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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더 건강한 세상을 위한 노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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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05  09: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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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에서도, 이번 정부에서도 노동시간은 핫 이슈이다. 지난 정권에서 (최대노동시간) 52시간을 도입하면서 노동시간의 유연화는 확대시켰고 이번 정부에서는 이조차도 과도한 규제라며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더욱 확대하려고 한다. 아직 노동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노동시간제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노동시간은 인간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노동절’의 유래도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벌였던 파업시위에서 유래되었다. 이때의 구호는 ‘8시간 노동, 8시간 학습, 8시간 휴식’이었다. 당연한 이치이지만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노동 이외의 다른 것을 위한 시간은 부족하게 된다. 우리는 바로 이 노동 밖의 시간에 친구와 만나고, 가족을 챙기고, 내 건강을 챙기고, 내 즐거움과 미래를 챙긴다.

여기서, 건강에 주목해보자.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나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는데 가장 그 영향력이 크고 학문적 근거도 충분히 밝혀진 것은 사람들의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잠을 잘 자고, 제 때 의료서비스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건강하다. 그런데 이런 건강에 좋은 행태를 가지려면 꼭 필요한 자원이 있다. 건강에 좋은 행태가 무엇인지 아는 ‘지식’,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돈’, 내 건강행태를 지지해 줄 주변 친구나 가족들 (‘네트워크’) 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시간’이다. 우리는 시간이 충분해야 휴식도 취하고, 운동도 하고, 병원도 가면서 건강을 돌볼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동시간 유연화의 확대 정책(1주에 사용가능한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의 관리단위를 주가 아닌 달, 분기, 연 등으로 늘려 짧은 기간에 연장근로를 몰아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은 얼핏 보면 총 노동시간이 같으니 별 문제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몰리면 과로하고 일이 없을 땐 쉬면서 오락가락하는 노동시간은 전혀 노동자 친화적이라 할 수 없다. 일단 잠시라도 과로하는 기간은 노동자의 뇌심혈관계나 정신건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고 불규칙적이거나 예측불가능한 근무스케줄은 개인의 여가생활, 가족생활, 사회생활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필자도 지난 정부 시절 최대노동시간은 단축을 시켰으나 대신 노동시간 유연화를 확대시키는 과정을 보며 우리나라 일하는 사람의 대표 데이터라 할 수 있는 <근로환경실태조사> 데이터를 분석하여 논문을 발표하였다. 불규칙한 노동시간을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전체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 이하라 하더라도 매일, 매주 규칙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보다 우울증상 위험이 2배 가량 높았다 (Lee et al. Variability in daily or weekly working hours and self-reported mental health problems in Korea, Korean working condition survey, 2017. Arch Public Health. 2021; 27;79(1):25).

결국, 노동자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산업도, 국가도 튼튼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여전히 글로벌스탠다드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는 우리나라 노동시간제도가 이번 개편에서 더 잔인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혜은 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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