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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이솝 우화 속의 닭은 ‘지혜의 상징’ 탈무드에 등장하는 닭은 거짓말쟁이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영혼의 음식은 ‘치킨 누들 수프’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시리즈에도 ‘치킨 누들 수프’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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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6  08: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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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닭을 매개로 한 소설에 대해 알아보았다. 더불어서, 닭과 관련된 한국 소설의 쌍두마차로 김유정의 「동백꽃」과 함께, 주요섭의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언급한 바 있다.

지난 호에서 지면의 제약으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시나리오로 각색돼 1961년에 영화로 상영되기도 했다. 20세기의 한국 영화가 낳은 명감독 신상옥이 메가폰을 잡고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최은희가 열연한 이 작품은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제1회 대종상에서 감독상과 시나리오상을 수상했으며 제9회 아시아 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감독 신상옥과 여배우 최은희는 누구일까? 신상옥은 일본 유학파 출신의 미남 인텔리로 1953년에 다큐멘터리 영화 ‘코리아’를 찍으며 한국 영화계에 데뷔했다. 한편, 최은희는 신상옥에 앞서 1947년에 ‘새로운 맹서’로 스크린에 데뷔했으며 후배인 김지미, 엄앵란과 함께 1950~60년대의 원조 트로이카 여배우로 군림했다. 그런 그들은 1954년 결혼에 골인해 23년간 같이 살다가 1976년에 이혼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 같은 인생은 정작 그 후에 펼쳐졌다. 최은희를 광적으로 좋아했던 북한의 김정일이 1978년에 그녀를 홍콩에서 북한으로 납치했기 때문이다. 이후, 최은희를 찾으러 홍콩에 온 신상옥마저 같은 해 북한에 납치당하면서 이들은 북한에서 영화 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그리하여 최은희는 1985년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영화 ‘춘향전’에 쓸 부속품을 구하기 위해 함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갔다가 그곳 성당에서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다. 다음 해인 1986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하던 도중, 북한 감시원을 따돌리고 미국 대사관에 뛰어 들어가 미국에 망명하게 된다. 신상옥, 최은희 부부는 이후, 10여 년간 미국에서 지내다 1999년이 되어서야 한국으로 귀국했다.

신상옥 감독은 2006년에 먼저 세상을 떠났으며 최은희는 지난해 신상옥 감독을 따라 소천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을 산 이들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신상옥과 최은희였던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내러티브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이야기일 수 있어 이 기회에 몇 자 얹어 보았다.

각설하고 문학 작품에 나오는 닭 이야기를 좀 더 풀어 보자면, 해외 문학 작품의 경우에는 이솝 우화에 종종 등장하는 닭이 떠오른다. 여기에서 가끔씩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수탉은 나쁜 머리의 대명사로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와 달리 매우 현명하다. 여우가 친근한 척 하며 접근하자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속셈을 알고 “사냥개가 온다”며 여우를 쫓아버리거나 거름 속에서 보석을 발견하고는 “내게 필요 없는 돌에 불과할 뿐, 오히려 쌀 한 톨이 더 소중하다”고 말할 줄 아는 지혜의 동물인 까닭에서다.

반면, 유대교의 경전인 탈무드에 등장하는 닭은 지혜로운 닭이 아닌 거짓말쟁이 닭일 뿐이다. 중병에 걸린 수탉은 당나귀 의사 선생님에게 “저를 살려주시면 산토끼 100마리와 노루 100마리를 잡아서 바치겠습니다”라고 하나님께 간청한다. 그의 부인인 암탉이 “여보, 무슨 수로 산토끼와 노루를 잡겠다는 거예요?”라고 묻자 수탉은 “걱정 말아요. 설마 인자하신 하나님께서 정말 잡아오라고 시키겠소?”라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한다.

하지만 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책으로는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40여 개국 이상에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1억 권 이상 팔렸으며 미국에서도 밀리언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의 수필집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의 원제가 「Chicken noodle soup for the soul」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가 원제인 셈이다.

   
 

미국 내의 유명한 자기 개발 강사이자 카운슬러인 캔필드와 한센은 강연 도중 들었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1993년에 「Chicken noodle soup for the soul」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시리즈를 출간한다. 무려 33개의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한 끝에 플로리다의 자그마한 출판사를 통해 극적으로 출판 허가를 받은 인고의 결과였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는 250여 권의 시리즈를 내놓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스테디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시집으로 유명한 류시화 시인 이 책을 번역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필자 역시,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져 3편까지 나왔던 시리즈를 여러 번 완독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연하자면, 한국인들에게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 해당하는 국이 미국인들에게는 이른바 닭고기 스프라는 것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외롭고 슬플 때, 아프고 서러울 때, 어머니와 할머니가 끓어주신 닭고기 스프는 미국인들의 상처를 보듬어준 영혼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유명한 작품 시리즈인 캠벨 수프 시리즈에도 ’치킨 누들 수프‘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팝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한 앤디 워홀은 캠벨 수프의 사진을 찍어 캔버스에 프로젝터로 빔을 쏘아서 밑바탕을 그린 다음, 이를 바탕으로 석판화를 만들었다. 당시, 앤디 워홀의 작품을 접한 한 아트 딜러가 이 작품을 보고는 깜짝 놀라 곧 개인전을 열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개인전을 열기에 워홀의 작품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단독 개인전을 열기 위해서는 20여 점 안팎의 그림이 있어야 하는 것이 미술계의 전통 아닌 전통이다. 관객들이 여러 작품을 두루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물론, 단독 개인전의 주인공이 일류 화가라면 작품 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무명의 신인이 단독 개인전을 연다면 자신의 실력을 알리기 위해 다다익선(多多益善)일 수밖에 없다. 앤디 워홀은 고민 끝에 아예 캠벨 수프 시리즈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캠벨 사에서 생산하는 32개의 캠벨 수프 시리즈를 모조리 프린팅을 통해 작품으로 내놓았다. 물론, 32개의 수프 시리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치킨 누들 수프’였다.

기왕 앤디 워홀 이야기가 나왔으니 다음 시간에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예술에 등장하는 닭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어느덧 3월이 중반에 접어들었다. 물론, 계절의 여왕 4월도 목전이고. 그럼, 조금만 더 힘을 내도록 하자. 중간고사만 지나면 이번 학기도 금방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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