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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풍차 방앗간과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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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4  16: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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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 개념과 범위조차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조만간 사라질 직업 100개와 같은, 일종의 살생부가 유포되면서 거기에 거론된 직업분야는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특정 직업 뿐 아니라 아예 직업의 종말, 노동의 종말, 더 나아가서 지식의 종말, 학교의 종말이 운위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도대체 어떠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해서 산업혁명기의 두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첫째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집 『풍차 방앗간 편지』에 수록된 이야기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에 나오는 장면이다. 1760년대 영국에서 발명된 증기기관은 1840년대 쯤 되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시골마을에까지 확산되고, 새로운 증기 방앗간의 출현으로 기존의 풍차 방앗간은 대부분 문을 닫는다. 그런데 코르니유 영감의 풍차 방앗간만은 밀가루 포대 자루를 당나귀로 매일 실어 나르며 여전히 풍차를 돌려서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당나귀로 실어 나른 포대자루에는 밀이 아니라 자갈과 흙이 담겨있었고, 마치 밀을 빻은 것처럼 풍차를 돌리고 있었지만 방앗간은 먼지와 거미줄만 가득한 폐허였다. 그 당시로서는 첨단 테크놀로지인 증기 방앗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존의 풍차 방앗간만을 고집하는 코르니유 영감의 마지막 자존심이 애잔할 뿐이다. 그가 젊은 세대인 손녀 부부의 도움을 받아 증기 방앗간으로 전환했다면, 일도 없으면서 풍차 방앗간을 헛되이 돌리는 안타까운 연극은 하지 않았으리라 상상해 본다.

또 다른 장면은 대도시 파리의 카페에 앉아 자동차에 대해 토론하는 19세기 지식인들의 모습이다. 18세기말 프랑스에서 최초로 증기 자동차가 발명되고, 마침내 19세기에는 오늘날과 같이 가솔린 자동차가 출현했다.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자동차의 출현에 지식인 사회는 열광했다. 카페와 살롱 문화의 전통이 강했던 프랑스 지식인들은 그동안 주로 철학이나 예술 및 정치에 대해서 토론하던 카페에서 자동차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이용할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도 자동차 운전에 별로 필요도 없는 정보, 오늘날 자동차 전문가나 동호인이 아니라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지식을 현학적으로 과시했다. 요즘말로 TMI (Too Much Information), 즉 불필요한 과다정보를 카페에서 과시해야 앞서가는 지식인 대접을 받았다.

이러한 두 가지 장면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응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즉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낡은 시스템을 고집하면서 헛된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혹은 제대로 활용할 줄은 모르면서 불필요한 과다 정보를 현학적으로 과시하는 대응 양태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변화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과다 정보를 골라내고 지혜롭게 활용하려는 태도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윤태일 광고홍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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