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독자기고] 롤링 스톤즈와 너바나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10.02  09:08:4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주인은 내달에 칵테일 바 문을 닫으리라 했다.

병 때문이야,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주인의 늙은 병은 내가 그를 알기 한참 전부터 그의 몸속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별말 얹지 않았다. 정확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이후 주인과 나는 저녁을 같이했고, 나는 그를 근방에서 가장 조용하고 좋은 술집으로 데려갔다. 모든 꼴사나운 짓에도 처음이 있구나 깨달은 것은 자리가 파하기 전 내가 울었기 때문이고, 내가 운 까닭은 명확하지 않다. 그는 내가 썼던 글과 꼭 같다며 마냥 웃기만 했다. 술을 부었더니 눈으로 흘리는 게 이런 거구나. 그런 위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밤 이후 우리는 정신없이 바빠졌으므로 이튿날 몰려온 숙취도 별 소용을 갖지 못했다. 나는 이곳저곳을 다니거나 한곳에 처박혀 있었고, 수업을 듣지 않을 때는 일을 했고, 자그마한 것을 몇 가지 만들었고, 내내 밤잠을 설쳤으며, 일주일에 일곱 잔은 족히 커피를 마셨고, 칵테일 바에는 조금 더 자주 갔다. 그는 비 오는 여름밤이면 꼭 턴테이블에 조니 캐시나 롤링 스톤즈를 올리고 SF 소설만 끝없이 읽어 대곤 했다. 정말 축축 처지네. 그렇지? 청록빛으로 초근한 창밖을 바라보며 바삭하게 종이를 넘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장마철이 오면 곧 저기 꽂힌 엘피판들이 전무 물결처럼 일렁일렁하겠지. 불현듯 그는 기겁했다. 그거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아. 낭만적이라고 하지 않았어. 일렁이기 시작하는 음반들, 너바나 도입부 같지 않아? 아니, 그냥 슬플 뿐일걸. 슬프다니. 지금이야 그럭저럭 견딜 만하겠지. 하지만 여름이 지나치게 미화됐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야. 나는 그 미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잠시 입을 다물고, 술잔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 냈다.

이름난 제과점에서 샀다는 레몬 파운드를 같이 먹으며 주인은 크리스마스가 오면 친구들과 작은 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 잠깐 할 말을 못 찾았다. 촘촘히 조직되어 있다가도 무력하게 부서지는 맛. 입술을 핥지 않고선 벗길 수 없는 단맛. 지금은 여름인데, 크리스마스는 아직 멀었는데, 연말은 쓸쓸해서 별로 헤아리고 싶지 않은데. 불가능한 것을 바라고 아쉬워하는 나보다야 그가 훨씬 단단한 인간이라 생각했다. 원래부터 여위었던 손등이 어쩐지 포크와 닮아 보일 만큼 강팔라서 한참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고양이는 잘 지내니, 겨우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는 화평이라는 이름의 하얀 고양이를 기른다. 세 살 먹은 작은 동물은 주인을 닮아 얌전하고 곁을 잘 주지 않는다.

버스든 지하철이든 첫차나 막차를 자주 탄다. 서너 계절이 지날 동안 창밖 풍경을 보며, 곁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즐거운 순간은 매번 발목만 어루만지다 숨어 버렸지만 일상은 무던히 흘렀다.

푹신한 밤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는 느낌이 들 때에도, 이 안전에 구태여 위태로움을 더하지 않기로 했다. 맞물린 품이 안온했기에 다른 것들은 많이도 잊어버렸다. 10월 6일에는 내 오랜 친구에게 가려고 한다.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덕분에 비가 오는 날에는 너바나의 노래를 꼭 듣는다고 말해줘야겠다.

 

/정다원 사회복지학 3년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전공박람회, 53개 전공 1천여명 상담 진행
2
[보도] 학생생활관 1인 사생실 시범 운영
3
[보도] 해외 취업의 길잡이 ‘글로벌 주간’ 특강
4
[보도] 한강을 따라 인문학을 되짚어 보다
5
[보도] “자기 삶의 주체가 돼 방향성 잡아가야”
6
[보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25일, 명사특강 열려
7
[기획] 전공능력 중심 교육체계, ‘Hi FIVE’ 운영된다
8
[보도] 동아리들의 잔치 ‘클립 오락관’
9
[보도] 봉사시간 채우고 학점 받자 ‘자율형봉사인증’
10
[시사] ‘루나ㆍ테라’ 폭락… 무너지는 코인 시장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