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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코로나 시대, 사회제도들의 엇갈린 운명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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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3  10: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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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돼 매우 안정적이며, 고유의 규범을 가진 제도들이 있다.

가족제도, 결혼제도, 교육제도, 정치제도, 종교제도, 군사제도, 보건의료체계 등이 그 사례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는 사회의 제도들이 기존에 지녔던 방식에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의료와 교육 분야는 원격진료나 온라인 교육 등 새로운 방법이 근대 이후 형성된 기존 규범을 허물고 있다. 기업과 같은 경제 조직은 분야에 따라 명암이 엇갈려 산업구조의 재편이 예상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상당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정반대의 양상도 목격된다. 국가나 가족과 같은 올드보이들이 귀환하고 있다.

국가는 공익의 보루로, 가족은 친밀성과 돌봄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공적 마스크, 국가재난지원금의 ‘중앙’ ‘공적’ ‘국가’와 같은 수식어가 국가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중국, 미국, 독일, 스웨덴, 대만 등 각국 정부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초국적인 협력보다는 국가 간의 우열이 부각됐다. 또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쉽게 근절될 수 없는 전염병의 속성이 국가에 의한 무한 통제를 낳기도 한다.

국가보다 배역의 비중은 떨어지지만 가족도 코로나 사태의 주역 중 하나이다. 가족이 감염 가능성이 큰 위험한 공간이긴 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재난 앞에서 운명공동체로서의 전통적인 역할이 도드라진다. 오랜만에 오랜 시간 마주하게 된 부모와 자식들이 만들어내는 유치한 에피소드는 아무 이유 없이 공존하는 원초적인 집단으로서의 가족의 가치를 복원시키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코로나 직전의 상황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가족, 결혼, 출산에 관한 기존 관념이 도전을 받았으며 국가 역시 더이상 사회구성원들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며 심지어 버릴 수도 있는 대상으로 간주됐다. ‘헬조선’은 국가에 대한 환멸에 다름 아니었다. 가족과 국가가 퇴각한 자리에는 자유로운 개인들이 만들어가는 시민사회가 들어설 것으로 기대됐다. 이질적이고 낯선 이들과의 만남은 건강하고 혁신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면서 접촉과 개방이라는 가치는 거리두기와 봉쇄로 대체됐다. 소수자와 다양성의 존중 역시 한국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한 과제였지만 다수와 전체가 우선시되는 재난 상황에서 설 땅을 잃었다. 사회에서 유폐된 소수자들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위험에 더 노출되면서 동시에 위험한 존재로 간주된다.

전시에 적용된 방식은 전쟁 후에도 살아남고 더 나아가 새로운 시대의 원리가 됐다.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전쟁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전염병이 초래한 사회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 속에 있는 사회 진보의 씨앗은 잘 키우고 사회를 후퇴시키는 징후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 사회학 엄한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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