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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한국의 갈색 화가는 황소와 흰소 그린 대향, 이중섭 자신이 졸업한 학교의 뜻 이어받아 소 그림에 매진황소, 흰소와 함께 닭, 아이들 그림에서도 갈색에 대한 짙은 사랑 보여줘 가족과 생이별하고 생활고 끝에 정신까지 이상해지며 홀로 병원에서 운명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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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14  09: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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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설명 이중섭은 어렸을 때부터 소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으며 그림을 그릴 때는 하루종일 소만 바라봤다고 한다. 사진은 이중섭이 그린 수많은 ‘황소’ 시리즈 가운데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2020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며 갈색 하나만을 이용해 힘차고 다채롭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26.4*38.7cm의 크기로 A4용지 보다 살짝 큰 크기이다.(이미지 출처: 네이버)

드디어 갈색을 사랑한 한국 화가의 이야기이다. 더불어 필자가 찾은 갈색 사랑의 대표적인 한국 주자는 다름 아닌 ‘대향(大鄕)’ 이중섭이다. 덧붙이자면 ‘대향’은 그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설립자와 관련이 있는데, 이중섭이 졸업했던 학교는 평안북도 정주의 오산학교로 이 학교 설립자인 이승훈이 지향했던 ‘대(大) 이상향’의 줄임말이 ‘대향’이었다. 물론, 이승훈의 ‘대 이상향’은 조국을 독립시키고 부강한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이중섭이 누구보다 이승훈의 뜻을 화폭에 잘 구현했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향 이중섭이 한민족의 커다란 이상향을 캔버스에 듬뿍 담아낸 피사체는 바로 ‘소’였다. 끈기 있고 강인하며 충직한 가운데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는 ‘소’를 통해 이중섭은 한민족의 긍지와 저력, 박애와 희생 정신을 대유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런 이중섭의 ‘소’ 시리즈는 대부분 흰색과 갈색으로 채색돼 수수하고 검박하며 강인한 백의 민족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비단, 소뿐만이 아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닭과 가족’이나 ‘개구리와 아이들’ 같은 명화 또한 갈색을 테마로 탄생한 걸작들이다. 해서, 이중섭을 통해 본 한민족은 ‘백의민족’이라기보다 차라리 ‘갈색의 민족’에 가깝다는 것이 필자의 B급 견해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이중섭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그는 일제 치하인 1916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이에 21살 때 일본에 건너가 본격적인 그림 수학을 하게 된 그는 천재라는 극찬 속에 일본 화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다. 이후, 각종 미술상을 휩쓸었던 그는 해방이 되던 1945년에 일본인 여성, 야마모토 마사코와 원산에서 결혼했으며 한때 원산사범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북한에 공산 정권이 들어서자 한국전쟁때 원산을 탈출해 제주도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활고로 인해 결국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 보낸 이중섭은 한반도에 홀로 남아 부산과 통영 등을 전전하다 어렵사리 일본에서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이중섭은 끔찍이도 사랑했던 가족들과 곧 생이별을 해야 했다. 해방 이후, 10년여 동안 지속됐던 한일간의 국교 단절로 한국인의 일본 장기 체류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가족과 강제로 이별한 이중섭은 귀국 후, 평생 가족들을 그리워하다 영양 실조 속에서 정신마저 이상해지며 40세가 되던 해,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쓸쓸하게 운명을 달리했다.

그런 이중섭이 죽기 2년 전에 그린 ‘흰소’는 갈색 배경과 갈색 피부에 거칠고 힘찬 흰색의 붓질이 일품인 최고의 작품이다. 이미 일본 유학 시절부터 일본 미술계에서 극찬을 받았던 그의 천재적 솜씨는 ‘흰소’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근면한 가운데 힘찬 기상을 잘 드러내는 ‘흰소’는 자신의 자화상일 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표상으로 곧잘 이해되기도 하는데 이중섭의 소 시리즈에 등장하는 소들은 강렬한 황색과 붉은색의 뼈대 있는 필선을 통해 대부분 분노에 차 울부짖거나 저돌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일본에 의해 식민 통치를 받고 있는 한민족의 울분을 표현한 것이다.

   
▲ 그림 설명 이중섭은 어렸을 때부터 소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으며 그림을 그릴 때는 하루종일 소만 바라봤다고 한다. 사진은 이중섭이 그린 수많은 ‘황소’ 시리즈 가운데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2020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며 갈색 하나만을 이용해 힘차고 다채롭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26.4*38.7cm의 크기로 A4용지 보다 살짝 큰 크기이다.(이미지 출처: 네이버)

비단 ‘흰소’뿐만이 아니라 ‘황소’ 역시, 갈색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다채로운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붉은색과 황토색, 갈색의 유사 색깔들이 한데 어울려 엄청난 박력을 발산하고 있는 이 작품은 같은 이름 아래 여러 개가 제작됐으며 가장 비싼 것은 무려 47억원에 경매된 바 있다. 더불어 ‘황소’ 시리즈 가운데 몇 개는 2020년에 사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해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고.
‘소’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닭과 가족’ 역시, 이중섭의 갈색 사랑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걸작이다. 사실, 황소 못지않게 이중섭이 애착을 가졌던 대상은 바로 닭이었다. 가족과 원산에 거주하던 시절, 이중섭은 자신의 넓은 집 뜰에서 닭을 길렀으며 가까이에서 계속 관찰하다 닭의 이가 옮아 고생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말년에 그린 ‘닭과 가족’은 이중섭이 닭과 함께 얼마나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떨어져 있는 가족과 얼마나 재회하고 싶은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명작이다. 이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어 놓은 듯, 가족 전체가 닭과 함께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이중섭 그림의 특징으로서 화면이 꽉 찬 듯한 단단함과 함께 조밀함도 선사한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그의 미공개 작에 대한 설명을 마저 한 후, 화제를 옷으로 옮겨 보도록 하겠다. 갈색에 얽힌 의상 이야기가 생각 이상으로 두텁고 다채로운 까닭에서다.

어느덧, 5월 중순이다. 매일 축복받은 듯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모두들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시쳇말로 ‘카르페 디엠’이라고나 할까? 코로나로 지난 2년간 고통 받았기에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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