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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우리가 서 있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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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12  07: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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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끝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는 새학기가 되었다.

이번 수강신청은 잘 했는지, 현장실습을 언제쯤 가면 좋을지, 원하는 분야의 회사들은 채용이 활발한지 등등 다양한 생각이 한림인의 머리를 채울 듯싶다. 그런데 당면한 고민들을 헤쳐나갈 기상과 지혜도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삶의 지혜를 넓히는 한 방법일 것 같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의 최대 업적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이란 개념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가만히 서 있는 나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친구의 공간과 시간이 다르고, 지표면의 나와 국제우주정거장 속 우주인의 시간과 공간이 미세하게 다르다. 이런 차이를 이론적으로 정확히 계산하고 반영해야 GPS와 같은 문명의 이기가 구현된다.

인류가 현재 서 있는 자리를 시간과 공간이라는 씨줄과 날줄 속에서 보면 어떻게 될까? 약 138억 년 전 빅뱅이라는 우주사적 사건으로 만들어진 시공간의 흐름으로 보자면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지구 위에 생명이 탄생해 진화하며 의식을 발전시켜 온 과정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우주의 역사를 1년의 달력으로 비유하자면 태양계는 8월 말 형성되었고 지구는 9월 중순 태어났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과학을 발전시키며 세계와 우주를 이해한 시기는 밤 11시 59분이 지난, 불과 1분도 안된 짧은 시간이다.

공간적으론 어떨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완고한 견해는 코페르니쿠스가 일으킨 과학사적 혁명 속에서 무너지면서 이제 우린 지구가 수천억 개의 은하계 중 평범한 한 은하에 속한 수천억 개의 항성 중에서도 그저 하나의 별에 딸린 행성이라는 걸 안다. 그런 깨달음이 우릴 더 겸손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지구를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도 만든다. 인류가 우주를 탐구해 온 이래 지구는 아직까지 생명체가 발견된 유일한 곳일 뿐 아니라 의식을 갖고 우주의 진화를 이해하는 생명이 존재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경제적 수준은 향상되었으나 삶은 더 각박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확대되는 소득 격차나 기후 위기, 강대국 사이 신냉전의 전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하나 삶의 질과 의미가 경제나 정치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고찰하고 우주사적 흐름 속에서 인류를 더 깊이 바라봄으로써 미래를 헤쳐나갈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우주의 탄생에서 생명의 진화까지 하나의 체계적인 스토리로 이해하고 고찰하려는 빅히스토리가 강조되며 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빅히스토리처럼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주제를 공부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바로 대학에 다니는 때가 아닐까? 자신의 자리에 서서 세계와 우주를 바라보며 큰 배움을 꿈꾸는 한림인들의 당찬 도전을 응원한다. 

 

/고재현 나노융합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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