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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역사를 바꾼 100권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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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5.04  0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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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필자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서 독서 진흥을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기획에 참여한 적이 있다.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에서 분야별로 백 권의 고전을 선정한 후 이를 설명하는 전문가 서평을 모아 <역사를 바꾼 100책>이란 도서를 펴내는 작업이었다. 선정된 도서를 분야별로 분류하면 철학 32종, 사회학 10종, 예술 6종, 심리학 2종, 문학 19종, 과학 19종, 경제학 10종, 역사 2종 등이다.

자문위원회는 “역사적으로 큰 변화의 계기를 제공”했거나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켰으며 “오늘날에도 그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은” 고전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 결과에 대해선 당연히 이견이 있겠으나 목록을 살펴보면 각 책이 역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 대해선 누구나 동의할 것 같다.

그런데 길게는 수천 년 전에서 짧게는 수십 년 전에 발간된 이 고전들을 오늘날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물론 굳이 원전을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 특히 일부 고전은 전문가들도 읽어 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방대하고 전문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해당 고전이 놓여 있는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살피는 것은 인류 문명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피며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적 노력일 것이다.

물리학을 전공한 필자는 19종의 과학 고전 중 두 권에 대해 서평을 썼다. 하나는 11세기 출간된 이슬람 학자 이븐 알 하이삼의 [광학의 서]다. 기독교가 지배한 중세 유럽에서 명맥이 끊긴 그리스의 자연철학은 이슬람 지역에서 수용되어 발전하게 되고 이는 다시 유럽으로 전수되어 르네상스의 과학혁명을 일으키는 기반이 된다. 이슬람 문화의 전성기에 출간된 [광학의 서]는 당시 빛에 대한 이론과 실험을 집대성한 역작이면서 동시에 현대의 과학적 방법론의 시초라 할 만한 방법론을 담고 있었다.

다른 한 권은 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집필한 [전기자기론]이다. 이 책은 당시까지 알려진 전기와 자기에 대한 이론을 바탕으로 맥스웰이 체계화한 전자기 이론을 담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인류의 전자통신 문명을 성립시킨 위대한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발명의 기반을 이룬다. 게다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포함한 현대물리학의 새로운 개념 형성에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생물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 것처럼, [광학의 서]와 [전기자기론]은 물리학/전자공학/광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이공계 학생들에게 중요한 맥락으로 읽힐 것이다. 고전에 대한 이해는 자신이 전공하는 학문이 놓인 역사적 배경과 다학제적 연결점들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대학생의 특권은 무엇이라도 과감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자유일 것이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문명을 일구는 데 기여한 후 소중한 지적 자산으로 남은 고전들에 대한 천착도 그런 도전 중 하나로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다행히 오늘날엔 고전의 훌륭한 번역본이나 해제집, 서평 등 살펴볼 만한 문헌들이 넘쳐난다. 그런 면에서 EBS의 이번 기획이 소중한 나침반의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고재현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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