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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선생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존중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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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2.26  07: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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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에 1988년 3월 발령받아 34년간 일하면서 과연 우리 학생을 위하여, 대학을 위하여, 또한 학문 분야를 위하여 무엇을 이바지하였는지 돌아보는 정년이 다가왔다. 우선 기생충학 분야에서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싣지 못하였지만, 국내에서 개회충증이라는 새 분야를 하나 개척한 데 만족한다. 과거 대학원생과 같이 일할 때, 필자가 대학원생을 학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1년도 그 대학원생 졸업을 시키고 해외로 박사후 과정을 보내는 것까지 마치고는 더 학생을 받을 수 없었다. 왜 학대를 하였나 돌이켜 보니, 결국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내 탓인 것을 학생에게 전가하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학생이 잘못하면 선생 탓”이라는 간단한 진실을 잊은 것이다.

대학에 기여로 1999년 2월부터 1년 7개월간 의대 교무담당 학장보를 맡아 임상술기시험, 컴퓨터바탕시험 등을 체계적으로 도입한 것이 기억난다. 임상술기시험은 2010년도 제74회 의사국가시험부터, 컴퓨터바탕시험은 2022년 제86회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부터 도입되었으니, 과거 준비했던 내용이 정확한 방향이었음에 안도한다.

학생이 기생충학을 잘 이해하도록 최선을 다하였나 돌이켜 보면, 역시 부족하였고 학생과 소통도 부족하였다. 2000년 이전에는 그나마 학생들과 가까이 지내고, 방학이면 교실에 나와 연구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로는 나이 들어 그런지, 점점 더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고, 학기 수업 마치고 교실에 나와서 같이 연구하는 학생도 사라지고, 학생들 이름은 수업 마치고 나면 아예 기억조차 하지 못하여진 지 오래되었다. 필자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학생은 선생이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관심을 두는지 바로 파악한다. 가장 후회되는 점은, 흡연자이면 의사 자격 없다고 매우 심하게 꾸짖고 수업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 점이다. 아무리 흡연이 싫다고 하여도 선생으로 취할 자세는 아니었다. 졸업생 가운데 아무도 전공자로 배출하지 못한 점도 학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필자가 퇴임한 후 기생충학 전공자는 더 선발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이것도 그동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응보라고 여긴다. 선생의 여러 역할 중 가장 중요한, 학생을 사랑하고 아끼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 우리 의대생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이므로 학습 목표만 설정하고 학습할 수 있는 도구만 알려 주면 알아서 깨닫는데, 왜 학대하였는지 후회막급이다. 학부생과 졸업생이 부디 이런 기억을 잊고, 훌륭한 의사로서 전 인류의 건강을 위하여 기생충학 지식을 활용할 수 있기 바란다. 32년 전 개나리 피던 시절에 우리 대학에 발령받아 아름다운 교정에서 설레고 행복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였던 만 서른의 젊은 기생충 전공자로 돌아간다면, 천재인 우리 학생들을 조금 더 존중하고 아끼면서 살 수 있을까?
 

/허선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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