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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방적 짝사랑
이연희 기자  |  20207052@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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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4.01  06: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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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에 들어와서 기자들은 무조건 기자수첩을 써야 한다는 말에 방중회의 때부터 주제를 생각했다. 계속 고민을 해봤지만 꽂히는 주제가 없었다. 그러던 중, 평소와 같이 노래를 들으며 씻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필자의 어릴 적 꿈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PD 하나는 가수. 필자는 가수의 꿈을 더 원했지만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길 원했다. 그런 부모님을 이해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다. 이 꿈은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결정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했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서 부모님을 열심히 설득했다. 설득이 먹혔는지 고등학교 2학년 무렵, 동네에 있는 실용음악 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점차 발성이 달라지고 노래에 재미를 느끼게 되자 입시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좁은 냇가에서 놀면 대학을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에 큰 강으로 나갔다. 결과는 처참했다. 잘하는 사람은 한 트럭, 그중에서 필자는 못하는 편에 속했다. 나름 노래를 잘한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아니었다.

현실을 깨닫고 열심히 하려 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한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도 겪게 됐다. 노래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여태 들인 돈이 아깝다는 핑계와 다시 공부를 할 자신이 없다는 핑계로 그만두지 못했다.

좋아서 시작한 것인데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갔다. 결국 큰 강에서 다시 좁은 냇가로 돌아왔고, 입시는 쫄딱 망했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막상 겪고 보니 분했다. 열심히 하지도 않았으면서 꼴에 자존심은 상했다. 그래서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겠다는 각서까지 쓰며 한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겨우 얻은 기회인데도 변하는 건 없었다. 재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정신 못 차리고 선생님 몰래 연습을 빼먹고 놀러갔다. 학원은 그저 출석만 하러 다녔다. 이때도 포기할 용기가 없어서 그저 시간 낭비만 했다. 그렇게 의욕 없이 재수 초반을 보내고 두번째 각서를 썼다. 보다 못한 학원 선생님이 이렇게 할 거면 때려치우라고 호되게 혼내셨는데 그때 이후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게으르게 보냈던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 노력했다. 연습도 빠지는 날 없이 매일 나갔다. 학원 문 여는 시간에 가서 문 닫는 시간에 나왔고, 연습 일지도 빼먹지 않고 썼다. 처음 할 때와 다르게 열심히 연습하니 대학을 기대해 볼 만한 실력까지 됐다.

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은 끝까지 넘지 못했다. 두번째로 겪은 패배감은 처음보다 더 쓰게 느껴졌다. 정신을 빨리 차렸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삼수까지 고민하다 여기서 놓아주기로 마음먹고 노래를 포기했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자신의 길이 아닌 것은 빨리 정리하는 게 맞다 생각해 용기를 냈다. 긴 짝사랑이 끝난 것이다.

이후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노래 부르는 게 좋다. 끝난 줄 알았던 짝사랑은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아마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일방적인 짝사랑을 하고 있지 않을까? 노래에게 사랑을 받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이연희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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