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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을밤에 든 생각
문효민 수습기자  |  xxihyominxx@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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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07  11: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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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다. 괜히 베리 매닐로우의 ‘when October goes’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틀어놓거나 이맘때쯤 세상을 떠난 ‘마왕 신해철’을 추억하곤 하는 계절. 조금은 이르지만 플레이리스트에 크리스마스 캐럴이나 클래식 재즈를 추가하는 11월.

비교적 입시가 길었던 나는 이즈음을 ‘수능 냄새’나는 계절이라 부르곤 했다. 2년을 수능 생각만 하며 살았는데 나름 대학에 진학했다고 올해는 수능 냄새 자체를 잊어버린 것이 우습기도 하다. 스물 둘 먹도록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지난 2년간의 대학생활이나 후배들에게 전해줄 노하우가 아니라 지독히도 길고 외로웠던 3년의 입시생활 뿐이라는 것이 종종 서러울 때가 있지만 나는 그 연속적인 실패에서 분명히 배운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공유하고자 펜을 들었다.

팔자에 없던 뮤지컬이 하고 싶어 다리를 찢고 무식하게 턴을 돌다 발목이 꺾인 날이나, 수능을 100일쯤 남긴 아침, 눈을 떴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저 서럽게 울기만 하던 날이나, 기대 이하의 수능 결과를 마주하고 밥 한 끼 먹지 않았던 날을 떠올리면 ‘참 미련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때의 나는 실패를 인정하는 법을 몰랐다.

실패했음을 받아들이고 그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법을 몰랐다. 인생은 게임이 아닌데, NPC가 주는 미션을 통과해야 그 다음 미션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걸 몰랐다.

그저 그 다음 미션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심신이 지쳐 다시 도전할 기력조차 없던 작년 11월, 나는 그때가 돼서야 알았다. 실패를 마주했다면 그저 묵묵히 다음 할 일을 준비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대학에 오니 아무도 내 실패를 묻거나 따지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실패만 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도전하다보면 분명히 무언가 성취하는 사람임을 올해 11월이 돼서야 비로소 깨닫게 됐다. 이런 글을 싣기가 부끄럽지만, 나는 이 깨달음을 본보에서 얻었다. 매주 학교 곳곳에 배치되는 신문을 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났다. 물론 수습기자인 내가 본보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하지만, 지난 주 주말을 바치고 함께 달리던 동료 기자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에 들어오면 학보사 활동을 꼭 하고 싶었다. 그런데도 한 학기 동안 용기를 내지 못하다 이번 학기에 입사했다. 관성 때문일 것이다. 또 실패할 것이라는 예단, 지레 겁먹고 마는 어리석음.

이 글을 보는 독자 중 나와 같은 이가 있다면 나는 당신이 분명 그 관성을 깰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난 시간 동안 실패를 반복했다고 해서 또 실패하라는 법은 없음을, 벽을 깨는 것은 곧 나 자신임을 믿고 나아갈 수 있길, 일면식도 없는 독자에게 감히 바라본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인 잔나비의 신곡 ‘작전명 청-춘!’의 한 구절로 글을 마친다.

“불어오는 바람 앞에 불꽃들이여 우리 모두 타오르는 젊음이기에 흔들릴 수 있어 그래 무너질 수 있어 일어나라 작전명 청춘” 

/문효민 취재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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