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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담뱃갑 속 은박지에 갈색 철필로 눌러 그린 ‘아이들’ 손바닥 절반 만한 크기임에도 3억1000만원에 경매돼옷 중에선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바바리코트가 갈색 참호 속 군인이 입는 옷이라는 뜻에서 ‘트렌치코트’로 불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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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21  08: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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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이중섭이 담뱃값 속의 은박지를 펴서 그린 은지화 ‘아이들’의 모습. 크기는 손바닥 절반 크기에 불과하지만 ‘아이들’ 시리즈 가운데 2005년에 경매된 한 작품의 가격은 무려 3억1000만원이었다.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아이들’의 모습. 갈색 배경지 위에 장식된 빛바랜 갈색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지난 시간에는 한국의 갈색 화가 이중섭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엔 그 후속탄이자 마지막 편.

195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중섭의 작품, ‘아이들’은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로 더욱 유명하다. ‘은지화’란 양담뱃갑 속에 있는 은박지 종이를 반듯하게 편 다음, 예리한 철필로 종이가 뚫어지지 않을 만큼 눌러서 윤곽선을 그린 후, 검정이나 흑갈색의 물감 또는 먹물을 솜, 헝겊 등으로 문질러 선의 모양을 두드러지게 하는 그림이다. 비유하자면 흙으로 막 빚어낸 도자기에 음각으로 모양이나 무늬를 새긴 후, 음각이 된 부분에 금이나 은, 보석이나 자개 등을 집어 넣는 상감 기법으로 만든 그림이라고나 할까?

사실 이중섭은 한국전쟁 때 원산을 탈출해 부산으로 피난오면서 제대로 된 회화 재료를 구하지 못해, 양담뱃갑의 속지로 사용되던 은박지를 자신만의 캔버스로 활용했다. 미치도록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전쟁통에 제대로 된 그림 재료를 구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설령 구한다손 치더라도 빈털터리나 다름없는 그로써는 따지도 먹지도 못할 신포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여기저기 버려진 담뱃갑 속의 은박지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었다.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구겨지고 찢기기까지 한 은박지들의 상태가 대단히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하며 오히려 작품에 예술성을 가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은지화에 그린 그림 가운데 이중섭이 가장 많이 등장시켰던 오브제는 어린이들이었으며 그 가운데 두 명은 바로 자신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두 아들들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이중섭의 은지화 ‘아이들’은 현재 갈색 배경지 위에서 짙은 갈색으로 정겹게 그의 아이 사랑을 애틋하게 표현하고 있다. 말하자면 갈색으로 시작해 갈색으로 끝나는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이 바로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수많은 ‘아이들’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2005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한 미공개 작품의 경우, 역시 갈색 톤으로 두 아이가 정겹게 뒹굴며 개구리를 바라보고 있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 그림은 이중섭 작품의 최고 경매가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동안 이중섭 작품의 경매 최고가는 2000년에 낙찰된 6호 크기(40.9X31.8cm)의 ‘풍경’으로 당시 거래 금액은 2억 8000만원이었는데 미공개작인 ‘아이들’은 3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놀라운 사실은 ‘아이들’의 캔버스 크기가 겨우 가로, 세로 8.8×13.7㎝ 크기로 손바닥 반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이와 함께 마지막 경매가 17년 전에 이뤄진 것으로 미뤄볼 때 현재 이 작품은 값어치를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참고로 이 작품은 이중섭이 한국전쟁 이후 일본에서 가족을 잠깐 재회했을 때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은 일본에 사는 이 화백의 부인 마사코 여사와 둘째 아들 태성 씨가 이중섭 타계 50주기를 맞아 한국에서 개최된 기념사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었다.

한편, 시선을 화폭에서 옷으로 돌리면 이번에 갈색 이미지 하나로 세상을 평정한 의복에 시선이 꽂힌다. 참호 속에서 입는 군복이라는 의미의 ‘트렌치코트’로도 불리는 ‘바바리코트’ 이야기이다. 인상적인 것은 고급 의류의 대명사가 된 바바리의 시작이 대단히 미약했다는 사실이다. 바바리코트의 출발은 토마스 바바리라는 젊은 사장이 차린 작은 옷가게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영국 기후는 하루에 4계절이 있다고 여겨질만큼 변화무쌍하고 일교차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함께 해 뜨는 날보다 비가 오는 날이 더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1년에 300일 이상 비가 내린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때문에 영국인들에게 있어 우산과 함께 가장 필요한 것은 비로부터 신체를 따뜻하게 보호해줄 옷이었다. 하지만 바바리코트가 등장하던 당시에는 지금처럼 방수가 되는 레인코트 개념의 옷이 없었기에 크고 무거운 고무를 걸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바바리는 농부와 마부들이 일할 때 걸치던 코트에서 착안해 1888년, 방수성이 뛰어난 개버딘 원단을 개발하며 패션에 일대 바람을 몰고 오게 된다. 그로부터 1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바리 코트는 영국의 자존심으로서 세계적인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갈색 의상의 두 번째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어느새 이번 학기의 마지막 ‘색깔의 인문학’ 시리즈가 끝났다. 모두들 기말고사 잘 치르고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바란다. 그럼, 가을 학기에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재회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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