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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정하다는 착각
김미래  |  mirae_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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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2  09: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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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의 임금 격차 관련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임금불평등도는 OECD 24개국 중 22위다. 고용안전성 관련 지표는 6개월 이하 단기고용근로자와 평균 근속연수 등의 항목에서 모두 OECD 비교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사회·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IMF 경제 위기 이후 증가한 비정규직 노동자 수로 심화된 정규직·비정규직 간 양극화 문제는 한국 노동시장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는 또 다른 시사점을 가진다.

한국리서치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한국 노동시장의 변화 방향에 관한 질문에서 20대의 42%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과 격차를 현 수준으로 둬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다. 이런 “임금 격차 유지” 주장의 배경에는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성장해온 이들의 보상심리가 있다.

바늘구멍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는 또다시 정규직, 대기업 등으로 평가받는다. 이렇듯 평가를 받는 것에 익숙해진 세대들은 사회가 내리는 불평등한 평가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대에 올린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에게 엄격해야 했던 이들은 엄격해진 눈으로 타인을 바라본다.

‘공정함’ ‘정의로움’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의 사회 속에서 합의된 불공정함에 분노하고 공정함이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불평등을 생산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과 격차를 현 수준으로 두자는 이들의 주장은 결과의 공정함과 과정의 공정함 중, 기회의 평등을 원하며 과정의 공정함을 이야기하지만 결과의 공정함은 고려하지 않는 모순을 범한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능력주의 사회가 있다. 공정한 능력주의의 전제 조건인 ‘기회의 평등’은 지켜지지 않은 채, 개인의 노력과 능력 외적인 부분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한 능력주의 사회지만 한국사회의 능력주의는 절름발이다. 여전히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 환경과 같은 비능력적인 요소가 많은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노력만으로 계층 이동이 가능해졌지만, 온전히 노력과 능력만으로 평가받고 있는 게 맞는가. 그럼에도 한국사회의 능력주의는 노력=능력=성공이라는 등식 아래 가난의 이유를 노력이 부족한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차별과 계급을 정당화한다.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며 그 아래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썩고 있는 부분은 보지 않는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의 능력주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노력이 보상받길 원하는 이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를 현 수준으로 두자는 주장 아래 불평등을 묵인하는 세대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김미래 사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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