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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세상에 나쁜 거북이는 없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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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27  0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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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거북이가 한마리 있다. 손바닥 크기의 조그마한 거북이. 목옆에는 붉은 반점이 눈에 띈다. 조약돌만 한 눈이 나를 바라본다. 나도 가만히 눈높이를 맞춰 거북이를 바라본다. 나를 보던 거북이는 손을 앞으로 휘젓는다. 투명한 유리벽과 손톱이 부딪힌다. 밥을 달라고 하는 녀석만의 신호다. 옆에 놓인 사료를 뿌리자 사료가 차츰 젖어 내려간다. 축축해진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밥솥에서 김이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밥 먹자는 엄마의 말에 거북이를 뒤로하고 떠났다. 거북이와 나는 하루의 마무리를 이렇게 지었다.
우리집 거북이는 똑똑하다. 온순한 동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집 거북이는 다르다. 붉은귀거북으로도 불리는 이 녀석은 유해 종으로 지정될 만큼 위험한 동물이다. 심지어 한국의 전통 동식물을 먹어치워 생태계를 교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집 거북이는 외모부터가 맹하게 생겼다. 가끔 먹이를 먹기 위해 고개를 흔들면 옆에 보이는 붉은 반점이 가장 무서운 포인트다. 그 반점마저도 크기가 손톱 정도로 사람의 문신처럼 생겼다. 눈을 감았다 뜨는 모습은 우리집 거북이의 매력 포인트다. 힘이 반쯤 빠진 듯 찬찬히 뜨는 눈을 언제 감는가 지켜보고 있으면 내 눈이 더 아프다.

그래도 착한 거북이다. 한번은 수조를 갈아주려고 통을 화장실로 옮겼다. 원래 수조를 옮기기 전에 거북이가 갑작스레 바뀐 물 온도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물 맞댐을 하고, 여과기부터 갈아야 한다. 성격이 급한 나는 거북이를 휙 꺼내와 대야에 올려두고 청소를 한다. 그렇게 나쁘게 해도 거북이는 나를 할퀴거나 문 적이 없다. 물이 차갑다고 앞발을 유리벽에 휘두르며 시위하지도 않는다.

의외로 용감한 녀석이다. 청소하려고 꺼내둔 거북이가 대야를 탈출해 하수구로 떠나갈 뻔했다. 떨어지기 직전, 거북이를 구경하던 동생에 의해 녀석은 하수구의 모험을 하지 못했다. 저 어두운 구멍 속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샴푸와 치약, 오물들이 뒤섞인 저곳에 가서 뭘 하려고 하는지. 너처럼 느린 놈은 들어가도 금방 죽을 거라는 눈빛으로 거북이를 제압하곤 다시 수조에 넣었다. 어쩐지 힘이 없다.

이 녀석이 우리집에 온 지 1년이 지났다. 오늘은 1년이 지난 기념으로 이름을 지어줘야지. 방문을 열었다. 좁은 수조 속 널찍한 돌에 몸을 뉜 거북이가 보인다. 이상했다. 내 눈을 아무리 감아도 뜨지 않는다. 밥을 뿌려도 흙 속에 머리를 파묻지 않는다. 목옆에 붉은 반점만 강렬히 남아 나를 본다. 그 착한 거북이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날 저녁 붉은귀거북이 유해 종으로 지정돼 더는 키울 수 없게 됐다. 주인을 지킬 수 없는 붉은귀거북은 주인을 위해 먼저 삶을 포기했다.

이름 한번 지어주지 못한 거북이. 그 녀석의 다른 이름 붉은귀거북은 아직도 뉴스에 등장한다. 붉은귀거북은 관상용으로 좋은 거북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사육됐다. 인간의 호기심은 머지않아 귀찮음과 무관심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 붉은귀거북은 발견되면 신고 또는 즉사시켜야 하는 동물이 됐다. 과연, 이 녀석은 나쁜 거북일까. 어쩌면, 나처럼 1년간 이름 한번 지어주지 않는 주인에게서 도망친 용감한 거북이는 아닐까. 생태계 교란종은 인간의 무관심은 아닐까.

 

/김대원 언론방송융합미디어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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