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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부캐로 레벨업!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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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13  07: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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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네가 무슨 I야. 넌 확실히 E야, E!!!”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온다. 그래도 명색이 심리학과 교수인데, 내 친구가 나보다 날 더 잘 안단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향적 인물인데, 내 친구들은 모조리 내가 외향적이라 결론짓는다.

스스로 생각하는 나는 완전 내향적인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 매우 피곤하다. 어쩌다 다른 사람과 만나는 일정이 있으면, 그 다음 날은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 필수이다. 그런 내가 외향적 사람이라고?

이렇게 항변을 하면 친구들이 나에게 다시 묻는다. 그렇게 내향적인 애가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마이크를 놓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까불면서 지낼 수 있냐고.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인다. 원래 본인은 본인을 모른다고. 넌 확실히 외향적 사람이라고.

내가 굳이 나의 성향에 대해서 친구들과 논쟁을 하는 것이 무슨 득이 될까 하는 생각에 ‘알았어, 알았어, 내가 외향적이라고 치자!’라고 대화를 마쳤다. 동시에 그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혼자 지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만큼, 모르는 사람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잘한다. 혼자 여행 가서,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돌아다니기도 하고, 술집에서도 모르는 사람과 쉽게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래서 난 가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한다. 학습된 외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그럼 나의 친구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렇게 내향적인 애가 어떻게 마이크만 잡으면 그렇게 까불면서 강의를 하냐고.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다중이를 키워.’
나의 비법이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사용하는 것. 요즘 말로는 ‘부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난 부캐를 키운다. 도민훈이라는 이름도 붙여 주었다. (나의 별다방 및 인별 계정에 사용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얘는 관종이다. 이상하고 능청스러운 말도 잘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아이이다. 내가 ‘도민훈’이 되기 위한 일종의 스위치가 있는데, 그것이 마이크이다. 그래서 나는 마이크를 쥐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도민훈이 한 행동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의 강의도 모니터하지 않는다. 보게 되면,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고, 자면서 이불킥을 하게 되니까…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가, 어느 정신과 의사분이 부캐를 사용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충고하는 것을 보았다. 회사에서 실수하고, 상사에게 야단맞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자존감이 땅을 파고 내려가는 그때, 회사에서의 자신을 또 다른 부캐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본캐와 구분함으로써 그 상황에서 받아야하는 타격감을 줄일 수 있고, 또 그 부캐를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부캐의 행동을 교정하거나, 위로해 줄 수도 있다고 한다. 좋은 이야기다. 그렇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즐거울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부캐를 더 능동적으로 사용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가끔 우리 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규정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선생의 눈에는 보이는 잠재력을 스스로 부정하기도 한다. 그 친구들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부캐를 키워보라고. 자신의 알고 있는 그 한계를 쉽게 뛰어넘을 수 있고, 실패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그 역경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강철멘탈을 가진 캐릭터로. 그 캐릭터와 함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문을 열기를 응원한다. 당신의 미래에 치얼스!

/최훈 심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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