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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장학금은 가난해서 주는 돈이 아니다
이재빈 편집장  |  fuego@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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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30  1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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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다. 그리고 나로 존재하고 싶다. 누군가의 소유물이나 부속품이 아닌, 내가 선택하고 내 힘으로 거머쥔 지위와 평판에 따라 평가받길 원한다. 그런데, 언뜻 보면 당연하기까지 한 내가 나로 존재할 권리가 무시당하는 제도가 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이 제도의 이름은 국가장학금이다.

국가장학금은 학생을 보고 지원하지 않는다. 그 학생이 속한 가정, 즉 집안 배경을 보고 지원한다. 학생이 장차 어떤 사람이 될지나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그저 가정이 빈곤한지, 부유한지를 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국가장학금 제도는 학생을 개인으로 보지 않는다. 가정이 알아서 책임져야 할 누군가의 소유물이다.

우스운 세태다. 배움을 권면한다는 장학(獎學)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뜻과는 제법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학금보다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닮아있다. 장학금이 아니라 보조금이라는 명칭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국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가정의 가난을 재단에 증명해야 한다. 학업 성취와는 별반 상관없어 보이는, 가산과 부모의 소득 등이 증빙자료다. 자신의 조상과 부모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서열에 위치해 있는지가 낱낱이 까발려진다. 이제 갓 스물이 된 학생들은 또 다시 ‘급’이 나누어진다.

자료를 받은 장학재단은 자신들이 만든 잣대로 마치 무 자르듯 경계를 가른다. 갈라진 경계는 도축장의 소고기처럼 등급이 매겨진다.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현행 국가장학금 제도는 교육비 부담을 학생이나 가정, 즉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다. 공부는 개인의 선택이니 선택에 따르는 비용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초임부터 시작해서 승진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감히 대졸자와 고졸자 간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있기는 할까.

연봉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학 교육비 부담을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 대학 교육을 받은 이들 대부분은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활동을 한다. 그러나 경제활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온전히 그들만의 몫이 아니다. 그들 역시 한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세금을 납부한다. 그들의 세금은 다시 공동체 전체의 복리를 증진하는데 들어간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들이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앞으로 공동체가 받을 이익도 커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미래에 이익을 얻을 공동체 역시 구성원들이 대학 교육을 받는데 필요한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 책임을 분담해야 할 이들은 비단 공동체뿐만이 아니다. 대학 졸업자들을 자신들의 인력으로 활용할 기업들에게도 비용을 분담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비용 지원은 모든 학생에게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은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미래세대이기 때문에 지원받는 것이지 가난해서나 불쌍해서가 도움받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현행을 유지해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제도에서 배제한다면, 배제당한 이들은 사회로부터 지원받지도 않았는데 훗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 이같은 불만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은 당연지사다.

사실 한국은 이미 교육에 드는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는 합의를 한 차례 도출한 바 있다. 초ㆍ중ㆍ고교 급식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 교육 역시 초ㆍ중ㆍ고교 교육만큼이나 필수적이라는 점에는 많이들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대학 교육에 필요한 비용도 사회 전체가 분담하도록 논의를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재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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