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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곳곳에서 ‘히잡시위’, 이란 이슬람 정권 변화 생기나히잡 자르고, 태우는 등 저항 도심서 도덕경찰 자취 감춰
이지현 편집장  |  augjh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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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01  09: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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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행됐다가 사망한 ‘히잡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발발했다.

지난달 14일 이란에 살던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아서 도덕 경찰에게 체포당한 뒤 끝내 사망했다. 그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 지하철에서 나오다가 히잡을 제대로 안 썼다는 이유로 경찰 단속에 걸렸다. 도덕 경찰은 여성의 머리카락이 많이 보이지 않는지와 옷이 몸에 달라붙는지 등을 감시한다. 단속에 걸리면 최대 90일까지 구금을 당할 수 있다. 아미니는 그 자리에서 체포돼 끌려가 조사를 받았으나 몇 시간 만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흘 후 숨졌다.

이에 경찰은 심장마비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은 아미니가 평소에 건강했다고 반박했다. 아미니가 경찰에게 폭행당했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사망 원인에 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란 사람들은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등 경찰을 상대로 저항하고 있으며 시위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 그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란혁명으로 이슬람 종교 교리를 정치ㆍ사회적으로 엄격히 따르는 신정 국가가 됐다. 이때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야 함을 법으로 제정했다. 최근 이 법에 반발하는 시위와 저항이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어졌으나 이번 사건이 시위에 더 큰불을 붙였다.

아미니의 유족은 지난달 28일 도덕 경찰을 고소했다. 유족 변호사인 살레흐 닉바흐트는 “아미니의 유족들이 철저한 조사와 구금 중 모든 비디오ㆍ사진 공개를 요구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미니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이란 전역에서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발했다. 시위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사람들도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히잡을 벗어서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항의의 표시를 보였다.

히잡에서 시작된 시위는 자유와 권리, 민주화 요구로도 번지고 있다. 특히 집회와 시위가 엄격히 통제되는 이란에서 2주 이상 장기적으로 지속된 시위는 이례적이다. 최근 있었던 대규모 시위는 2019년 휘발유 가격 상승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로 당시 이란 정부는 12일 동안 인터넷을 모두 차단했다.

현재 시위는 반정부 시위로 격화돼 2주째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센 시위로 도덕 경찰의 모습은 도심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

시위는 이라크 등과 같은 인접 국가들과 미국, 프랑스, 독일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 뉴욕, 캘리포니아 등에서 각각 연대 시위가 진행됐고 프랑스 파리 중심가 트로카데로 광장, 영국 런던 이란 대사관 인근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2일에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인간사슬을 만들어 보이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를 거세게 진압하고 있다. 정부는 격화되는 진실 규명ㆍ히잡 반대 시위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고 있다며 강경 진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쏘는 등 군경과 시위대 간 무력 충돌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또 이란 정부는 쿠르드족이 이번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기구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민간인 13명이 숨지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소재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지난달 29일 기준 “이번 시위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8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천명의 시민단체 활동가와 학생, 예술인들이 구금됐으며 이중 언론인 28명도 체포됐다고 밝혔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달 28일 대국민 연설에서 “아미니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며 “사건을 보고받고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아미니 사건에 대한 법의학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하지만 라이시 대통령은 현재 벌어지는 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지만, 폭동은 용인할 수 없다”며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위가 커진 이유로는 아미니의 죽음을 계기로 이란 국민들이 정부에 쌓인 불만도 한번에 터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당선된 라이시 대통령은 이슬람 원칙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며 히잡 착용 단속을 강화했다. 또 이란은 라이시 대통령 취임 이후 물가가 50% 넘게 오르는 등 몇 년째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일부 시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이란의 정치 시스템을 흔들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라이시 대통령이 이번 시위를 더욱 강하게 진압하고, 대처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신경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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