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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대지의 색, 풍요의 색으로 자연을 대표하는 갈색 강렬한 원색들에 밀려 오랫동안 대접 못 받아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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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12  07: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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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인 ‘제너럴 셔먼 트리’는 높이만 84m로 거의 30층 건물의 높이에 필적한다. 밑동의 둘레 또한 31m에 달해 손과 손을 이어 나무 주위를 둘러싸기 위해서는 20여 명이 필요하다. 사진에서 보듯 ‘제너럴 셔먼 트리’는 온통 갈색으로 이뤄진 거대한 몸통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아낸다. 나무 이름이 ‘제너럴 셔먼 트리’로 명명된 것은 미 남북 전쟁 때 북군의 승리를 이끌며 남부군을 괴멸 상태로 몰아넣었던 초토화 작전의 지휘관, 셔먼 장군을 기려서이다. 참고로 ‘제너럴 셔먼’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가장 크고 강함을 의미하는 수식어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이미치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한국에선 ‘살색’, 일본에서 ‘차색’, 중국에선 ‘야자나무 색’으로 불려
자본주의 2.0 시대엔 자연주의를 표방한 색으로 재조명 받으며 인기


색깔의 인문학을 시작한 지도 어언 2년 반이 흘렀다. 그동안, 다룬 색들은 검은색과 흰색을 비롯해 빨강, 파랑, 초록, 노랑, 주황, 그리고 보라 등 모두 8개였다. 그리고 이번엔 아홉 번째 색인 갈색이다.

한국에선 ‘살색’ ‘밤색’ 또는 ‘고동색’으로 불리는 ‘갈색’은 일본에서 마시는 차의 색깔을 의미하는 ‘챠이로(茶色, ちゃいろ)’로 불린다. 이유는 찻잎을 우려서 갈색 염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갈색’의 구성 한자인 ‘갈(褐)’자의 어원을 찾아보니 ‘털옷’이라는 뜻으로서 원래는 칡 줄기와 같이 거친 섬유로 짠 옷을 의미했다. 칡 줄기로 옷을 짜다 보니 색깔은 자연스럽게 흙색을 띠었고, 한국에선 이를 곧 ‘칡색’ 또는 ‘흙색’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재는 한·중·일 삼국 가운데 우리만 ‘갈색’을 ‘흙색’의 대표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야자나무를 일컫는 종려나무 ‘종(棕)’자를 사용한 ‘쫑쓰어(棕色)’를 ‘갈색’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갈색을 왜 ‘쫑쓰어’라고 부르는지 중국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를 뒤져본 필자이지만, 어원 검색에는 실패한 까닭에 독자 가운데 그 기원을 아는 이가 있다면 언제든 제보를 환영하는 바이다. 한편, 고동색의 어원도 궁금해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오래된 구리 색’을 의미하는 ‘고동(古同)’이 어원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전까진 ‘고동’을 순수 국어로 알고 있었기에 나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각설하고 일본에선 ‘챠이로’, 중국에선 ‘쫑쓰어’라 불리는 갈색은 영어론 ‘브라운’, 스페인어로는 ‘마론’이라 불린다. 물론, 영어에서도 스페인어의 ‘마론’과 비슷한 단어인 ‘마룬(maroon)’이 있는데 이는 견과류인 밤의 색깔을 의미한다.

밤나무 색으로도 표현되는 갈색은 초록과 함께 자연을 대표한다. 물론, 이유는 초록, 파랑과 함께 지구를 가장 넓게 뒤덮고 있는 색깔인 까닭에서다. 실제로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인 동시에 가장 큰 부피와 무게를 자랑하는 나무를 보면, 초록색 이파리를 제외한 줄기와 기둥, 뿌리 모두 갈색뿐이다. 여기에서 잠깐! 만일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이 고래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크나큰 착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동물은 포유류인 ‘흰긴수염고래’로 길이가 약 30m에 무게는 150t에 달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생물은 식물인 ‘자이언트 세콰이어’로 높이가 50m를 훌쩍 넘으며 무게 또한 1,000t을 상회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압권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세쿼이어 공원에 있는 ‘제너럴 셔먼 트리’이다. 높이 84m에 밑동 둘레가 31m, 무게는 1,385t에 달하는 ‘제너럴 셔먼 트리’는 나무 나이인 수령(樹齡)도 자그마치 2,200년에 달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대지(大地)의 색으로 출산과 자연, 온전함을 상징해온 갈색이 색깔로서는 유사 이래 큰 대접을 받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컬러의 말」의 저자,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에 따르면 그 이유는 성경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 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말하자면 인류를 탄생시킨 색인 동시에 죽음에 이르게 한 색이 갈색이기에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단, 인간만이 아니다. 식물을 보더라도 갈색 땅에서 초록색 이파리가 솟아 나와 열매를 맺은 후, 갈색 낙엽을 땅에 떨구며 한 해를 마감하는 순환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탄생과 동시에 종말을 의미하는 갈색은 빨강과 파랑, 노랑과 주황 같은 원색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화려한 색깔이 각광받던 초기 자본주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수수한 자연색이 인정받는 중기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그와 같은 현상은 주택과 가구, 인테리어와 문방용품 등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색깔 자본주의가 콘크리트나 철골이 아닌 목조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에서부터 마룻바닥과 가구를 원목으로 꾸미고 포장지와 포장 봉투까지 갈색으로 바꾸면서 자연주의를 앞세우는 까닭에서다.

이와 관련한 우스개 일화 한 가지.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필자의 지도교수가 어느 날 필자에게 “오늘은 갈색봉투 미팅이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지도교수는 영어로 ‘brown bag meeting’이란 표현을 썼었는데, 당시 필자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이에 필자가 지도교수에 무슨 미팅 이름이 그러냐고 물었더니 지도 교수 왈, “브라운 백 미팅은 점심을 먹으면서 하는 회의를 말한다네. 직장에 나가는 미국인들은 보통 집에서 싸 온 샌드위치를 점심에 먹는데 그 샌드위치를 싸는 봉투가 갈색이어서 그렇게 부르지”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아직 비닐 봉투를 사용하던 때라 갈색 봉투는 미국의 남다른 자연 보호 수준을 보여준 것 같아 부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도 왠만한 곳에서는 비닐 봉투 대신 갈색 종이 봉투로 포장을 해 주고 있어 어느덧 과거 속의 일화가 되어 버렸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갈색을 둘러싼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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