의 잎처럼 구인사 터를 둘러싸고 있어 명당 중의 명당인 금계포란의 지형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구인사에는 닭과 봉황의 조형물이 곳곳에서 불자(佛子)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등의 모양이 닭의 형상을 띠고 있는 것에서부터 새 중의 새인 봉황이 구인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조사전 앞에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 것 등은 이곳과 닭 그리고 봉황의 인연이 만만찮음을 상징하고 있다. 물론, 명당이 들어선 지역답게 주변에는 소백산 국립공원과 단양팔경, 여러 동굴 지구를 위시한 역사 교육 및 관광지가 수두룩하다.

시선을 서울 부근으로 옮기면 경기도 이천에는 조금 다른 종류의 금계포란 지형이 있다. 닭고기 프랜차이즈 업체 BBQ의 ‘치킨대학’이 그것이다. BBQ의 연수원인 이곳 입구에는 동양 최대의 닭 석상이 세워져 있다. BBQ의 설명에 따르면 ‘치킨대학’은 지형상 앞쪽과 옆쪽에 멧돼지가 운다는 뜻의 ‘저명산(猪鳴山)’과 고양이 형상의 ‘암캥이산’을 두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치킨대학’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단다. 돼지와 고양이, 그리고 닭의 세 짐승이 긴장 속에 균형을 유지하는 기운생동의 터이면서 동시에 황금닭이 알을 품는 형국이라는 것이 BBQ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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