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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존 말코비치가 아닌 ‘나’로 살기
이유한 기자  |  2yoo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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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17  11: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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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얼마 전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를 보았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하나의 똑같은 얼굴 가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영화의 내용 또한 포스터만큼 기이하고 독특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크레이그 슈와츠는 인형 조종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생계를 위해 직장을 구한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회사에서 이상한 작은 문을 발견한다. 이 문은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얼굴의 주인공이자 극 중 유명한 영화배우인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으로 가는 통로다. 이 문으로 들어가면 15분동안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에 머물 수 있고, 그의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인형 조종사로서 재주가 있는 크레이그는 말코비치의 머릿속에서 그를 조금씩 조종하기 시작하다가 완전히 그를 조종하는데 성공해 아예 말코비치의 몸 안에 살기로 한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존 말코비치가 된 크레이그는 배우를 그만두고 인형조종사가 되는데, 그 전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존 말코비치’의 유명세 덕분에 그는 세계 최고의 인형조종사로 성공한다.

크레이그는 내가 아닌 타인일 때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인형조종사로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성공은 크레이그에게도 관객에게도 결코 유쾌하지 않은 성공이다. 타인의 삶을 뺏어 얻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판타지를 주제로 한 영화지만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필자도 크레이그처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는 상상을 할 때가 많다. 다른 누군가가 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누린다면 지금의 나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 너머로 바라본 크레이크는 바보같고 안쓰러운 기생충 같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영원히 타인의 몸 안에 갇힌 크레이그의 모습을 조명하는 이 영화는 지금 내 삶의 주체가 온전히 ‘나’인지를 질문한다. 수많은 미디어가 넘쳐나는 세상에 우리는 다른 것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존 말코비치의 머릿 속처럼 인터넷을 계속 보다보면 내 머릿 속에는 온갖 것들이 드나들어 뒤죽박죽 섞인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보이면 훔치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때론 존 말코비치이자 때론 크레이그가 된다.

영화 후반부 존 말코비치가 잠시 진짜 자신의 정신을 되찾았을 때 그는 기쁨에 차서 “난 자유야!”라고 외친다. 당연한 것이라고 느끼던 ‘나’로서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짧은 순간에 그는 깨달았을 것이다. 앞으로 필자에게도 크레이그처럼 스스로가 불만족스럽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마다 자유를 외친 찰나의 말코비치를 떠올린다면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유한 사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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