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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소중한 목소리를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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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5.11  08: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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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472년에 이르는 조선 왕조의 역사적인 사실들을 기술한 소중한 역사서이며, 현재는 감사하게도 온라인(https://sillok.history.go.kr/)에서 누구나 그 내용을 볼 수 있다. 매우 흥미롭게도 이 조선왕조실록에서 ‘목소리’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그야말로 다양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이들을 잘 읽어보면 왕의 심리, 태도, 성격, 심지어 건강상태까지 짐작해볼 수 있다. ‘성난 목소리, 높은 목소리, 낮은 목소리, 숨가쁜 목소리, 쉰 목소리, 낭랑한 목소리, 가는 목소리, 거친 목소리, 노여운 목소리, …’ 그야말로 다양하다. 신하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부분이 나오는 것을 보면 왕도 극한직업이었구나 싶다. 이러한 특징들은 흥미롭게도 언어재활사가 병리적 음성을 듣고 청지각적으로 평가할 때 살펴보는 측면들과 상당수 일치한다.

굳이 조선왕조실록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의 언어 생활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목소리를 높이다/낮추다, 목소리가 크다/작다, 한목소리를 내다’와 같은 표현들이다. 영어에서도 ‘make one’s voice heard, raise one’s voice, lower one’s voice’와 같은 표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이러한 기록과 언어습관들은 오래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목소리가 개인의 심리와 태도를 반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큰 이점이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알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의 연구에서 이른바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의사소통의 일부 요소인 호감도(liking)는 7%의 언어적 호감도, 38%의 목소리 호감도, 55%이 얼굴표정 호감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물론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제한적인 결과이고 일반화될 수는 없으나, 우리가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내는 목소리가 의사소통과 인간관계, 사회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대학생에게 있어서도 목소리는 중요할까? 물론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목소리는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소중함이 오롯이 드러난다. 내키지 않거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발표수업에서 덜덜 떨리는 양 목소리를 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목 컨디션이 안좋아 쉰목소리를 내보았을 수도 있다. 목소리가 심리와 태도를 반영한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안타깝게도 한번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좋지 않은 목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그 반응으로 심리적인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것이 다시 목소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심지어 병원의 음성검사실에서는 목소리가 멀쩡한 환자가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특정 상황에서만 안좋은 음성을 내기도 한다. 꼭 후두나 성대에 병변이 있거나 신경학적 문제가 있어야만 음성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를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음성위생(vocal hygiene)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남용, 즉 큰 소리를 지르거나 오랫동안 혼자 말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흡연과 음주를 삼가며, 역류성 질환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식생활을 조절하고, 식사 직후 과도한 운동이나 눕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다. 후두나 목소리에 과도한 긴장이 느껴지는 경우 스트레칭이나 후두마사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말을 할 때에는 어깨를 펴고 턱을 살짝 당기고 입 안쪽에 충분한 공간을 형성하여 풍부한 공명을 이용하며, 복식호흡을 통해 충분한 공기를 들이마신 뒤 목소리를 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목소리 문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음성장애에 특화된 언어재활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목소리는 한 개인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 한림대학교 학생들이 좋은 목소리를 건강하게 잘 관리하여 행복한 대학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이승진 언어청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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