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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바로크풍 미술 연 카라바조는 갈색 성화(聖畫)의 달인 네덜란드 국민화가 렘브란트도 갈색 자화상의 ‘끝판왕’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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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02  08: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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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라조는 ‘카아로스쿠로’란 명암법으로 한 획을 그어
60여 점의 자화상 남긴 렘브란트는 자기 내면에 관심

   
▲ 무려 60여 점의 자화상을 남기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화상에 있어서는 거의 전무후무한 다작을 선보이는 렘브란트는 그가 사망한 해에도 자화상을 남겼다. 일반적으로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는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파헤치며 정신적 갈등에 남달리 강한 관심을 지닌 이로 알려져 있다. 그림은 렘브란트가 55세 때 그린 작품으로 갈색이 얼마나 다채롭게 바로크식 자화상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갈색 ‘자화상’의 끝판왕이 렘브란트였다고나 할까?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난 시간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코레지오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주에는 코레지오보다 조금 뒤인 바로크 시기에 활약했던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에 대한 이야기이다. 참고로 ‘바로크’란 ‘일그러진 진주’를 뜻하는 포르투갈어로 이전의 르네상스 풍 그림이 우아하고 정감이 넘치며 부드러운 화풍을 따랐다면 바로크 풍은 명암 대비가 강렬한 가운데 그림의 소재도 성경에서 떠나 일상으로 옮겨간 것이 대단히 생경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에 따라 르네상스 이후, 1600년대 초부터 1700년대 말까지 약 2세기 동안 바로크 미술이 유럽을 풍미하게 된다.

카라바조는 그런 바로크의 초기 이탈리아 화가로,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잘 표현했으며 근대의 ‘사실주의’를 창시한 개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실주의’란 눈 앞에 펼쳐진 정경을 왜곡이나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으로서 신체 비율의 과장이나 빛에 대한 인위적 채색 없이 자연광에 노출된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카라바조의 시대에는 아직 채색의 대상이 성경 속의 인물들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카라바조는 이에 대한 묘사를 사실주의적으로 행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선배들로부터 차별화시켰다. 카라바조는 특히, 빛과 그림자의 날카로운 대비를 기교적으로 구사하면서 밝고 어두운 경계선에 갈색을 동원함으로써 ‘갈색의 재조명’을 본격적으로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카라바조가 명암을 극적으로 대비시키기 위해 활용한 기법은 이른바 ‘키아로스쿠로’란 채색법으로 ‘키아로스쿠로’는 이탈리아어로 밝다는 뜻의 ‘키아로(chiaro)’와 어둡다는 의미의 ‘오스쿠로(oscuro)’를 합친 용어로 ‘명암’을 의미한다. 흡사, 흑백 사진 촬영법과도 같은 ‘키아로스쿠로’를 이용해 카라바조는 그의 나이 29세 때, ‘그리스도의 매장’이란 걸작을 남겼는데 이 작품은 아름다운 갈색 성화(聖畫)의 대표작으로서 오늘날 로마 바티칸 미술관을 장식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그리스도의 매장’은 십자가에서 순교한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져 관에 매장되는 순간을 다룬 역사적 장면으로, 숱한 서양화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굳이 동양화에 비유하자면 피리 부는 아이가 소의 등에서 유유자적하는 장면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카라바조의 작품은 이전의 화풍과 달리, 흑백 사진으로 촬영한 듯이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사람들에게만 빛이 비치도록 채색하는 동시에 주위는 깜깜하게 그림으로 마치 어두운 연극 무대에서 핀 조명이 중앙의 피사체만을 비추는 듯한 효과를 연출해 냈다. 이 과정에서 카라바조는 조명을 받은 피사체들과 캄캄한 배경 사이의 그라데이션을 다양한 갈색들로 채움으로써 예수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고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탈리아의 갈색 화가로 바로크 초기의 카라바조가 있다면 네덜란드에는 불후의 국민 화가, 렘브란트가 있다.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렘브란트는 초기 바로크의 기풍을 더욱 발전시켜 빛과 어둠을 더욱 강렬한 동시에 입체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당대 유럽 최고의 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카라바조가 빛이 비치는 피사체의 크기를 이전과 동일한 비율로 국한시켰다면 렘브란트는 캔버스 내에서 조명이 비치는 부분을 더욱 작게 그림으로써 핀 조명의 효과를 한층 극대화시켰다. 그런 렘브란트의 그림에서도 갈색은 검은색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더불어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그가 방탕한 생활로 파산하게 된 50대에 그린 자화상이다. 이 그림에서 렘브란트는 이전의 야심 차고 자신만만했던 자화상 속의 자신들과 달리, 정면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진솔함을 절절히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이 자화상의 압권은 바로 입술을 굳게 다물며 관객을 뚫어질 듯 바라보는 그의 얼굴로서, 역시 주변에 비해 환하게 채색된 갈색 표정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실, 렘브란트는 ‘자화상의 화가’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자화상을 남겼다. 이는 그가 표정 연습과 더불어 습작을 위해, 그리고 그의 명성이 자자해진 이후에는 판매를 위해, 인생의 여명기에는 자신의 내면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자화상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렘브란트와 함께 갈색 염료의 재발견에 깊이 공헌한 또 한 명의 네덜란드 화가인 안소니 반 다이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어느새 주변에서 하나둘씩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외신에선 한국이 팬데믹을 거쳐 엔데믹으로 들어가는 최초의 국가가 되리라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보내고 있다. 진짜 봄이 오는 모양이다. 그럼, 모두들 코로나 시국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봄을 맞이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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