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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30,000년 전부터 벽화에 사용한 검은 외곽선 2,000년 전엔 눈 아이라인으로도 사용 시작정복왕의 상징탑, 오벨리스크도 종종 검은 석회암으로 ‘일그러진 진주’란 뜻의 바로크 미술은 검은 회화 효시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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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1  09: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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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외과의사 조합에서 행한 해부 수업이 주제인 이 작품은 렘브란트가 26살때 그린 단체 초상화다. 당시, 해부학 강의는 처형된 시신을 소재로 이뤄졌는데, 입장료를 받고 일반인의 참관을 허락한 인기 있는 대중 행사였다. 온통 검은색 배경 속에 환한 조명을 받고 있는 외과의사들과 시신이 인상적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난 시간에는 미술에서 사용된 검은색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주에는 그 후속편이다. 역사 이전의 선사 시대, 인류가 창작 활동을 위해 만든 최초의 색은 검은색이었다. 이유는 여러 색깔 중에서 검은색을 만들기가 가장 쉬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발굴된 선사 시대의 유적지에서는 숯과 검댕들을 곱게 빻은 재들이 출토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인류학자들은 도시 문명이 탄생하기 전부터 우리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잿가루를 동물 기름과 섞어 몸에 바르는 연고나 물감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불어 잿가루와 섞은 동물 기름이 딱딱하게 굳으면 검은색 고형 물질은 크레용처럼 사용됐을 것이다. 이후, 검은색에 대한 인류의 개량 작업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기름을 태우고 남은 부드러운 재, 즉 ‘램프 블랙’과 동물의 뼈를 태우고 남은 재로 검은색 물감은 물론, 눈화장용 먹과 오늘날의 염색약에 해당하는 머리 기름까지 만들어 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앞선 기술을 보여줬던 이들은 검은 안료를 병에 담아 사용했던 이집트인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이집트의 벽화에는 검은색이 유난히 많다.

한편, 프랑스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벽화는 검은색 안료를 획기적으로 사용했던 원시 미술인들의 천재적 예술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라스코 동굴 천장에는 거대한 소가 그려져 있는 몸통이 까만 것을 둘째치고 다리에 검은색 외곽선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탄소연대 측정법을 통해 추정되는 이 작품의 제작 시기는 약 17,000년 전으로, 이미 먼 옛날부터 인류는 검은색 외곽선을 창작 활동에 동원했던 것이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최소한 30,000년은 족히 됐을 것으로 여겨지는 다른 벽화들에서도 말과 사자 머리 등에서 검은 외곽선은 발견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검은색 외곽선이 급기야는 인류의 몸에까지 적용돼 기원전 2,000년 경부터는 눈 주위의 아이라인을 그리는 데도 도입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몸에 검은색으로 문신을 새기는 풍습 역시, 기원전 5,000년 쯤부터 시작된 것으로 역사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윤곽선이 아닌 작품 색으로서 검은색이 화폭,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럽의 화폭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크 시대부터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밝은 그림으로 점철됐던 중세 유럽의 미술이 검은색을 터부시했던 반면,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17세기 이후에 등장한 바로크 미술은 빛과의 극적인 대조를 위해 검은색을 회화의 주색(主色)으로 끌어들이면서 주연 같은 조연으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바로크’란 에스파냐어로 ‘일그러진 진주’를 뜻하는 말로, 밝고 화사하며 피사체의 외곽선이 분명했던 르네상스 미술과 달리, 짙고 어두운 가운데 피사체의 외곽선이 뭉개져 있어 이전의 르네상스 그림에 비해 무척 기이하게 느껴진다는 의미를 지녔다.

실제로 바로크 미술의 많은 경우는 검은색이 배경을 지배하는 가운데 주인공과 피사체들이 마치 검은색 배경에 흡수되는 듯한 느낌마저 주곤 한다. 더불어 그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거리를 한 소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루벤스의 ‘자화상’ 렘브란트의 ‘니콜라스 퇼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야경’ 등이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바로크 미술 사조에서 캔버스를 지배했던 검은색이 이제는 서양에서 이전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수묵화에 대한 동양의 낮은 관심에서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검은색의 재발견이 언제쯤 이뤄질지 실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각설하고, 미술에서 건축물로 시선을 돌려보면, 진나라 못지않게 건물을 온통 검은색으로 염색하고자 했던 시도가 서양에서도 눈에 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건축물이 바로 ‘오벨리스크’ 원래 오벨리스크란 고대 이집트 왕조 때 태양 신앙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비를 일컫는 용어이다. 단 하나의 돌덩이로 만들어지는 오벨리스크는 밑면이 사각형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 꼴로 이뤄져 있다. 오벨리스크는 이집트의 발명품이었지만 이후, 로마를 비롯한 이집트 정복 군주들이 이를 차용해 검은 석회암을 뾰족하게 깎은 다음,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광장에 세워 놓고 자신의 업적,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전쟁의 승리를 기록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건축물인 ‘지구라트’ 또한 기단이 검은색이었다. ‘지구라트’란 ‘높은 곳’이라는 뜻으로 성탑, 또는 계단 탑을 일컫는 용어인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각지에서 발견된 일종의 신전이었다. 기본 구조는 점점 작아지는 사각형 테라스를 여러 개 겹친 것이었으며 신전은 상층부에 얹어져 있었다.

시계를 현대로 돌리면, 이 시대의 유명한 검은 건축물로는 프랑스의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1989년에 설계한 일본 아사히 맥주의 본사를 꼽을 수 있다. 도쿄 강변에 위치해 있으며 거대한 사다리꼴 육면체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로 건축된 이 건물은 검은 옻칠을 한 일본산 맥주컵처럼 생겼으며 증기 기관차의 연기처럼 기이한 모양의 황금색 청동 모형을 건물 위에 얹어 놓고 있다. 혹자의 말로는 이 황금색 청동 모형이 맥주 거품을 상징하는 것이란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곳에 접근하는 대중 교통이 상당히 불편해 아사히 맥주 본사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 아사히 맥주 본사는 또, 고층 빌딩 옆에 자리한 데다 바로 앞은 고가도로까지 지나가고 있어 제대로 된 정면 사진을 찍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피사체다.

시선을 덴마크로 돌리면 덴마크의 디자인 그룹인 슈미트 함마 라센이 설계한 덴마크의 왕립 도서관 건물이 검은 건축물로 유명하다. 발트해가 접해 있는 부둣가에 세워진 블랙 다이아몬드는 아사이 본사 건물과 비슷한 역사다리꼴 건물로서 주변의 자연과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지리에 등장하는 검은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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