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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중국 항저우의 ‘서호용정’ 녹차는 금값에 버금가 그런 녹차도 적록색맹엔 노란색으로 보일 수 있어중국의 유명 녹차는 대개 강남 3성인 저장, 안후이, 장쑤성에 집결 색맹 중 가장 많은 적록색맹은 초록색과 빨간색 제대로 구별 못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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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22  09: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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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적록 색맹을 지닌 이의 시야(아래)와 일반인의 시야(위)를 일례로 비교한 모습. 모든 적록 색맹을 지닌 자가 이처럼 대상물을 인식하는 것은 아니며 빨간색과 녹색을 인식하는 시각 세포들이 얼마나 있으며 또 얼마나 제대로 기능하는지 등의 원인에 따라 인지되는 색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변한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일본에서 녹차가 우리나라의 보리차처럼 서민적인 길을 주로 걸어왔다면 중국에서는 대중적인 동시에 귀한 길을 함께 걸어왔다. 물론, 중국의 경우도 녹차는 중국 내 차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으뜸 사랑을 받고 있다. 더불어 녹차의 주요 생산지로는 상하이 주변의 저장성(浙江省), 안후이성(安徽省), 장쑤성(江蘇省) 등 강남 3성(省)을 꼽아볼 수 있다. 참고로 녹차 이외에 중국에서 생산되는 주요 차들로는 색깔을 중심으로 구분해 볼 때, 홍차, 백차, 황차, 흑차 등이 있으며 찻잎을 숙성시킨 비율 등에 따라 우롱차, 보이차 등과 같은 마실거리도 있다. 덧붙이자면 홍차와 보이차가 녹차를 완전히 발효시킨 차라면 우롱차는 반 정도 발효시킨 차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연 그대로를 마시는 것이 녹차요, 이를 어느 정도 숙성시켜 마시는 것이 녹차 이외의 차인 셈이다.

녹차의 원산지답게 중국에는 하늘의 별만큼 많은 종류의 녹차가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차가 ‘서호용정(西湖龍井)’이다. 중국 저장성의 최대 도시인 항저우(杭州)에 위치한 서호(西湖) 근처에서 생산되는 ‘서호용정’은 맑고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맛이 특징이다. 현지에서는 뒤의 두 글자만 사용해 ‘용정’의 중국어 발음인 ‘롱징’으로 부르며 가장 사랑하는 차(茶)이다. 그런 ‘서호용정’ 가운데 ‘어전십팔과(御前十八棵)’는 매년 수확량이 100g에 불과하기에 청나라 황제가 직접 관리했을 정도로 희귀한 차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서호용정 어전십팔과’는 경매시장에서 100g당 36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100g당 600만원대인 금값의 반을 훌쩍 넘는 가격이다. 부러운 사실은 항저우가 쑤저우(蘇州)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것이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有上天堂 有下蘇杭)”라는 중국말처럼 대륙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알려진 곳의 녹차마저 명품이라는 것이다. 이쯤이면 녹차가 좋아서 행복 도시가 된 것인지, 행복 도시여서 녹차도 좋은 것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한편, 안후이성(安徽省) 황산(黃山)시에서 나는 ‘태평후괴(太平猴魁)’ 녹차는 당초 원숭이들을 훈련시켜 찻잎을 채취했기에 원숭이 ‘후(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다. 비록 ‘서호용정 어전십팔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 10대 차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가격은 100g에 20만원 가량으로 이 역시 은값의 세 배에 이른다. 그런 고급 녹차들을 눈앞에서 보노라면 자연히 녹색이 금색 또는 은색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녹색이 녹색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녹색을 녹색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녹차는 탁한 노란색에 지나지 않는다.

덧붙이지만 색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색맹(色盲)’이라고 하는데 색맹에는 크게 적록 색맹과 청황 색맹이 있다. 적록 색맹은 빨간색과 초록색 모두 탁한 노란색처럼 동일하게 보이기에 이들을 구분해 낼 수 없으며 청황 색맹은 푸른색이 초록색으로, 초록색이 붉은색으로 보이는 색맹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청황 색맹이 비록 푸른색이기는 하지만 이를 초록색으로 인지할 수 있는 반면, 적록 색맹에서는 초록색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색을 감지해 내는 시각 세포는 달걀의 안쪽 껍질처럼 안구의 안쪽 막을 형성하는 망막에 분포돼 있으며 망막의 시각 세포에는 ‘간상체’와 ‘추상체’의 두 종류가 있다. 더불어 ‘간상체’는 어두운 곳에서 약한 빛을 감지하며 ‘추상체’는 밝은 곳에서 빛을 감지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간상체 세포의 도움으로 밤에도 달빛만으로 길을 걸을 수 있으며, 낮에는 추상체 세포 덕분에 색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추상체 세포가 원뿔 모양으로 생겼기에 영어로는 콘 셀(Cone Cell), 한자어로는 송곳 ‘추(錐)’와 형상 ‘상(狀)’을 사용하고 있으며 빨간색과 녹색, 파란색을 구별할 수 있는 적원 추상체, 녹원 추상체, 청원 추상체의 3가지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 추상체 세포는 서로 적절히 협응하며 다양한 종류의 색깔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이들 가운데 한 종류의 추상체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그 수가 적으면 해당 색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되며 나머지 추상체 세포에 의존해 색을 인식해야 한다. 적록 색맹의 경우에는 녹색과 붉은색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기에 교통 신호등의 빨강과 초록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더불어 색맹 가운데에서는 적록 색맹이 가장 많으며 한국에서는 남성의 5%, 미국은 7%, 호주는 8% 정도가 적록 색맹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한국 여성의 경우는 0.4% 정도만이 적록 색맹인데 이는 유전적으로 여성의 Y염색체가 색맹에 우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적록 색맹에서는 초록색과 붉은색이 어떻게 보일까? 본 칼럼에서 제시된 사진을 보면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어떤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녹색 감상이 참으로 감사하지 아니한가? 그럼, 다음 시간에는 마무리 칼럼으로 이번 학기의 초록색 오디세이를 끝맺고자 한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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