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기자수첩] 미숙과 성숙 사이
안디모데 기자  |  elahep1217@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4.03.09  07:24:4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어느 정도 대화를 할 수 있었을 때부터 줄곧 듣던 말이다. 등하교에 지치고, 공부에 지쳐있는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일 때면 자동 응답기 같이 이 말이 튀어나왔다. 당시에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고, 사고 싶은 것도 마음껏 살 수 있는 어른이 내겐 가장 멋지고, 좋아 보였다.

시간이 흘러 대학에 입학했다. 어른이라 하긴 미숙하고, 아이라고 하긴 너무나도 성숙한 시기. 이 시기에 친구를 만나는 것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느꼈다. 학창 시절 친구는 가장 만나기 쉬운 존재였다. 학교를 가면 늘 친구가 있었고, 학교가 끝나도 함께 놀러 갈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친구들은 모두 흩어졌다. 바쁜 대학 생활 중 시간이나 동네 친구들을 만나려 연락을 해보니 저마다 알바와 과제 등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에 바빴다. 친구가 시간이 되면 내가 바쁘고, 다른 친구가 시간이 나면 또 다른 친구의 일정이 있었다. “한번 보자”라는 말을 꺼내고 반년이 지나도 시간은 좀처럼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번 친구들을 만나면 게임과 시시콜콜한 내용의 가벼운 얘기 대신 취업, 인간관계, 진로의 전망 등이 대화 주제로 자리 잡았다. 정신을 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문득 ‘언제부터 이렇게 진지한 얘기를 했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겨울방학을 보내던 와중 개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강의를 들으러 가는 귀찮음,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뜬눈으로 맞이하는 아침, 매주 금요일마다 마감하는 학보, 마주치는 반가운 얼굴들 모두 집안에만 있으니 떠오르는 일상들이다. 기다리던 개강을 하고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종강을 생각했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었다. 하루가 똑같은 방학과는 다른 새로운 변수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지난 한 해 불안에 쫓기며 살았다. 과제 기한에 시달리고, 취재 일정에 쫓기며 취재가 잘되지 않음을 걱정했다. 이런 불안들은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조금 빨리 침대에 일어나고, 과제를 미루지 않으며, 늦은 새벽까지도 일을 끝마쳤다. 알고 보면 불안은 모두 책임에서 비롯됐다. 가족이 나를 믿고 있다는 책임, 학보사의 기자라는 책임 말이다.

요즘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느껴진다. 고등학생 때만 하더라도 하루는 너무나도 길었다. 오전 수업이 끝나 점심을 먹을 때면 “왜 이제야 점심이지?”라는 생각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요즘 하루는 빠르게 지나가며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한주가 지나있다.

만나기 힘든 친구들, 달라진 대화 주제, 지루한 방학, 불안 등 이전과는 다른 나의 모습을 아버지께 말하자 그는 “그게 어른인 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5년에 한 번 친구를 보면 다행이라며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말을 한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가 지금 어색하게 느끼는 대화 주제는 이미 아버지에겐 익숙한 내용이고, 그에게 긴 휴식은 곧 퇴직을 의미했으며, 가장이라는 책임을 지고 있다. 아버지는 수십 년 전부터 시간이 빠르다고 느꼈다고 한다.

어디선가 아기들이 하루를 길게 느끼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가 너무 많아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빠의 말과 이 점을 생각해 봤을 때 나는 지금 어른이 돼가고 있다.

 

/취재부 안디모데 기자

   
 
안디모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숫자의 인문학] 영어에서는 나를 의미하는 ‘I’가 1인칭 화학에선 주기율표 상의 1번이 ‘수소’
2
[보도] 개교 42년 한림, 지역 밀착·세계화 ‘뚜벅뚜벅’
3
[보도] ‘Hallymer 장학금’ 받고 학비 부담 덜자
4
[보도] 직무 역량 키울 수 있는 ‘현장실습학기제’
5
[기획] 춘천, 저마다 다른 ‘도시’ 노려
6
[보도] 대동제배 축구 대항전... 체육학과 우승
7
[보도] ‘강원도에서 인문학을 품다’ 강연 듣고 답사 가자
8
[보도] ‘MICE기획경영전공’ 신설, “26학년 신입생 모집”
9
[보도] 스타트업 비즈니스 전공 설명회 “수업이 곧 창업이 될 것”
10
[보도] 하계 졸업앨범 사진 23일까지 촬영 신청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성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