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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강제징용 배상은 제3자에게··· 정부 발표에 갑론을박정부 ‘한일 관계 개선 위해 불가피’ 피해자들 거센 반발...일부는 “수용”
김정후 기자  |  kjh2715c@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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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11  08: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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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한일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결안이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6일 윤석열 정부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한일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제3자 변제’를 채택했다. 정부 배상안 수용 시 피해자들은 일본 전범 기업 대신 한일 기본조약으로 청구권자금의 수혜를 받은 한국 기업이 설립한 재단에게 배상금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번 해결안의 배경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들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에 이은 코로나19로 경색된 한일 관계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1998년에 발표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징용과 관련한 한일 관계 개선 방안은 대선 때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며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로 나아가려는 결단”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누군가는 대승적 결단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고심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또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한일 공동배상안과 다를 바 없다며 “여야가 지금이라도 문희상 안+α'를 놓고 새로운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니라 우리 기업 재원으로 배상하고, 일본의 사과도 기존 담화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며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짓밟은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20여년이 걸렸다. 1997년 여운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은 신일본제철 주식회사와 일본을 상대로 국제법 위반 및 불법행위 등의 손해배상금과 강제노동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 등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오사카지방재판소와 일본 최고재판소 피해자들을 사건 당시 일본 국민이었다는 점을 들어 기각했다. 또 신일본제철이 구 일본제철과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도 피해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조약에 포함된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자금 3억 달러와 경제차관 2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일본 법원은 이때 받은 배상으로 신일본제철의 채무가 소멸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의 재판은 달랐다. 피해자들은 일본 법원에서의 상고마저 기각되자 2005년 대한민국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의 결과는 일본과 마찬가지였으나 대법원은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어진 2012년의 파기환송심에서는 “원고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신일본제철과 구 일본제철을 동일기업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신일본제철이 구 일본제철과의 동일성을 부정하거나 한일청구권협정 등을 내세워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수호하고자 하는 핵심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재판은 파기환송심 이후 신일본제철의 후신인 신일철주금의 재상고로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 공관 파견 확대의 지렛대로 재상고 사건을 활용하려 한 것이 드러나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제대로 된 판결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로 취임한 후 2018년이 돼서야 내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대6의 의견으로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한일협정에 불구하고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2012년의 판결을 재확인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대부분은 이번 정부의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 대리인단 측은 정부의 ‘제3자 변제’ 안이 피해자 동의 없이 실행 불가능한 점을 지적했다. 민법 제469조에 의하면 제3자가 대신 채무를 갚을 수는 있으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 표시’로 허용하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 또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 의사에 반해 변제할 수 없다.

배상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피해자 유족 A씨는 “수십년 동안 재판을 쫓아다니느라 너무 힘들었다”며 “이제 정부안을 받아들여 문제를 일단락 짓고 싶다”고 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 15명 중 4명의 유족이 배상받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지난 6일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하며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민족의 아픔뿐만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으로도 얽힌 만큼 강제징용 배상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 일러스트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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