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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딱지를 집어 들지 마세요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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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05  10: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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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에코이스트’란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에코이스트란 말이 오래된 개념인 것 같지만, 사실 새로운 세대의 성격유형에 대한 탐색에서 비롯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그런데 그 특징 중 몇 가지만을 살펴보면 어떤 숨겨진 코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략 주목받기 싫어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피하며,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성격이라고 규정합니다. 이런 특성은 특히 MZ세대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나르시시즘에 대척점에 있는 개념 같으면서 동시에 그와 동일한 궤적에서 원점을 공유하는 ‘자기방어’기제쯤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보통 이기심과 정반대에 있는 이타심의 경우에도 일종의 보상심리로 또 다른 형태의 자기애에서 출발한다고 하지요. 남을 돕는 행위가 궁극에는 자신의 마음에 충만함으로 채워지기에 하는 말들일 게 입니다. 충분히 공감됩니다.

문제는 이런 성격유형이 특정한 프레임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어쩌면 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혹은 어떤 직업군에 맞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겐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미끼로 자신이 맞이할 내일을 한계 짓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범주에 갇혀 있습니다. 이름과 성도 자신이 짓지 않았지요. 성별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성장환경도 의지와는 무관합니다. 국적도 타고난 외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스스로 피상적인 것에 갇혀 내적 영역의 잠재력에 대해선 간과하기 일쑤입니다. 단순한 호르몬의 수치로 나의 성징을 일반화하기에는 너무도 다양한 역동성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칩니다. 한 사람이 몰(歿)하면 하나의 우주가 멸(滅)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우주라고 한다면 우리는 딱히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카오스적 존재입니다.

다시 에코이스트로 돌아가 볼까요. 그보다 먼저, 누가 우리를 MZ세대라고 불렀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실체도 없는 호명에 우리가 왜 부응해야 하나요. 에코이스트란 말에는 은근히 우리에게 능력주의를 내면화하는 코드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실 자신의 일신에 대해 질문의 대상으로서 주목받고 싶지 않다는 말 역시 자기를 스펙으로 규정하지 말라는 자기방어가 작동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공한 이도 시기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했겠지요. 양가적이게도 양쪽의 이해를 충족하고 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반대로 나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신호겠습니다. 앞서 제시한 질시를 피하려는 승자의 논리와도 중첩되는 부분이지요. 성공과 비성공이라는 구별 짓기 게임에 신의 한 수와도 같은 안전핀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또 자신에게 엄격하다는 윤리 또한 자본주의적 프로테스탄티즘의 금욕주의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지요.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전가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무섭지 않나요?

지면이 짧군요. 좀 성급합니다만, 나를 규정하는 모든 잣대는 프레임에 불과합니다. 그 프레임에 갇힐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세대론과 젠더갈등 등 우리를 옭매는 모든 ‘딱지들’을 거부해야 합니다. 갈등의 딱지치기를 조장하는 오일남에게 아웃을 선언해야 합니다.

 

/이황석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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