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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금화보다 훨씬 쌌기에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된 은화 위조도 쉬워 아예 정부가 가짜 은화 만들기도 해유다는 은화 30닢에 예수님을 로마제국에 팔아넘겨 세계 최고의 은산지는 멕시코와 페루로 1, 2위 차지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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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2.03  11: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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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에서 채석된 방연석과 방해석의 합성 광물로 은을 포함하고 있다. 은을 비롯해 산 할로겐화물, 탄산염, 황산염, 인산염, 규산염 등 여러 종류의 원소들로 이뤄져 있지만 이미 강렬한 은빛을 띠고 있어 보는 이의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비록 여섯 차례에 걸쳐 은색의 매력에 대해 강설했지만, 사실 은색은 색깔 가운데 가장 매력이 떨어지는 색이다.「색의 유혹」의 저자, 에바 헬러에 따르면 은색을 제일 좋아하는 색으로 꼽은 남자는 1%에 불과했으며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무생물에 있어서는 강렬한 세련미를 부여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에게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 은색을 ‘은의 색’이라 부르긴 하지만, 사실 은색은 색깔이라고 볼 수도 없다. 표면이 매끈할 경우에는 거울처럼 주변의 모습을 반사할 뿐이다. 반대로 표면이 거칠면 은색은 회색에 가까워진다.

그래서일까? 인류 역사에 있어 은은 금에 밀려 대부분의 역사를 2등색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금과 은’‘금은보화’라고 일컫지만 ‘은과 금’ ‘은금보화’라고 말하지 않으며, 웅변은 ‘은’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이는 서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골드와 실버’는 있을지언정 ‘실버와 골드’는 없다. 서양 속담에는 또 금을 캘 수 있는 곳에서 은을 캐지는 않는다고 일컫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은에 대한 인류의 뿌리 깊은 인식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화폐 경제에서는 금보다 은이 오히려 폭넓게 사용돼 왔다는 것이다. 이유는 금화 한닢의 가치가 너무 높아 시장 경제에서 활용되기에 불리했기 때문이었다. 일례로 지금 시세로 금은 1g에 7만6천600원 정도 하는데 500원짜리 주화가 7g정도 하는 것을 감안하면 500원짜리 주화의 크기로 금화를 만들 경우, 그 값어치는 53만6천200원에 달한다.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는 5만원권 지폐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만 해도 소액의 물건을 구매하면서 5만원권 지폐를 소상공인들에게 사용하는 것이 미안하고 부담스러웠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금화는 시장 경제에서 통용되는 화폐라기보다 사실상 작금의 금괴에 해당하는 재산 축적 수단이었던 것이다. 반면, 은의 시세는 1g에 880원 정도로 500원짜리 동전에 해당하는 은화를 만들 경우, 가격은 6천160원 정도에 불과해 시중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 은화는 기독교에서 더러운 돈의 대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명인 유다가 은전 30냥을 받고 유대교 성직자들과 공모해 예수를 로마에 팔아 넘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가 체포된 후, 유다가 후회하며 은화 30닢을 유대교 성직자들에게 되돌려 주었고 이들은 후환이 두려워 그 돈으로 인근의 땅을 사서, 죄인과 이방인, 무연고자들의 묘지로 쓰게 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은화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은화의 은 함량은 옛날부터 늘 변화무쌍했다. 지배자들은 돈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계책으로 은화를 택했으며 이는 그동안 통용되던 은화를 무효로 하고 새로운 은화를 주조하면서 은 함량을 낮추는 것이었다. 물론, 은화의 값어치는 이전대로 정하고. 나아가 아예 위조 은화를 만들던 제후들도 있었다. 그들이 만든 은화의 겉면은 은처럼 희었지만 은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구리와 비소의 합금이었다. 은 함량은 색을 보고 알 수 없기 때문에 금 함량을 알아낼 때처럼 시금석을 사용한다. 문제는 위조 은화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의 경우에는 시금석을 통해 금화의 원래 무게를 잼으로써 금화에 얼마만큼의 금이 들어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었지만 은의 경우는 구리와 무게가 거의 같아 만일, 구리를 이용해서 은화를 위조하면 무게를 재도 위조 은화를 적발해 낼 수가 없었다.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의 은이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된 데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귀금속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광물이 은인 까닭에서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은의 양은 2만7천000톤 정도로 연 3천400톤 정도 되는 금 생산량의 8배 정도에 이른다. 하지만 가격은 1/50에 불과해 귀금속으로서 가성비가 떨어지기에 아이러니컬하게 주석 동전마냥 널리 사용됐던 것이다, 현재 세계적인 은 산지로는 남미가 유명한데 멕시코와 페루가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두 국가에서 생산되는 은은 1만톤이 넘으며 전 세계 은 생산량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은도 금보다 훨씬 부드러워서 1g의 은으로 무려 2km의 은실을 만들 수 있다. 순수한 은은 너무 약해서 그대로 가공할 수 없기에 구리, 니켈, 아연과 합금을 한다. 독일의 경우는 은의 함량을 천분율로 표시하며 장신구는 은의 함량이 대개 80%이기 때문에 800이라고 적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독일의 천분율을 따르고 있으며 은팔찌의 경우는 대개 순도 92.5%에 합금을 첨가한 은 925가 판매되고 있다.

은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이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사진 관련 화학 산업이며 빛에 예민한 필름막과 인화지를 브룸화 은으로 만든다. 다음으로는 전자산업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은이 전기와 열을 가장 잘 전도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보온병의 내부 용기도 은으로 코팅한다. 은은 또한 빛을 가장 잘 반사하는 물질이기에 거울에도 쓰이며 살균 기능도 있어 식수를 정수할 때는 필터에 사용된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은은 약제에도 은이 들어가는데 특히 위장병과 성대 염증에 탁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목이 아플 때 먹는 은단은 은으로 코팅돼 있다.

어떤가? 금보다 저렴하지만 그 쓰임새는 금 이상인 광물이 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은을 달리 보도록 하자. 더불어 다음 학기에는 금과 금색에 대한 이야기로 오디세이의 대장정을 마치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한 학기 동안 재미없는 글을 열심히 읽어준 한림 가족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번 학기의 연재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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