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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27억원에서 137억으로 네배 뛴 함평의 황금박쥐상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1700억원전시행정의 전형으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받던 함평 황금박쥐상 19세기 말, 빈의 암울한 분위기 반영한 클림트의 소확행 작품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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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20  07: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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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유대인 부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를 그린 클림트의 1907년작으로 ‘황금시대’로 불리는 그의 작품 시기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걸작이다. 금박과 오일을 사용해 3년이 넘게 걸린 이 그림은 나치가 압수해서 대중에게 전시했지만 그녀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철저하게 감췄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나비축제로 유명한 전라도 함평이 최근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예산 낭비라는 비난 속에 지난 2005년에 제작한 황금박쥐상이 금값 급등으로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 마리의 황금박쥐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의 폭 1.5m, 높이 2.1m짜리 황금박쥐상은 순금 162kg과 은 281kg, 그리고 동 129kg이 들어간 돈덩어리이다. 제작 당시엔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산물이라는 비난이 봇물을 이뤘지만 20여년 사이에 금값이 폭등하면서 27억원이었던 조형물의 금값은 2023년 현재, 137억원으로 무려 4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는 함평의 랜드마크가 된 황금박쥐상을 구경하기 위한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아쉬운 점은 황금박쥐상이 함평의 나비축제 기간 동안만 일반에 개방된다는 것. 이외의 기간에는 박물관의 굳게 닫힌 철문 속에서 1년을 보내야 한다.

금으로 유명한 조각상으로 한국에 함평의 황금박쥐상이 있다면 해외에서는 가장 유명한 금관련 작품으로는 오스트리아의 미술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들을 꼽아볼 수 있다. 더불어, ‘키스’ ‘유디트’ 등 노란색과 금색으로 점철돼 우리에게도 익숙한 클림트의 작품에서 백미는 단연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다. 가로, 세로 각각 약 1m 40cm의 이 그림에서 노란색과 황금색을 제외한 색깔이라고는 주인공 아델레의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 그리고 그녀의 옷에 장식된 단편적인 여타 색상들과 뒷배경에서 조금 보이는 초록색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주인공 아델레가 유부녀였음에도 불구하고 클림트의 연인이었다는 것. 부유한 유태인 금융가의 부인이었던 그녀는 클림트의 모델이 되면서 그의 정부(情婦)가 됐다.

클림트의 또 다른 금색 작품으로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키스’는 ‘연인’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는 걸작이다. 이 작품에서 두 남녀는 마치 한 몸처럼 서로에게 밀착돼 시간이 정지된 듯한 진한 키스를 깊은 포옹과 함께 나누고 있다. 더불어 나체의 이들을 통째로 감싸고 있는 얇은 천은 그야말로 온통 노란색과 금박의 채색으로 이뤄져 있고.

그렇다면, 클림트는 왜 그토록 노란색과 금색에 집착했을까? 클림트가 노란색과 황금색 콜라보의 몽환적이고 화려한 조합을 사랑했던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클림트가 활약하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세기말적 현상이 그것으로 19세기에서 20세기로 막 바뀌던 시기의 오스트리아 빈은 그야말로 퇴폐적이며 향락적인 분위기에 푹 젖어 있었다. 과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대제국의 영광은 온데간데 없고 나날이 강성해가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의 제국주의 열풍 속에서 식민지 하나 가진 것이 없는 오스트리아는 강대국들에게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20세기가 그저 암울하고 불안하기만 디스토피아일 뿐이었다. 참고로 디스토피아란 부정적인 뜻의 ‘디스’를 사용한 유토피아의 반대말로 우울하고 절망적인 미래를 뜻하는 단어이다.

한때 모차르트와 베토벤, 하이든과 슈베르트 등 클래식 음악의 최고봉들이 활약했던 음악의 도시이며, 계몽시대에는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였으나 이제 유럽 대륙에서 나날이 쇠락해 가는 2등 국가로 전락한 오스트리아. 그리하여 20세기에는 유럽 지도에서 아예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당시의 오스트리아인들 사이에서 팽배했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수도였던 빈에서는 그 같은 불안감이 더욱 심해, 마치 오늘만 살고 보자는 식의 퇴폐적인 향락이 성행했다. 취직과 연애, 결혼이 불안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구직, 구애를 포기하며 자동차와 가방, 미식(美食)과 게임에만 열중하며 소확생을 탐닉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나 할까?

그런, 자국민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해 자신의 화려한 그림 속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오스트리아인들의 마음을 달래준 이가 바로 클림트였다. 그리하여 시대적 배경과 국민들의 심리를 꿰뚫어 본 그의 혜안 덕택에 탄생한 ‘키스’ ‘유디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과 같은 불멸의 걸작들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사랑을 넘어 그 몽환적인 느낌과 에로틱한 화려함으로 지금은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덧붙이자면, 클림트의 ‘유디트’는 MBC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출연해 촬영했던 작품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2016년 7월에 방영된 ‘무한 달력’ 에피소드가 그것으로, 여기에서 유재석은 유디트로 분장해 달력 사진을 찍으며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금과 관련된 또 다른 에피소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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